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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대북 송금 관련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됐다.주 2~3회 법정에서 재판 3개를 받고 있는데 하나 더 늘었다.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6월24일 대표직 사퇴)가 이른바‘대북 송금 사건’으로 6월12일 기소됐다.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9~2020년,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농업에 IT기술을 접목) 사업비 500만 달러와 북한이 도지사 방북 비용으로 요구한 300만 달러를 합해 총 800만 달러를,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대신 내게 한 혐의다.김성태 전 회장이 돈은‘제3자’인 북한에 주었지만,사실상 공무원이던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준 뇌물이라는 논리다(제3자 뇌물죄).
기소에 앞선 6월7일,도지사 방북 업무를 담당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이 판결은 이화영 전 부지사 개인이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 등 뇌물과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외에도‘이화영 전 부지사가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경기도 대신 내게 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검찰은 이 판결 닷새 만에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다.
경기도의 최종 결재권자는 이재명 당시 도지사였다.쌍방울 측이 경기도가 내야 할 돈을 북한에 대신 납부했다면,이재명 당시 도지사도 이를 알고 있었을까?이에 대해 재판부(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는 “경기도지사에게 모두 보고했다”라는 설명을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서 수차례 들었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다만 판결문 각주에서‘스마트팜 사업비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보고했는지’여부는 쟁점과 직접 관련이 없어‘요증사실(입증을 필요로 하는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이재명 당시 도지사에 대한 보고 여부 자체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언론,검찰의 애완견처럼 왜곡 조작”
검찰은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며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다.이재명 대표 측 입장은 다르다.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김성태 전 회장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다.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해 계열사 주가를 띄우려고 스스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그 근거로 이재명 대표 측은‘국정원 문건’을 제시한다.2020년 1월31일자 국가정보원 블랙요원이 작성한 문건에는,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남 공작원 리호남(이호남)이 “대북 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 “쌍방울이 수익금을 1주일에 50억원(총액 미상) 전달하도록 할 테니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서 중국 선양으로 보내달라”고 제보자 김 아무개씨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문에도 해당 국정원 문건이 나온다.그러나 재판부는 문건 내용이 제보자 김 아무개씨 진술을 기초로 한 것일 뿐,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문건의 존재만으로 김성태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봤다.
이재명 대표는 기소 이틀 뒤인 6월14일 다른 사건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안부수 회장에 대한 판결(안부수 판결)은 북한에 송금한 800만 불이‘쌍방울 그룹의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사업의 대가’라고 판시하고 있다.그런데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내린 이화영에 대한 판결은‘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다’라고 판결하고 있다.그러면 언론에서는 왜 이런 점이 발생했나를 보도해야 되는 것 아닌가.…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 여기서‘안부수 회장’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을 말한다‘대북 사업 브로커’로 활동해온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지난해 5월 수원지법 형사15부가 내린 1심 판결에서 불법 대북 송금(외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안부수 판결문은‘범죄사실’부분에서,피고인인 안부수 아태협 회장에 대해 “평소 북한과의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노리던 김성태 전 회장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적는다.또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 등은 향후 북한으로부터… 쌍방울 그룹의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해 우선적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쌍방울 측 자금을 조선노동당 측에 “대북사업 로비 자금 또는 이행보증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계획”했다고 쓴다.판결문의‘인정사실’에는 주가 상승 관련 내용이 없다.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김성태 전 회장 측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대북사업을 추진했다고 검찰이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이와 관련해 지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범죄사실은 검사가 쓴 결론이긴 하지만,판사가 유죄로 인정할 때만 판결문에도‘범죄사실’이라고 쓴다.그게 아닐 때는‘공소사실의 요지’라고 쓴다.즉 판결문에 범죄사실이라고 적었다면,이는 재판부가 증거 조사를 거쳐서 유죄로 최종 인정한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부수 판결이 800만 달러 전체의 성격을 판단한 건 아니다.재판부는 2018년 12월경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측이‘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예전에 50억원 상당의 스마트팜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했고,이에 쌍방울 측이‘쌍방울 그룹에서 그 돈을 대신 내주겠다’는 취지로 답했으며,이후 2019년 1월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에게 2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그러나 이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 등이 “향후에도 대북사업을 우선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받기 위하여 조선아태위에 외화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모의”한 것으로 봤다.이와 별개로 재판부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2018년 12월 북한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미화 7만 달러를 건넨 혐의를 인정하면서 “대북 중개업자로서 자신의 지위를 북한 당국으로부터 재차 확인받아 이를 더 공고히 하고 향후… 북한 관련 여러 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 미리 북한 당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장윤미 변호사(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는 “이화영 사건 재판부는 쌍방울 등이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이 경기도를 위한 일이라고 사실상 단정했다.반면 안부수 판결은,쌍방울(또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 관계자들)이 대북 송금에 참여할 유인이 경기도와 별도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이화영 전 부지사 판결과 완전히 양립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예컨대 주가 상승을 노리고 대북사업을 잘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낼 수 있다),논리적 모순은 일부 확인되는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대로 쌍방울 측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을 냈고 이화영 전 부지사가 여기에 관여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이재명 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이화영 1심 판결은,쌍방울 측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급하기로 한 2019년 1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를 바꿔주어서,토토 참교육김성태 전 회장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김성태 전 회장 진술을 받아들였다.또한 쌍방울 측이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내기로 하고 이 중 70만 달러를 먼저 지급한 2019년 7월에도 역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를 바꿔주어서‘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서울 가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는 김성태 전 회장 진술도 인정했다.이에 대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6월13일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 통화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설령 통화가 사실이더라도) 두 사람(김성태·이재명)은 스스로 직접 통화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사이다,여기에 방점을 뒀어야지 어떻게 남이 바꿔주는 통화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하나?”
