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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본회의 통과 임박에 엇갈리는 반응
공표까진 첩첩산중…조기 대선 꽃놀이패로 부상하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2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2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이번에도 상법 개정 불발되면 다 정리하고 국장(한국증시) 떠나겠다."

VS

"소송으로 투자 늦어져 경쟁력 잃으면 기업 존폐 위기 맞을 수도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와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재계의 우려와 개인 투자자의 열망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지난해부터 군불만 때던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월 임시국회 내엔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거부권 SOS'를 보낸 상태다.국회 문턱을 넘어도 공표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소송 굴레 속에 경영 제대로 될지 걱정"

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이사회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사의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본회의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이번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2월27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이 현실로 다가오자 재계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상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 직후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8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우려했다.그러면서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결국 선량한 국내 소액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대동소이하다.특히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조항에 대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이사를 향해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코스피 상장사의 한 임원은 "소송의 굴레 속에서 기업 경영이 제대로 될지 벌써 걱정"이라고 토로했다.그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면 신사업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소송을 걸 수 있고,주가 하락을 이유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주주들의 이해관계는 천차만별인데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가늠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이어 "특히 행동주의펀드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내세워 소송을 걸고 경영권을 공격할 경우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송을 의식해 이사회가 보수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중장기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적기에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경쟁력 하락이 아니라 기업 존폐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당도 비슷한 입장이다.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2월24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문제의식엔 공감한다"면서도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면 이사회가 겁내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윤 원장은 "사외이사가 피소당하면 모든 소송 비용을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데,선거 도박이걸 감수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주주들의 투자 목적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모든 이익을 다 맞춰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이사회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피소를 우려해 사외이사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코스닥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소·중견기업들은 사외이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소송 위험이 있는 자리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한정된 인력풀 속에 결국 겸직하는 사외이사가 늘어날 텐데,회사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이사회가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으로부터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8단체 건의문을 전달받고 있다.
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으로부터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8단체 건의문을 전달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자산 증식 원치 않는 나라에서 투자 이유 없다"

개미들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김도진 삼성물산 주주연대 대표는 "대주주 이익만을 위한 불공정한 합병과 분할,파워볼 1조납득할 수 없는 유상증자 등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자체가 없다는 것을 기초로 정립된 판례를 기업들이 악용하는 사이 주주들은 피눈물을 흘려왔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이사가 주주에 대해 충실 의무를 부담하는 해외 입법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그간의 한국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외국엔 없더라도 우리나라엔 해당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적은 점점 좋아지는데 주가는 10년째 제자리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셀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행하는 기업은 물론 이를 방조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와 좌절을 넘어 이젠 깊은 무력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도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중으로 다 정리하고 국장(한국증시)을 떠나겠다"고도 밝혔다.그는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와 정부의 태도를 보면 국민들의 자산 증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선량한 개미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나라에선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성토했다.

바이오기업 셀리버리의 주주연대 부대표를 맡고 있는 박수본 씨는 자신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상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1호 성장성 특례성장' 기업인 셀리버리는 2021년 시가총액 3조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시장 시총 9위까지 올랐지만,현재 정리매매를 진행 중이다.창업자인 조대웅 대표가 신약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발행한 전환사채로 마련한 자금(700억원)을 물티슈 제조업체 인수에 사용하고 허위 공시를 내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되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조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박씨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있었다면 과연 셀리버리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까지 왔을까 싶다"면서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주주라도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저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a href=끝판왕 토토상법 개정 어떻게 할것인가’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style="text-align: cente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상법 개정 어떻게 할것인가’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거부권'에 가로 막힐 개정안?대선 공약 카드 되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도 국무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면 법안은 정부로 이송된다.이후 최 권한대행에겐 15일 이내 법안 공포 내지 거부권 행사 등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는 재의결에 나설 수 있다.하지만 시점이 미묘하다.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2월14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상장법인의 합병·물적 분할 시 주주 보호 의무 강화 등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며 상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법사위 법안소위 통과 이튿날인 2월25일 "기업 경영에 혼선을 초래할 확률이 상당히 높고 법률 비용만 폭증할 확률이 있다"며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성급하게 일방 통과시켜 정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반드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 속에 상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상충된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 살린다면서 경제 활력 떨어트리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고 지적했고,카지노 다시보기 콕콕티비김동원 대변인은 "요즘 표심을 겨냥해 '우클릭 행보'에 나선 척했던 이 대표가 또 말을 바꿔 상법 개정을 강행한 것만 보더라도 국민이 그의 진정성을 얼마나 믿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먼저 얘기한 내용을 민주당이 입법한 것"이라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고 내다봤다.민주당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 체제로 돌입하는데 그때 재의결 여부엔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애매한 상황에 놓이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재의결 정족수 200석을 넘기려면 여당 이탈표 8석이 나와야 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조기 대선 공약 카드로 들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법안소위 통과 직후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용으로 서두르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법안 공포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재계가 가장 반대하는 이사 충실 의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선거용 카드로 쓰려는 수순"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입장에선 최근 '우클릭' 행보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누그러뜨리면서 '개미 투자자'의 표심을 잡는 묘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국면에서 1500만 투자자 표심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면서 "여당이 현재 주장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론 지지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 내지 그에 준하는 공약을 내세울 수밖에 없을 텐데 이슈를 선점한 민주당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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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클래식,(사진=연합뉴스)박찬근 기자 geun@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