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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서울자들] 제주로 이주한 문성윤 작가 이야기'서울공화국'은 정치,사회,교육,문화 등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인구를 풍자한 말이다.나는 약 5년간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살았다.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동경하며 강릉에 집도 구했었지만,결국 서울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회귀했다.

딜레마를 겪으며 '탈서울' 한 전국의 청년들을 찾아가 인터뷰와 사진 촬영 작업을 시작했다.그들과 왜 서울을 떠났는지,지방에 살면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수익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지,삶의 가치를 어느 쪽에 두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기자말>

때로 우리는 우연이 이끄는 길 위에서 사랑을 만나고,그 사랑은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에서 시작됐다.2018년 늦가을,회화 작업을 위해 서울을 떠나 제주에 왔던 문성윤 작가는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던 중,차가운 제주도의 도로 한복판에 버려져 있는 새끼 강아지를 발견했다.

한평생 그림 작업만 생각해왔던 그녀의 인생에 불치병을 앓는 강아지를 만난 건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경제활동과 회화 작업,간병을 병행하며 강아지 우유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갔다.그리고 그 존재는 문 작가에게 그림만큼 중요한 것,'사랑'을 알려 주었고,갤러리아 토토 주소그녀와 남자친구를 '가족'이라는 형태로 연결해주었다.그런 그녀를 지난 2월 24일 인터뷰 했다.

이중섭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제주의 삶

▲  문성윤 작가 ⓒ 이보슬
- 서울에 살다가 제주도에는 어쩌다 오게 된 건가요?

"태어나서 대학생 때까지는 서울 부모님 집에서 살았어요.대학원에 가면서 홍대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죠.그러다 2019년 2월,이중섭 미술관 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제주에서 생활하게 됐어요.

선정 전까지는 서울에서 작가로서 활동했는데,스튜디오 입주를 기점으로 제주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어요.결국 2021년,와우 포커 디시서울 집을 완전히 정리하고 제주로 이주하게 됐죠."

- 돈,인프라,교육이 아니라 그림 작업이 터전을 정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게 흥미로워요.

"저에게 예술,그림을 그리는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나' 그 자체예요.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자연스럽게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하면서 '이게 내 길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죠.

처음엔 단순히 좋아서 선택한 길이었지만,계속 작업을 하면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힘든 순간도 있었지만,결국 다시 붓을 잡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디에서 내가 가장 온전히 작업할 수 있는가'가 제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된 것 같아요."

불치병에 걸린 강아지 '우유'를 만나다

▲  강아지 우유(위) 유골함과 강아지 또띠아(아래) ⓒ 이보슬
- 그런데 제주에서 강아지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요?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꾼 계기가 강아지였어요.2018년 늦가을,제주도가 좋아서 자주 여행을 오던 때였어요.서울에서 만나 연애 중이던 남자친구(현 남편)는 그당시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어느 날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도로 옆 농배수로 안에 있는 작은 흰색 뭉치를 발견했어요.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가까이 가보니 새끼 강아지였어요.깊고 축축한 배수로 안에서 누워 있었죠.

제주는 전국 유기동물 발생 1위 지역이에요.이렇게 버려진 강아지들이 들개가 되기도 하고,pc게임 추천보호소로 가면 대부분 안락사 되는 현실이죠.강아지를 구조하며 많은 고민을 했어요.저는 강아지를 만져본 적도,키운 적도 없었거든요.그렇지만 보호소로 데려가기도 싫었어요.갈등을 하던 중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한 경험이 있는 남자친구가 덤덤하게 '내가 키울게' 하더라고요.

구조 첫날 굶주렸을 아이에게 처음으로 우유를 줬어요.그 우유를 먹고 기력을 찾은 새끼 강아지에게 '우유'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견종은 진도 믹스였어요.우유를 데리고 온 얼마 후부터 상태가 이상한 걸 알게 됐어요.더운 날도 아닌데 자꾸 헥헥거리고,상태가 점점 나빠지더니 결국 병원에 갔는데 병명을 찾지 못하는 불치병이었어요."