이화영 판결은 2018년 9월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최문순 당시 강원도지사가 포함된 반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제외되었고,이를 두고‘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박원순 시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이화영 전 부지사로서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도지사 방북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강한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반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민간기업에 부탁해서 북한에 돈을 주게 하면서까지 스마트팜 지원이나 도지사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든,이재명 대표에게든 없다고 반박한다.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과거 대북 송금이 문제 된 걸 아는 데다,2019년 9월 2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기까지 재판받느라 정신없던 시기에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을 통한 대북 송금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방북을 추진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이번에 기소됨으로써 이재명 대표는 총 4개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 등 허위 발언을 한 의혹(공직선거법 위반),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배임·뇌물),검사 사칭 관련‘이재명 대표를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고 허위 증언을 시켰다는 의혹(위증교사)으로 주 2~3회 재판에 출석하고 있었는데,여기에 대북 송금 의혹이 더해진 것이다.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재판들은 언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
“때려놓고‘왜 맞고 다니느냐’”
이재명 대표는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22%를 기록 중인 유력 대선주자이기도 하다(한국갤럽 6월11~13일 조사 결과,토토 참교육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요?”라고 썼다.헌법 제84조는‘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재판은‘소추’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라고 한 전 위원장은 주장했다.이는 학계에서도 해석이 갈리는 문제이다.다만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는 일 자체가 역사에서 흔한 경우는 아니다.
정치는 성문화된 제도와 규칙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미국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함께 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이렇게 적었다.“민주주의의 생존에 중요한 규범은 우리가‘제도적 자제’라 부르는 개념이다.” 제도적 자제란,제도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행동이라 해도,제도의 취지를 살펴 절제하는 태도다.만약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제도적 특권(예컨대 불체포특권)을 최대한 활용하려 든다면,“비록 그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기존 체제를 위태롭게 만들 위험이 있다”.
민주당은‘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의 당헌 제80조를 최근 폐지했다‘사법 리스크’를 안은 당대표의 연임을 염두에 둔 개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민주당은 사법 리스크 자체가 부당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이재명 대표를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해온 한 인사는 “처음에는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사건으로 시작했는데,이재명을 옥죄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변질되면서 대북 송금 사건으로 가지 않았나.사법 리스크를 문제 삼는 것은,비유하자면 사람을 때려놓고‘왜 맞고 다니느냐’고 문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이화영 전 부지사가 지난해 6월‘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 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지난 4월,이 진술이 검찰청 술자리에서 회유를 받아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검찰은 지난해 9월 대북 송금 사건과 백현동 의혹으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청했고 국회는 이를 가결시켰지만,토토 참교육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제1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힘을 얻은 순간이었다.
민주당은 검찰 비판을 넘어,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를 포함한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박찬대 원내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을 비판한 민주당 김승원 의원(판사 출신)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심판도 선출해야.”라고 쓰기도 했다.
대장동 등 사건에서 이재명 대표를 직접 대리한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이재명 대표 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한 이건태 변호사는 이번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되었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이건태 의원은 6월14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대북 송금 사건이 왜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수원지법에 배당됐는지 따졌다.두 의원을 포함한 소위‘대장동 변호사’출신 의원 5인(박균택·이건태·양부남·김기표·김동아)은 대북 송금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균택 의원은‘이재명 대표 의혹을 직접 변호한 법률가 출신 의원으로서 이러한 활동이 이해충돌이 아닌지’묻는 질문에 “검찰의 범법적 행태를 고치기 위한 것이지 이재명 대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를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로펌으로 전락시켰다”라고 비판했다.민주당 내에서도 “법무법인 더불어민주당이냐” “이러려고 대장동 변호사들에게 공천을 줬나”라는 자조가 나온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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