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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에 살았던 일본인
‘추억의 영암’책자 추후 발간
일제강점기 조선 생활 기록
한국 착취 수법·사례 등 포함
“3월 조선 전역에서 일어났던 독립만세운동으로 재류 일본인은 모두 옛 성문터(영암읍성 추정)에 진을 쳤다.”
일제강점기 전남 영암에 거주했던 일본인 요시타케 다케오가 1984년 일본에서 발간된 <추억의 영암(사진)>이라는 책자에서 1919년 3·1운동 당시 일본인들이 총을 들고 경계했다면서 회고한 기억이다.이 책은 일제강점기 전남 영암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이 만든 조직인‘일본 영암회’에서 발간한 책이다.
<추억의 영암>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어느덧 세월이 흘러 패전과 귀환으로부터 벌써 4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영암이 생각납니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할 당시 영암에는 일본인 1000여명이 거주했다.대부분 지배층이었다.영암회 명단에는 경찰서장,학교 교장과 교직원,군청 고위 공무원,우편국장,금융조합 임원 등의 직함이 소개됐다.주조업,건축업,야구 토토 무승부여관업,상업,정미소,리치 마작 세팅미곡상,자전거판매점,고리대금업 등을 했거나 지주인 사람도 많았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 일본으로 돌아간 이들은‘식민지 한국’에서의 생활을 잊지 않았다.영암회가 만들어진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1961년 벳푸 온천에서 첫 모임을 연 영암회는 20여년 뒤 한국에서의 사진과 추억을 모아 300쪽에 이르는 책을 발간했다.
<추억의 영암>은 재일동포 사업가 하정웅씨가 수집해 영암에 기증한 미술작품과 도서에 포함됐다.기증 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이 2017년 한국어로 번역했다.
경향신문은 106주년 3·1절을 맞아 입수한 <추억의 영암>에서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전국적인 3·1 만세운동에 큰 위기감을 느낀 일본인들은 일본군이 투입될 때까지 직접 총을 들고 한국인들을 경계한 것으로 나타났다.요시타케는 “총을 들고 밤낮으로 경계를 선 것이 열흘 정도였다”며 “다카다 13사단 보병 1개 중대가 지원하러 와서 (일본인들이) 안심한 것은 4월 초였던 듯하다”고 썼다.
일본군이 3·1운동 진압을 위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어린 일본 학생을 동원했다는 증언도 눈에 띈다.열 살 때 영암 구림면에 살았던 모가리 아키라는 “잊지 못할 사건 중 하나는 1919년 독립운동이었다”며 “어느 비 오는 날 수비대가 찾아와 조선어를 할 수 있으니까 길 안내 겸 통역으로 끌고 갔다”고 회고했다.
일본인이 한국인을 어떻게 착취했는지에 관한 기록도 남아있다.1934년부터 영암 등에서 11년간 교사로 근무했던 나카노 미노루는 “성공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직업 대부분은 겉으로는 농업·상업·공업이었지만 뒤로는 고리대금으로 토지의 유력자(지주)가 되었다”고 적었다.
수법도 일부 소개됐다.한 일본인 비료업자는 아버지 장례를 위해 돈을 빌린 한국인 남자가 약속한 날 돈을 갚으러 오자 일부러 외출해 받지 않은 뒤 “약속이 다르다”며 담보로 잡은 토지를 힘으로 빼앗았다고 한다.1938년 일제가 내린 국가총동원령에 따른 수탈을 회상한 이도 있었다.1918년부터 한국에 살았던 도오이케 마쓰오는 1941년 상황을 설명하며 “아이들도 어른처럼 군마용 꼴 베기,유로밀리언 파워볼송근유(소나무의 뿌리를 가열하여 짜낸 기름) 작업 혹은 면화 채집 등을 했다.금속 공출에 따른 금반지 등 귀금속 공출도 극심했다”고 했다.이 책에는 1945년 일본인들이 한국인에게 수탈한 놋쇠그릇 등을 쌓아두고 찍은 기념사진이 실려 있다.
일본 패망 이후 일본인들이 태극기를 직접 만들어‘만세’를 불렀다는 증언도 나온다.도오이케는 “패전 후 16일경 낯설고 작은 깃발을 치켜들고 (일본인들이) 만세!만세!하는 외침이 온 읍내에 넘쳐났다”면서 “일장기와 비슷한 태극기,어느새 만들었을까.어린아이까지 한 사람도 일본어로 말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일제의 행태를 반성하는 기록도 일부 담겼다.교사였던 나카노는 “조선에 살던 시절 식민정책의 일익을 담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오늘날에도 그것을 지속하려는 일본인이란 무엇일까?나는 부끄러움에 견딜 수가 없다”고 적었다.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은 “광복 40년이 지난 시점에 기록해 일부 불명확한 기록이 포함됐을 수도 있지만 기록물로서 가치가 크다고 본다”면서 “일제강점기 한국 거주 일본인들의 생활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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