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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필수의료 외 진료·수술 중단
환자들 "확신 없이 왔다가 불안한 기다림"
의사협회,연세대 의대도 휴진 예고
"일단 병원에 오긴 했는데 오늘 결과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암 검사를 한 딸(31)과 함께 17일 오후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윤모(64)씨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일찍이 산부인과를 찾았지만,병원 입구에 도착한 순간까지도 진료를 볼 수 있는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이날 대거 휴진에 돌입하면서 일부 환자들에게 수술·외래 연기 통보를 했으나,윤씨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윤씨는 "의사를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병원에 왔다"며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휴진 사실을 아예 모르고 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경우도 있다.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외래 관련 직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외래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결국 돌아간 환자들이 꽤 많다"며 "고령의 환자들은 자녀 휴대폰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아 예약 문자를 받지 못해 더 혼선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이날 오전부터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최근 설문 조사에서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강남센터 소속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휴진 찬성 의사를 낸 만큼,동참 인원은 적지 않다.교수들이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의대 정원 재논의를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까지 고려하는 상황이어서,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서울대병원 인근 서울대의대에서는 집단 휴진 첫날을 맞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교수와 전공의,중국 도박전임의,의대생 80여 명은 이날 오전 의대 융합관 앞에 모여 "정부가 망친 한국 의료 우리들이 살려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취소,2025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이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휴진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비대위는 '무기한 휴진'을 내세웠으나,휴진 기간과 관련해선 교수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 "필수 의료 유지된다지만."
교수들의 휴진 강행에 환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이날 대장암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모(56)씨는 "오늘은 와도 된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아직 마음을 놓진 못했다"며 "다른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지금 휴진하면 전 그냥 항암을 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소화기내과를 방문한 이모(70)씨도 "개인 일정이 있어서 진료 일자를 변경하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안 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오늘 방문했다"며 "충북 청주에서 3시간을 들여 병원에 오는데,앞으로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건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병원 구성원들도 교수들의 일방적 결정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분당서울대병원 행정 직원 B씨는 "진료가 밀리면 환자들은 교수가 아닌 저희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낸다"며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공유해주지 않아 저희도 기사를 보고서야 상황 돌아가는 걸 안다"고 말했다.종로구 서울대병원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김모(36)씨도 "노조에서 붙인 대자보를 보고 휴진 사실을 알았다"며 "의사 외 다른 구성원에 대한 별도의 의견 수렴 절차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외 '빅5' 병원 일부와 개원의가 주로 모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업도 예고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의협은 18일부터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고,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겠다"라며 "환자들은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을 확인하려면 보건복지콜센터(129) 등에 전화하거나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을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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