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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가 사람을 많이 모으고 있다.이 개신교 극우 세력의 중심에는 손현보 목사가 있다.전광훈에 비해 교계의 인정을 받는 그는 다음 전장을 노린다.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쥔 사람은 기뻐 보였다.“이야,사람 엄청 많네!”라며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큰 소리로 읊조렸다.헌법재판관을 비하하는 표어를 든 옆 사람이 흐뭇한 얼굴로 맞장구쳤다.“그러니까.광준데도.” 군중이 몰린 광주 금남로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참가자들은 연사의 말끝에 “아멘!”을 외쳤다.나부끼는 깃발과 먼지가‘오월길’이라는 표지판을 자꾸 가렸다.극우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2월15일 광주‘국가비상기도회’광경이다.세이브코리아 대표는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다‘제2의 전광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로 꼽힌다.

이날 광주 집회에 경찰 추산(비공식) 3만명이 들었다.연사들 가운데에는 “광주 출신”이라고 밝힌 이도,“광주의 민심이 감격스럽다”라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그러나 집회는 광주 시민들의 여론을 대표하지 않았다.이 행사 직후에는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다.세이브코리아 집회 참가자 다수는 전국 각지의 교회를 중심으로 버스를 빌려 광주로 모였다.온라인상에는 “오전 9시 동대구역 앞에서 광주로 출발” 등 이들의‘원정’계획을 적어둔 게시물이 여럿 남아 있다.이렇게 각 지역에서 광주로 모여든 버스는 수십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실제 집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울·인천·대구·충남·경북·경남 등 제각기 다른 곳에서 왔다고 말했다.광주 출신이라고 밝힌 이는 소수였다.“대구 집회에 가시지 않았어요?” “광화문에서 뵌 것 같은데?”라며 반가워하는,전국의 아스팔트 위에서 면식을 익힌 이들의 조우도 몇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세이브코리아는 매주 토요일 전국 각지에서 기도회라는 이름의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열어왔다.버스 원정으로‘화력’을 집중하는 지역은 매번 바뀐다.제 세력을 뽐내고‘전국 모든 지역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높다’고 선전하려는 전략이다.1월25일 여의도,2월1일 부산,2월8일 대구에 이어 2월15일 주된 거점은 광주였다.2월22일에는 대전,3월1일에는 다시 서울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전광훈에 비해 손현보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다.그가 담임목사를 맡은 부산 세계로교회는 부산 강서구에 있다.외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교회는 급격히 성장해왔다.손현보 목사나 그 추종자들은 손 목사의 적극적인 전도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성공했다고 풀이한다.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인근 재개발사업 덕에 인구가 몰린 덕”이라고 설명한다.양쪽 생각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세계로교회는 매주 노인과 환자,토토사이트 ap아동에게 목욕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전도를 펼쳐왔다.교회 근처에서 주로 손님을 태운다는 부산의 택시 기사는 “예전에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는데,공단이 들어오고 나서 교회가 확 커졌다.일요일에 택시를 타고 교회로 향하는 손님도 많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예배 강행해 주목

‘부산에서 교회를 성장시킨 인물’정도로 알려져 있던 손현보 목사가 일약 전국구 인사로 떠오른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그는 정부의 대면 예배 금지 방침을 거부했다.2021년 1월 부산 세계로교회는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부산시는 교회 폐쇄 조치를 했다.손 목사는 교회 앞마당에 의자를 깔고 예배를 이어가는 한편 법원에 교회 폐쇄 조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재판부는 “(부산시 조치는 예배) 장소와 방식만 제한하는 것으로,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신청을 기각했다.이후 손현보 목사는 TV와 라디오에도 출연해 정부 방역 지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이 행보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연상케 한다.2020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예배 명목의 집회를 열어 교인들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은 일이다.



그런데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공동대표는,똑같이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웠으나 교계에서 전광훈·손현보 두 사람의 이미지는 판이했다고 말했다.“전광훈은 사익을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손현보의 비대면 예배 거부는 교회를 지키기 위한‘자기희생’으로 비쳤다.” 언론 노출도,대중적 인지도,정치인들과의 관계를 따지면 전광훈이 더‘거물’처럼 보인다.그러나 대형 교회 목사나 교계 주류 인사,여타 개신교인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게 정 대표를 비롯한 여러 교계 인사들의 설명이다.손현보 목사는 고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교단에 속한 정통에 속한다.불분명한 경로로 목사가 되었고,이단 논란까지 겪은 전광훈 목사와 비교된다.