-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요?

"제주도에 있는 모든 병원을 다 가보고,서울의 큰 병원까지 갔지만,아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어요.피가 계속 깨지는 병(혈소판 감소,이상 수치)이었는데 모든 치료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원인도 찾지 못했죠.결국 미국까지 관련 자료를 보내봤지만,치료 사례가 없는 희귀병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때부터 제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강아지는 항상 응급상태였고,산책을 잘 하다가도 흥분하거나 면역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픽 쓰러지곤 하며 수혈을 몇 번이나 해야 됐어요.밤에는 한 시간마다 저와 남자친구를 깨웠어요.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새벽에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요.그러면서도 저는 전시 준비와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어요.

강아지를 돌보면서도 새벽 첫차를 타고 작업실에 가서 작업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점점 지쳐갔어요.남자친구와도 충돌이 많았어요.저는 우유가 제 인생에서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작업을 위해 제주에 왔는데,점점 강아지에게 묶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시 기회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우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남자친구도 생계를 위해 민박을 오픈했는데,다행히 잘 운영돼서 우유의 치료비를 마련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4년여 동안의 투병 끝에 2023년 1월,우유가 세상을 떠났어요.응급 상황 속에서도 기적처럼 살아왔고,별명도 '기적의 우유'였는데,결국 끝까지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보내야 했어요.정말 많이 울었어요.처음으로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경험했거든요.우유를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만들어 졌던 것 같아요.그렇게 함께한 아이가 떠나고 나니 너무 힘들었어요."

▲  문성윤 작가의 자화상(좌 상단)과 강아지 또띠아,문성윤 작가 ⓒ 이보슬
새로운 형태의 관계와 사랑

- 강아지가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었네요.

"네,남자친구와 저는 원래 결혼 계획이 없었어요.그런데 우유가 떠난 후 1주기를 앞두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결국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죠.우유가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관계와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알려주었으니까요.

그렇게 신고를 하고 나니까,마음속의 응어리가 조금씩 사라졌어요.그리고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둘이 함께 여행을 떠났어요.우리는 원래 여행을 좋아했는데,우유가 아팠을 동안엔 여행을 못 갔거든요."

- 다시 강아지를 키울 생각은 없었어요?

▲  강아지 또띠아,문성윤 작가(우)와 남편(좌) ⓒ 이보슬
"처음엔 전혀 없었어요.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다른 강아지들을 볼 마음이 생겼어요.그러던 중,1년 넘게 입양되지 않은 강아지를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남편은 강아지를 다신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그 아이 사진을 보더니 '한 번 보러 가볼까?'라고 했어요.처음 본 순간부터 이 강아지와 가족이 될 거 같았어요.곧 뉴욕으로 입양을 가게 될 것 같다고 저희에게 연락이 왔어요.그순간 그 아이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렇게 2023년 4월,'또띠아'를 입양했어요.우유와는 정반대로 친구들을 좋아하고 건강하고 활발한 아이예요.우유가 일깨워준 가족의 의미를 또띠아가 이어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그래요.제가 요즘 웃음이 많아졌대요.제 삶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지만,제주에서 강아지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방식의 사랑과 행복을 배웠어요.요즘엔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또띠아와 남편과 산책을 나가며 제주의 풍경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좋아요.바다,녹차밭,섬.그리고 나의 가족."

▲  Black Island 1,캔버스에 아크릴,블랙파우더,2019,문성윤 ⓒ 문성윤
문 작가는 제주에 와서 흑연과 블랙파우더로 그려낸 'Black Island'(검은 섬) 시리즈를 발표했다.그녀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땐 무겁고 어두운 무채색이 보였다.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 다양한 색채가 녹아들어 있는 듯한 풍부함이 느껴진다.

블랙은 모든 염료가 혼합되어 탄생한 색으로,그 안에는 무한한 감정과 강력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우연히 만난 한 생명을 통해 경험한 사랑과 상실,그리고 치유의 이야기가 그녀가 덧칠한 검정 안에 담긴 채 가장 강렬한 힘과 영감을 솟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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