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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 겸 소설가 김호준
‘대단한 건,말이었다’출간
학폭 등 왜곡된 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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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대단한 건,야구 비매너말이었다>를 낸 김호준 소설가가 국어 교사로 일하는 양산 보광고 교정에 앉아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었지만 잠재의식 속의 학교는 졸업이란 게 없다.나름대로 성공했어도 학창 시절에 공부를 못했다면 가슴 한쪽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열등감이 남아 있다.공부를 잘했지만 지금 내세울 게 별로 없다면 역시나 가슴 한쪽이 비어 있다.학교를 떠올리면 누구나 결핍된 부분이 하나씩은 존재한다.최근 출간된 김호준 소설가의 첫 단편소설집 <대단한 건,말이었다>는 주로 그런 학교에 관한 이야기다.

표제작‘대단한 건,말이었다’는 부장의 “축구하자”는 한마디에 부서원 전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식으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다.나는 학창 시절 전학 간 학교에서 사고를 친 적이 있었다.사건의 개요는 이런 말로 표현이 되어 있다‘녀석이 돈을 빌려달라는 말은 사전에 나오는 말과 달랐다.그냥 돈을 빼앗는 거였다.녀석의 싸우자라는 말은 여럿이 한 명을 폭행하는 거였다‘나는 아침을 먹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의자로 내려치자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나는 사전에 나오는 말 그대로를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다시 현실의 축구장으로 돌아와,부장이 공을 헤더로 막아내려고 높이 뛰어올랐을 때였다‘나는 공이 아니라 부장의 얼굴을 향해 머리를 들이댔다.공을 막기 위해 헤더를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되는 거였다.늘 말이 대단한 세상이니까’라고 소설은 마무리된다.세상의 부조리와 부당함에 부글부글 끓던 감정이 비등점을 넘기고는 폭발해 버린 것이다.그런 방식이 온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아무튼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이 통쾌한 서사다.

이 책에 실린 7편 중‘나만의 축제’는 군 후임으로 온 학교 폭력의 가해자를 응징하고‘병아리’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전부인 치열한 학교 현장을 고발했다‘슬픈 가마우지’는 임용고시를 합격하지 못하고 기간제교사로 출근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조리를 다룬 이야기다.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와서 우리 교육 현장을 고발하고 있었다.학교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문제 제기에는 100% 동의하지만 소설의 결말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이평재 소설가는 “어찌 보면 인간사의 참담한 현실적 분노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거짓의,부조리의 편이 되기에 이것도 문학이 할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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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건,말이었다> 표지.


누가 이렇게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이토록 거침없이 쏟아내는 걸까.프로필을 찾아보니 김 소설가는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다.이제 첫 단편소설집이 나왔지만 2017년 청소년 장편소설인 <디그요정>,2020년 교육에세이집 <울지 않는 아이>,2022년 시집 <시집에서 시가 흐르면>을 출간한 멀티플레이어형 중견 작가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양산 보광고,작가가 26년째 일하는 곳을 찾아갔다.그랬더니 그가 학생들이 쓴 시집과 문집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학생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는 일을 줄곧 해 왔더니 30권이나 된다고 했다.보광고는 전교생이 시를 쓴다.축구 선수가 아니어도 축구를 하듯이,야구 비매너시인만 시를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24년 보광고 1학년 학생들이 쓴 시집 <무지개 꾸러기들>을 펼치니‘여러분의 시에는 등급이 없었습니다.석차도 사라져 버렸습니다.국어교사라는 이유로 여러분의 시를 제일 먼저 읽는 기쁨을 맛보니 나는 정말로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편집후기가 눈에 들어왔다.<학교는 죄가 없다>라는 장편 소설을 거의 다 써 놨다고 했다.아무래도 그 책이 나올 때쯤 되어야 그의 소설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모양이다.2남 3녀 가족 중 바로 위 누나가 김혜영 시인이다.글·사진=박종호 기자

양산 보광고 시집과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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