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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개발로 생매장 위기 놓인 보광동 고양이들 돌보는 김유진씨 ▲ 보광동 재개발 고양이들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은 개인 활동가 김유진씨(오른쪽)와 한명선씨(왼쪽).이들은 하루빨리 길고양이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희진 
"이대로는 다 죽을 수도 있는데.하루빨리 안전한 거처를 찾아줘야 합니다."
인적이 드문 용산구 보광동(~한남동) 재개발 구역.이곳은 서울시 최대의 재개발 구역으로 대부분 이주가 끝났고 3월부터 완전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철거 사실을 알 리 없는,영역 동물의 특성상 쉽게 거처를 옮기지 않는 고양이들은 위험한 건물 잔해와 파편 속에서 추운 몸을 녹이며 살고 있다.본격적으로 철거가 진행되면 고양이들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최악의 경우 산 채로 철거 건물에 깔려 죽을 수도 있다.
지난 23일 낮,약 1년 넘게 이곳에서 고양이들을 돌보고 구조·입양 활동을 이어가는 개인 활동가 김유진씨를 만났다.우리는 그와 함께 보광동~한남동 곳곳을 다니며 고양이들을 만났다.다음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처음엔 굶기지만 말자는 심정으로.그렇게 1년이 지났다"
- 이름을 부르면 다들 나오던데,고양이들과 유대감이 깊어 보인다.언제 왜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보광동에 6개월 정도 살았고,지금은 다른 곳에서 산다.원래 이런 활동을 하진 않았다.근데 재개발로 그동안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TNR(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등 돌봐주던 시민들이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이제 고양이들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 처음엔 굶기지만 말자는 심정으로 작년 1월부터 시작하다가 시간이 흘렀다.1년 정도는 혼자 했고,몇 개월 전부터는 점점 알려지면서 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없었다.이 동네의 특성인지 모르겠는데,막아 놓은 동영상 다운로드 사이트다 응원해 주시고 좋은 일 한다고 해주시더라.아까 지나가던 할아버지께서도 고양이를 걱정해 주셨다.덕분에 이렇게 당당하게 고양이 이름 크게 부르면서 활동하고 있다.철거 전엔 햇반 그릇,겨울집 같은 것도 많았고 어르신들이 그렇게 챙겨주셨다."
-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애들 입양 보내고,카지노 다운로드 사이트그곳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볼 때다.봉사자들과 함께 활동할 때도 뿌듯하다.홍보 도와주시는 분들 다 자발적으로 해주시는 거다.원래 1년 정도 한 달에 한 100~120만 원을 썼었는데,바카라 인생 나락최근에는 솔직히 쓰는 돈이 없다.사료랑 캔을 너무 많이 보내주셔서 집에 쌓여 있다(웃음)."
"인스타그램 보고 함께.모든 고양이들 전부 다 살렸으면"
▲ 철거 예정 건물 앞을 지나가는 보광동 고양이 ⓒ 고희진 
-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입양을 보내는 게 목표겠다.
"맞다.원래는 내년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다른 구역으로 밥그릇을 옮기면서 시간을 벌어보려 했는데,이곳도 펜스를 다 친다고 하니 큰일이다.철거가 시작하면 위험한 게 일단 유리를 다 깬다.다른 재개발 지역에서 활동가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고양이들이 등에 유리가 꽂힌 채 다니고 그랬다더라.그래서 일단 입양이나 임시보호처를 구해서 보내는 게 1순위고,그게 안 된다면 믿을 만한 쉼터에라도 들어갔으면 좋겠다.이 위험한 재개발 구역에서 빼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 인스타그램 채널 '보광동 고양이들'(@bogwangcats)을 보니 어느새 40마리 이상 입양을 보냈더라.
"그렇다.이곳에서 구조해 병원에 가 검진을 다 시킨 뒤,아프면 치료하고 수술 시켜주고 보낸다.병원에도 거의 맨날 간다.임시 보호 예정인 아이들도 계속 구조 작업 중이다.처음에는 20마리 정도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나더라.물론 입양만이 정답이 아닐 순 있다.길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한 고양이가 있을 수 있지만,이곳은 너무 위험하고 이제 밥도 줄 수도 없다.그리고 날이 너무 춥다.다행히 주변 상인들도 함께 입양을 홍보하는 등 도움을 많이 주신다."
- 이렇게까지 하며 고양이들을 돕는 이유는 뭔가.
"생명 존중이다.이 고양이들은 여기가 집이고,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철거가 시작되면 영문도 모른 채 끔찍하게 죽는다.그것을 인간이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뭐라도 하는 거다.피해 보는 고양이들 없이 잘 마무리되는 게 최종 목적이다."
- 용산구나 재개발 조합 측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들과 꾸준히 소통하며,각자의 사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그래서 서로 배려하고 조율하며 잘 풀어나갔으면 한다.용산구에는 다른 자치구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주시길 요청했다.계류장을 만들어 적응 훈련을 하니 방사 후 성공률이 높더라.조합에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주시길 요청했다.우리 몇 명만이라도 출입을 허용해 준다면 구조에 최선을 다해보겠다."
한편 이날 돌봄에는 또 다른 돌봄시민 한명신씨도 동행했다.정기적으로 김유진씨와 함께 이곳을 찾는 그는 "'보광동 고양이들' 인스타그램을 우연히 보고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안타까워 함께하게 됐다"면서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 나오는 고양이들을 보고 어떻게 안 올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그러면서 "이곳에 있는 모든 고양이들을 전부 다 살리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유진씨는 "이 고양이들이 재개발 지역의 좋은 선례가 돼 다른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한테도 해결 방안이 생기고 관심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서울시에 이런 재개발 구역이 많고,거기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보광동 고양이들의 구조 일지,입양 홍보 게시물 등 소식은 김유진씨가 운영하는 '보광동 고양이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볼 수 있다.인간을 위한 개발이 다른 생명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도록,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구조하기 위해 보광동 곳곳을 돌아다니는 개인 활동가 김유진씨 ⓒ 고희진 
▲ 이날 김유진씨와 동행한 한명선씨가 한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다 ⓒ 고희진 
▲ 인적 끊긴 황량한 보광동에는 길고양이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고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