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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연·한국증권학회 정책세미나 개최
이복현 “상법 개정과 경영판단의 원칙 제도화 필요”
윤석열 정부가 연초부터 군불을 때던‘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 작업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윤석열 대통령을 시작으로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 인사들이 상법 개정을 시사해 오더니,법 개정 추진에 앞서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후원을 받아‘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시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인‘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더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기조 발표를 맡은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일반주주로부터 지배주주로 부가 이전되며‘n분의 1 원칙’(주주 평등 원칙)이 붕괴한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이런 이해 상충 상황은 지배주주가 개인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노골적인 사익 편취 행위를 비롯해,상속 등을 목적으로 한 합병·분할과 중복상장 등을 가리킨다.
그간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그 한계가 또렷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김 교수는 “핵심은 주주 간 부의 이전 문제인데 이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다 보니,공정 경쟁을 제한하는지가 법적 다툼의 관건이 되곤 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또 2015년부터 직접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공정거래법에 추가됐지만,“5조 이상 기업 집단에만 적용돼 일반 상장사는 대상이 아닌 데다가,기계적 기준이 적용돼 기업들이 회피하기가 쉬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대기업집단 소속 계열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 계열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는데,클럽 블루밍이를 회피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을 19.9%로 맞추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일반적인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제안했다.나현승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이날 발표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는 주주에 대한 의무를 명시하지 않고 있고,과거 판례도 이사의 의무를 주주와 구분하여 회사에 한정하고 있다”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추가해 이사회가 주주 이익 보호의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같은 상법 개정으로 일반주주에 의한 무더기 소송이 제기될까 우려하고 있다.경영진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이 용이해질 수 있어,경영적 판단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상장사 153곳 가운데 61.3%가‘상법 개정 뒤 주주대표 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클럽 블루밍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2.9%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44.4%)하거나,클럽 블루밍철회·취소하겠다(8.5%)는 내용의‘기업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경영판단 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하면 기업 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배임죄는 위임 관계가 있어야 성립하는 데 반해 충실의무는 위임 관계에서만 인정되는 건 아니”라며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일반 경영 상황에선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계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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