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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11시45분.서울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여객기에 탑승한 강아지 한 마리가 적막을 깨고 짖자,기내에 있던 다른 강아지 수십 마리가 돌림노래 부르듯 동시에 짖기 시작했다.이에 동반 탑승한 견주들이 자신의 반려견을 조용히 시키려고 진땀을 뺐다.주변 눈치를 살피던 견주들은 여기저기서 비행 1시간 내내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이내 통제를 포기하고 여행을 즐겼다.
이전에 일반 항공편에 반려견을 동반해 탑승한 적이 있다는 박지원(33)씨는 “예전엔 기내에서 반려견이 짖을까 비행 내내 노심초사했는데,이번엔 탑승객 전부 애견인이다보니 신경이 덜 쓰여서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과 LG유플러스가 협업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반려견 동반 전용기’가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향했다.이번 운항은 지난 4월 첫 운항에 이은 두 번째로,내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전용기에는 견주 112명과 반려견 57마리가 탑승했다.이 비행기는 복도가 하나고 양 창가 쪽에 3개 좌석이 붙어있는 구조인데,창가 쪽에는 반려견을 앉히고 나머지 좌석은 견주들이 앉도록 했다.이날 탑승한 승객과 반려견 모두 17일 오후 같은 전용기로 김포공항으로 돌아온다.
이날 전용기에선 반려견이 사람처럼 한 좌석을 차지했고,이륙 15분 뒤부터는 목줄을 채운다는 조건 하에 반려견을 케이지에서 꺼내 견주와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했다.일반적으로 반려견을 동반해 비행기에 탑승하려면,케이지에 반려견을 넣어 앞좌석 밑 공간에 휴대수하물처럼 놓아야 한다.운항 중 케이지에서 반려견을 꺼낼 수도 없다.
반려견 한 마리당 견주 1~2명이 동반 탑승한다.견주가 한 명인 경우 왕복 44만원,두 명인 경우 66만원이다.서울 출발 제주행 일반 비행기 기준으로 견주 한 명이 반려견과 동반 탑승하는 경우,반려견 탑승에 붙는 추가 비용(항공사에 따라 왕복 2~6만원)을 고려하더라도 1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반려견 전용기 비용이 4배가량 비싼 셈이다.
그럼에도 전용기는 지난 4월 첫 운항 때 판매 7일 만에 매진됐고,이번에는 6일 만에 완판됐다.오는 8월에 3차 운항이 예정될 정도로 인기다.탑승객 김민정(26)씨는 “일반기처럼 반려견을 앞좌석 밑에 두면 짐짝 취급하는 것 같고,화물칸에 두면 비행 중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고,정다연(25)씨는 “옆좌석에서 직접 돌보며 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반려동물과 동반 탑승은 항공사와 기종에 따라 비행기 한 대당 최대 4~8마리로 제한됐다.반려동물끼리 서로를 인식해 짖거나 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놔야 해 특정 좌석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하지만 전용기에선 이런 제약들이 없다.이날 비행 중 근처에 있는 개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소리내는 일이 비행 1시간 내내 벌어졌지만,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탑승 가능한 반려견의 무게는 최대 7kg으로 제한되며,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종들의 탑승은 금지된다.반려견의 배변은 케이지에서 해결해되 주인이 화장실로 데려가서 뒷처리를 해야 한다.
이날 운항 중 가장 분주했던 건 응급 상황을 대비해 탑승한 수의사 왕윤정(37)씨다.출발 전 탑승구에서부터 평소와 다른 환경에 불안증 등 이상 행동과 과호흡을 보이는 반려견들이 여럿 나타났다.이륙 후 벨트 해제 신호가 표시돼 착륙 때까지 여기저기서 수의사를 찾는 견주들에 한시도 쉴 새가 없었다.문진을 하고 안정을 유도하는 보조제를 먹이며 응급 조치를 했고,다행이 별다른 응급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사용된 항공기는 보잉 737-800 기종으로 보통 승무원 4명이 탑승하지만,반려견으로부터 상해를 입을 경우 등을 대비해 5명이 탑승했다.특별히 반려견을 키우거나 익숙한 승무원들이 배치됐다.
비상 탈출시에는 개를 화물이나 휴대품처럼 취급해 사람만 탈출해야 한다는 서약서를 탑승객으로부터 사전에 받았다고 한다.다만 실제 상황에서 반려견을 두고 내리라는 승무원들의 지시를 견주들이 그대로 따르지 않아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책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전용기로 운항했지만 일회성 운항이기 때문에 다시 일반 여객기로 전환된다.이후 탑승할 일반 승객들을 위해 개 알러지 전용 탈취제 등을 사용해 수차례 소독하고,털 제거 등에 신경 써 여러 번 청소해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설명이다.
비행기 탑승에 앞서 김포공항 내 탑승구는 일반 손님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국내선 출발 구역 가장 가장자리인 20번 게이트에 마련됐다.견주의 통제를 벗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게이트 근처에 작은 울타리가 쳐졌다.공항 탑승구에 개 수십마리가 모여 있는 진풍경에 “개들도 공항에 들어올 수 있느냐”고 신기해하는 여행객도 많았다.
국내선이라 반려견에 대한 특별한 검역 과정은 없었다.보안검색 구역에서는 주인이 직접 안고 통과하거나 소지품처럼 반려견을 케이지에 넣어 컨베이어로 보낼 수 있다.이날 견주 대부분은 직접 반려견을 안고 통과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는 비정기적으로 운항하고 있지만 수요가 커진다면 향후 정기편으로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