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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안전인프라 태부족
주로 포장·조립 단순업무 투입
말 안통하고 잦은 이직까지 …
긴급사고 대비 훈련 쉽지않아
화성 화재 빈소 통곡대신 적막
외국인 시신 DNA 대조 어려워
◆ 리튬전지 공장 화재 ◆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는 외국인 근로자 처우에 둔감한 우리 사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경제적 기회를 찾기 위해 제3국 노동자들이 한국을 찾은 지 오래이고 지금은 이들의 근력에 의지해 산업 현장이 굴러가고 있는 현실이다.그러나 노동의 과실만을 취할 뿐 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안전 인프라스트럭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화재가 난 공장에선 관리직을 포함해 모두 103명이 근무했고 이 중 50~60명이 외국인 파견직이었다.불이 난 공장 3동 건물에는 1층 15명,그바르디올 부상2층 52명 등 모두 67명이 일하고 있었다.여성 사망자가 17명으로 대부분이었는데,그바르디올 부상이들은 리튬전지 완제품 검수와 포장 업무를 주로 했다.
'아리셀' 공장이 있는 화성 전곡산업단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등 단순 업무를 거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맡기고 있다.국내 인력 업체가 중국,그바르디올 부상러시아,그바르디올 부상베트남,그바르디올 부상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를 공장에 연결해주고 있다.
취재진은 전곡산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베트남인 팡왕랑 씨(26)와 웬리탕 씨(25)와 대화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했다.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50대 후반 A씨는 "일이 힘들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2~3일 일하면서 공장을 옮겨다니는 게 다반사"라며 "자주 옮기는 데다 대화도 안 통해서 긴급 상황 대비 훈련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건수는 최근 매년 늘어나 2022년에는 8266건을 기록했다.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 2166건을 기록했다.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화학공장에서도 올해 이미 6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43만명에 이른다.1년 새 13만명이 증가했다.20·30대 청년층 외국인의 증가세가 컸다.젊은 층이 많다는 것은 이들이 계속 국내에 상주하며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무부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42만3675명에 이른다.이를 포함할 경우 15세 이상 외국인이 190만명에 육박한다는 얘기다.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고 생산가능인구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영역을 채우는 외국인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일용직이 많고 단속이 어려운 영세사업장에서 주로 일하다 보니 산업재해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에 대한 안전망 확충이 따르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항구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인한 희생자 시신 5구가 안치된 화성송산장례문화원은 25일 적막감이 감돌았다.대형 사고를 당했을 때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이 슬픔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지만,그바르디올 부상이번 사고는 어느 장례식장에 자신의 가족 시신이 있는지 모르는 유족들이 대부분이다.아직 빈소도 제대로 차리지 못해 사진과 꽃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시신 특정을 위해 가족과 사망자의 DNA를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해 빈소가 마련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시신들은 훼손이 심해 장례식장에 분산 안치돼 있다가 부검을 위해 순차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졌다.
30대 딸을 찾으러 현장에 온 채성범 씨(73)는 "현장에서 나온 목걸이가 우리 딸의 목걸이인지만 확인하고 싶은데 안 해준다"며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도 딸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직원이 소화기로 불을 끄다가 화상을 입었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난다"면서 말끝을 흐렸다.당사자에게는 인생을 건 도전이었을 '코리안 드림'이 그렇게 허무하고 적막하게 막을 내렸다.
[화성 지혜진 기자 / 서울 진영화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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