손 목사와 같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에 속한 정병오 대표는,사회적 물의를 빚었으나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방역 지침 거부마저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정 대표의 말이다.“고신은 일제강점기 신사 참배를 거부한 이들이 세운 교단이다.이건 민족주의의 발로라기보다는 우상숭배 거부가 핵심이다‘국가가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예배 양식을 지켜야 한다’는 게 고신의 지론이다.신학적으로 보수적,근본주의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이런 면에서 손현보 목사의 예배 강행은 반문재인 집회를 칭한 전광훈과 달리 극우 교인뿐만 아니라 교계 전반의 공감을 받기 쉬웠다.” 실제 손현보 목사가 방역 지침 거부로 갈등을 빚은 뒤인 2021년 3월,고신총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에 현장 예배 제한 명령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팬데믹 시기 이름을 알린 손 목사는 지난해 10월27일에 연 행사로 교계 중심인물이 된다.행사 공식 명칭은‘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서울시청과 여의도 일대에 개신교인 23만명(경찰 추산)이 모여들었다.이‘기도회’는 여러 주제를 내세웠으나 본론은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였다.공동대회장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이 맡았다.오정현 목사는 “최근 (동성 부부) 피보험자 부양이 통과되지 않았나.이런 걸 성경적으로 틀렸다고 하면 소수자 인권을 빙자해 혐오 발언이라고 한다.우리가 사역을 할 수가 없다.동성애 확대법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실행위원장을 맡은 손현보 목사는 이날 직접 연단에 서거나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았다.그러나 이 집회를 처음 제안하고,대형 교회와 주요 교단의 참여를 설득한 주역이라는 사실을 교계 모두가 알았다.



10·27 집회는 세이브코리아의 산파였다.이 집회를 계기로 손현보 목사는 한국 개신교 주류의‘공인’을 얻었다.전광훈 목사가 반문재인 정부 세력의 대표 주자로 이름을 떨치면서도 끝내 보수 교계의 공개적 신임을 획득하지 못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2월15일 세이브코리아 대구 집회 사회자였던 이동수 은퇴장로는 “세이브코리아는 10·27 집회에서 시작했다.그 전신은‘거룩한방파제’다.주로 동성애 반대,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하던 단체였다”라고 말했다.

이 은퇴장로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했다.“전광훈 목사님이 우리 한국 자유 우파 진영에 끼친 공은 물론 크다.그러나 사실 전 목사님과 섞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보수적인 기독교인 중에서도 많았다.발언이 너무 과해서 그와 말 섞다가는 망신이라고 생각했다.(공을) 인정은 하지만 공조는 안 하려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도 이 사실을 알았다.그는 종종 집회에서‘나 혼자서 문재인 정부(혹은 민주당,공산주의 등)와 싸우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교회 개혁 활동가들은 대형 교회와 주류 교단들이 전광훈의 폭주에 침묵한다고 비판해왔지만,그 침묵을‘동조’라고 넘겨짚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이런 와중 지난해 10월27일을 기점으로,반동성애를 내세운 부산 지역의 목사가 단숨에 보수 교계의 적자로 떠오른 것이다.

손현보 목사가 전광훈 목사보다 평판이 좋을 이유는 다양하다.그는 상대적으로 교계 엘리트에 속하고,전 목사에 비해 언행이 거칠지도 않다.교회를 급격하게 성장시킨 이력 역시 무게를 더한다.하나 더 있다.전광훈 목사는‘반문재인’이라는 노골적인 정치운동으로 떠올랐다.정부와 척져서 좋을 게 없고,여러 성향의 교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대형 교회로서는 적어도 대놓고 전광훈 목사를 옹호하기에 부담스럽다.반면 손현보 목사가 10·27 집회에서 들고나온 반동성애라는 기치는 오늘날 한국 교회 다수의 핵심 어젠다다.



동성애 반대는 적지 않은 개신교인에게 폭넓게 지지받고 있다.교회 밖에서는‘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살 만한 발언도 교회 안에서는 거리낌 없이 나오고,비판 목소리는 파장이 크지 않다.정병오 기윤실 공동대표는 교계에서 반동성애가 평신도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가 된 이유로 한 가지 설명을 제시했다.“성경에 적힌 죄는 무수하다.그런데 동성애는 많은 사람들이‘자신이 지을 수 없는 죄‘자신과 무관한 죄’로 여긴다.기독교인도 거짓말하고,타인을 미워하고,경제적 부정을 저지른다.교회는 낙태를 반대하지만 실제 낙태하는 교인이 없겠나?동성애를 콕 집어 정죄하는 건 이런 죄와 다르기 때문이다.”

