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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TV 시리즈‘그린 호넷’카토 역할로 얼굴을 알린 뒤 홍콩에 돌아온 그는‘당산대형’(1971)‘정무문’(1972)‘맹룡과강’(1972)‘용쟁호투’(1973)까지 생전 단 4편의 쿵푸 영화를 남겼다.
인기 절정이던 1973년‘용쟁호투’의 개봉을 앞두고 그가 뇌부종으로 33세에 돌연 사망하자,홍콩 영화계에선 닮은꼴 찾기가 시작됐다.버마의 쿵푸 도장 사범 출신 여소룡(브루스 레)부터 대만계 체조 선수 겸 체육 교사였던 허쭝다오(브루스 라이),남아공 월드컵 소리훗날 주성치의‘쿵푸허슬’(2004)에도 출연한 홍콩 스트리트 파이터 출신의 양소룡(브루스 량) 등이다.한국에서도 배우 문경석이‘거룡’(드래곤 리)이란 예명으로 가세했다.
아류가 난무하며 영어 이름‘브루스’와 영단어‘익스플로이테이션’(Exploitation,유행을 타고 아류작이 쏟아지는 현상)을 합성한‘브루스플로이테이션’이란 신종 장르까지 생겼다.
지난 19일 개봉한‘이소룡-들’은 이소룡의 아류 배우들이 액션영화계를 누볐던 당시를,감독과 배우 등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텍사스 전기톱 학살: 충격적인 진실’(2000) 등 20여년 간 100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다들 차기 이소룡을 원했다.해외 배급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다들 죽은 이소룡 영화만 찾았다.”(홍콩 감독 하지강)
“누군가 내게‘이소룡과 닮았다’며 큰 선글라스를 주고 머리도 바가지 스타일로 바꾸자고 했다.”(배우 여소룡)
글로벌 스타가 된 청룽(成龍,·성룡)도 무명 시절‘정무문‘용쟁호투’의 스턴트 단역을 거쳐‘신(新)정무문’(1976)에서‘차기 이소룡’으로 소개되며 주연 데뷔했다.중화권 무술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관객들이 동양인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한 점도 아류작 양산을 부추긴 이유로 꼽힌다.
제작진은 2017년부터 7개국에서 모방 배우들을 비롯해 영화감독·프로듀서·배급 관계자 30인 이상을 인터뷰했다.
“어릴 때 비디오 가게에서 이런 영화들의 비디오테이프 커버를 많이 봐왔다”는 그레고리 감독은 “그 수백편의 영화를 단순히‘이소룡 아류작’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취재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브루스플로이테이션’에 대해 그분들(모방 배우)의 심경이 복잡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들은 모두 이소룡을 대단히 존경했다.그들의 의도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것이었지만,고인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었다.이소룡은 세상에 없지만,힘은 여전히 대단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마릴린 먼로나 제임스 딘도 이소룡만큼 강력한 아이콘이지만,그들을 닮은 사람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수백 편씩 쏟아져 나오진 않았다‘브루스플로이테이션’뒤에 있던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거대한 산업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이소룡에 관한 주변 증언도 흥미롭다.194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홍콩 배우로 각인된 그는 70년대 영국령이었던 홍콩에서 난세의 영웅으로 추앙 받았다.그는 자기 수련에도 엄격했다.그가 사망 전까지 강도 높은 전기충격 훈련을 거듭했다는 인터뷰도 나온다.그의 갑작스런 사망 원인이 두통약 과민반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일 시사회 무대인사에서 그는 “많은 분과 이 영화를 보며 추억에 잠길 수 있고,이소룡을 잘 몰랐던 세대는 왜 이소룡이 20세기 최고의 아이콘이었나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수입 계기를 밝혔다.
이경규가 MBC 예능‘몰래카메라’로 인기 절정이던 1992년,돌연 쿵푸 영화‘복수혈전’을 제작한 것도 이소룡의 영향 때문이다.그가 기획·각본·주연·연출까지 맡은‘복수혈전’은 흥행 참패했는데,남아공 월드컵 소리그는 나중에 “당시 강남 집값 수준이었던 사비 5억원을 날리고 야간업소로 밤일을 갔다”고 방송에서 털어놓았다.그럼에도 그는 다큐 개봉을 계기로 “나는 여전히 이소룡에 미쳐 있다.이소룡은 내 영혼의 한 부분”이라고 영화사를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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