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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도 도입 앞서 회계자료 비치 여부 제출 요구
미보고·현장조사 거부한 노조들에 과태료…39곳과 재판 중
법원 판단 엇갈려…"고용부에 보고해야" vs "과태료 부적법"
정부·노동계 모두 "끝까지 판단 받아보겠다"…이의제기 이어져
양대노총,3년 연속 공시는 참여…금속노조 등 일부는 보이콧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지난 2023년 4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회계자료 미제출'과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2023.04.21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지난 2023년 4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회계자료 미제출'과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2023.04.21.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양대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노사법치주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노동조합 회계공시에 3년 연속으로 참여하기로 하는 등 정책이 현장에 안착됐다.

하지만 회계공시 도입 이전 노조에 부과된 과태료를 둘러싸고 법정싸움이 계속되면서 노정갈등이 아직 확실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및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현재 전국 법원에 제기된 노조 회계와 관련된 과태료 약식재판은 39개다.

노조 회계공시가 뭐기에…"참여 안 하면 세액공제 못 받는다"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노조의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정부의 회계공시 시스템에 공표하도록 하는 제도로 2023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회계 공표가 의무는 아니지만,정부는 사실상 벌칙 조항으로서 이를 세액공제와 연계했다.조합원 1000명 이상인 양대노총은 해당 시스템에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비의 15%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해당 노조 또는 산하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 받는 상급단체,프로토승부식와이즈토토상세정보산하조직 등도 함께 공시해야 세액공제 대상이기 때문에 양대노총 산하노조가 회계를 공시한다고 해도 상급단체인 총연맹이 공시하지 않으면 해당 산하노조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정부는 본격적인 제도 도입에 앞서 2023년 2월 노조들에 회계장부 제대로 비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부 표지 1장과 장부 내용 중에 부담이 없는 속지 1장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조 자주성 침해"라고 반발하면서 대상 노조 63.3%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같은 해 4월 장부 비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으나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고용부는 ▲회계장부 비치를 보고하지 않은 것(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현장조사를 거부한 것(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 등 두 가지 사유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회계자료 비치 여부 보고 안 하면 노조법 위반?…노정 모두 "끝까지 가겠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정부가 노조에 회계장부 비치 여부를 보고하라고 할 수 있는지,또 노조들이 이에 응해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는지다.노조법 제27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당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노조들은 정식으로 과태료에 대한 이의제기를 제기했고,현재 법원의 판단을 받은 사건은 총 10건이다.

법원은 그 중 한국노총을 포함한 4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부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노총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과태료57단독 황지애 판사는 "행정관청이 노조의 결산결과와 운영을 '제출'해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구 노조법에서 '보고'하도록 개정된 이유는 노조의 자율적 운영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일반적으로 보고와 제출이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노조의 보고의무를 자료제출의무와 동일한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노조법 제96조 제1항 제1호는 '서류를 비치 또는 보존하지 않은 자'에 대한 과태료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만일 서류를 비치하지 않았거나 보존에 미비가 있었다면 이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면 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제출 요구 서류 중 일부가 제출되지 않은 것을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면,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이유로 노조가 작성,비치,보존하는 서류에 대한 제출을 사실상 무한정 허용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023년 4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입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의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자료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023년 4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입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의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자료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2023.04.21.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등 6개 노조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같은 사안을 두고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통상 과태료 처분사건은 처분 60일 이내에 이의제기 시 관할 지방법원에 재판이 회부되며,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이 판단에 불복할 시 즉시항고 할 수 있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끝까지 가보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제 결정이 나오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며 "하나의 사건만을 가지고 (당시 과태료 부과가) 법리에 맞니 안 맞니 논할 계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 역시 "산하 노조 사건까지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대리를 하고 있다"며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일단은 정부 공시 응하지만…금속노조 등 이탈 움직임도

법정 싸움과 관계없이 올해도 양대노총 모두 정부의 회계공시에는 응한다.

가장 큰 이유는 '세액공제'다.양대노총 산하노조가 회계를 공시한다고 해도 상급단체인 총연맹이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이 박탈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2023년 월평균 임금인 364만원을 기준으로 급여의 1.5%를 조합비로 납부하는 경우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액은 약 9만8280원이다.노조가 회계공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합원 개인이 10만원가량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책의 정당성을 두고 내부 이견이 계속되자,탑섬카지노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열린 제82차 정기대의원대회에 '회계공시 거부 결의의 건'을 안건으로 부쳤다.결과는 재적 과반 468명(재적인원 935명) 중 찬성 394명으로 '부결'이었다.회계공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 위원들은 26일 "회계공시제도는 윤석열 정권이 노조 혐오를 조장하고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줘 노조의 조직적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한 제도 개악"이라며 "민주노총 중집은 회계공시 제도 폐기를 위한 투쟁을 지속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연맹 차원의 결정과 별개로 일부 산하노조에서는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계공시를 하지 않을 예정이며,민주노총의 최대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는 내달 5일 중집에서 회계공시 보이콧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세액공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조합비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조합원들의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회계공시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개악 정책이기도 하니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다.내부에 찬반 의견이 있으니 일단은 중집에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제1·2 산별노조인 두 노조가 동시에 회계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회계공시율은 9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회계공시율은 제도 도입 첫 해인 2023년 91.5%였으나 지난해 금속노조와 민주일반연맹이 불참하면서 90.9%로 소폭 하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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