신앙이 된‘반공주의’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목사이자 개신교 근본주의를 연구해온 신학자다.배 원장은,한국 교회에서 동성애 논란은 부패한 주류 교계가 의도적으로 조성한 전선이라고 말했다.“미국과 달리 한국은 오랜 기간 동성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교회 내에서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다.그럼에도 교계에서 날 선 반응이 나오는 까닭은 희생양을 찾기 위해서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들어 개신교의 성장이 멈추기 시작했다.교회 세습 문제,일본마작 규칙성추문 등 다양한 스캔들이 불거지며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보수정당과 개신교 간의 유착에서 나온 특혜도 줄었다.배덕만 원장은 “이 상황에서 교계가 들고나온 카드가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음해 세력이 교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동성애라는 가상의 강한 적을 설정해서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교회의 윤리적 우위를 내세우는 전략이었다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배 원장은,10·27 집회가 손현보 혼자 기획해서 갑자기 터져 나온 돌발 사건이라고 보지 않는다.이 집회는 짧지 않은 기간 각 교회와 교단,목사들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작업을,한데 모아 분출시킨 행사다.말하자면 보수 교계에 손현보 목사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 인물인 셈이다.

손현보 목사는 코로나19에서 10·27 집회로,세이브코리아의 탄핵 반대 집회로 전장을 옮기며 점점 몸집을 키우고 있다.코로나19 예배 강행은 고신 교단의 오랜 전통과 맞닿아 있고,상대적으로‘신앙’의 관점에서 정당화하기 쉽다.동성애 반대 집회는 대형 교회 목사들의 실질적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그러면 현재 그가 부르짖는‘반공’은 개신교와 어떤 관계인가?배덕만 원장은 “손 목사가 더 큰 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동성애 문제는 기독교인들만의 비즈니스다.윤석열은 한국 보수 전체의 문제다.그런데 국민의힘은 사분오열하고,전광훈은 호불호가 너무 갈린다.앞장서는 사람이 없는 와중에 선수를 쳤다.”

개신교인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광주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가자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광주 출신 60대 남성인 한 참가자는 “자녀들이 교회를 다니는데 전교조가 세뇌를 시켜서 신실하게 믿지 못한다.결국 정의가 승리하고 하나님이 정리해주실 것이다.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대구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교회 버스를 타고 집회에 참석했다고 했다.그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도저히 민주당을 놔둘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하나님과 민주당의 연관성에 대해 묻자 “공산주의는 교회를 억압한다”라고 답했다.



일견 수수께끼 같은 이 연결고리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배덕만 원장은 “극우 개신교인에게 반공주의는 정치 이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신앙”의 일부라는 것이다.배 원장에 따르면 그들에게 이‘싸움’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첫째,북한 김일성 정권의 탄압으로 교회 재산을 빼앗기고 남한으로 향하며 가진 적개심의 발로다.한경직 목사로 대표되는 북한 출신 반공적 개신교인은 교계 주류를 형성했다.둘째,대한민국에서 지난 70년간 누려온 기득권을 되찾는 것이다.배 원장은 “코너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들듯” 두려움에 휩싸인 보수 개신교가 극단주의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했다.반방역 지침에서 반동성애,반탄핵으로 나아가는 손현보 목사의 행보는 이런 토양에 비춰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손현보 목사의 다음 전장이 어딜까?이미 그는 탄핵심판 이후 새로운‘비전’을 일부 드러냈다.세이브코리아 집회 사흘 뒤인 2월18일‘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서 손 목사는 “교육법을 바꿔 기독교 대안학교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한국이 기독교 국가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그는 한국의 공립학교가 “반성경적”이고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진화론에 세뇌당한다”라고 말했다.“한국 사회 출산율보다 세계로교회 교인 출산율이 3배쯤 높”으니‘기독교 학교’에 정부 예산을 들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기독교 국가가 된다”라고 말했다.

개혁적인 교계 인사들은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고 조롱해왔다.그가 이단이라며‘목사’칭호를 붙이지 않는 이도 있다.손현보 목사에 대해 논할 때는 그렇지 않다.그는 자격을 갖춘 목회자이며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인물이다.그렇기 때문에 보수 교계가 봐도 탐탁지 않은 전광훈 목사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반공’이나‘반이재명’을 말하는 손 목사의 메시지는 분명 거칠다.교계 밖 시민이 받아들이기에 어림없는 논리를 구사하기도 한다.하지만 2월15일 광주 집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 칭하고,현 국면이 “좌파나 우파,동서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만큼의 유연성을 손현보 목사는 갖추었다.이것은 개신교 극우의 얼굴이자 위기를 맞은 극우 정치의 마지막 비빌 언덕이었던 전광훈 목사에게서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운‘덕목’이다.

상대적으로 세련된 듯한 이 극우 목회자의 꿈은 그러나‘기독교의 얼굴을 한 북한’에 가까워 보인다.2월18일 기도회에서 나온 손 목사의 말이다.“북한 아이들은 유치원 다닐 때부터‘위대한 김일성 동지’라고 말한다.우리 애들은 왜 못하겠는가?어릴 때부터 바른 성경,기도,역사,가치관을 가르쳐서 이 세상을 바꿔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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