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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응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출생율 높이자며 비혼출산은 예외
프랑스 비혼출산 62.2%·한국 2.5%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연합뉴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연합뉴스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를 신설하기로 했다.'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추진해,2030년까지 출산율을 1.0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걸맞게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적극적인 성평등 정책과 함께 굳어진 가족 정상성을 깨고 비혼(非婚)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구부는 부총리급 장관을 두고 인구 관련 예산 배분부터 정책 기획·조정·평가까지 강력한 권한을 쥔 '컨트롤타워'인 셈이다.저출생을 비롯해 고령화,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다루게 된다.

인구부로 흡수통합될 것으로 예상됐던 여성가족부는 존치된다.저출생 대책은 육아휴직 급여 인상,신생아 특례대출 확대 등 일‧가정 양립,주거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정책 수혜 범위는 한정적이다.게다가 법률혼이 전제된 '기혼자' 중심이다.아직 결혼 전인 직장인 김한나(35)씨는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부부여야 이번 정책을 보고 아이 낳을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혼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면서 가족 개념이 확장되고 있지만 저출생 대책은 법적 결혼의 틀에 갇혀 있다.시대 흐름에 맞는 출산 친화적 정책이 되려면 비혼 출산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지원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의 주형환 부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출생 위기극복 이제 실천이 답이다'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비혼 출산율이 2.5%이고 프랑스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혼인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다"면서도 "비혼 출산도 무시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또 "이번 대책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종착점이 아닌 시발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병일 전 강남대 교수는 "비혼출산율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도 높게 나타난다.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처럼 비혼 출산을 받아들일 때"라며 주 부위원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김 전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비혼출산율과 합계출산율을 비교하면서 둘이 유의미한 통계적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비혼 출산율은 2.5%,합계출산율은 0.84명"이라며 "OECD 비혼 출산 평균은 41.9%,합계출산율은 1.56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크게 높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의 비혼출산율은 62.2%,라싱합계출산율은 1.79명,노르웨이의 비혼출산율은 58.1%,라싱합계출산율은 148명이며,스웨덴은 각각 55.2%,1.66명"이라고 언급하며 "비혼 출산율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도 높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가족정책은 여전히 폐쇄적인 법률혼 중심이다.그는 "우리나라는 복지든 뭐든 법률 중심으로 돼 있다 보니 '동거로 낳은 애들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들이 대두된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을 포섭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사실혼 제도가 있지만 상속권이 없고 자식들은 혼외자 취급을 받는다"며 "이런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건강가정기본법을 통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넣으라고 권고했으나 국회에서 폐기됐으며,2023년도에는 처음으로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으나 이 또한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 '성인 두 사람의 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PACS)을 등록을 요건으로 해 생활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한다.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도 결혼과 유사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준다.김 전 교수는 "프랑스는 (혼인이) 법률혼과 동거를 포함해 3단계로 구분된다"며 "동거인에게도 결혼함으로써 발생하는 권리들을 동일하게 인정해 준다"고 말했다.다만 단계가 올라 갈수록 그 혜택은 낮아진다.

프랑스는 1992년 출산율이 1.74명으로 당시 한국(1.76명)보다 낮았는데,1999년 비혼 동거를 인정하는 팍스를 제정하고 23년 후인 2022년 1.80명으로 올라섰다.비혼 출산율도 증가했다.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 62.2%에 달했다.같은 해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2.5%에 불과했다.

스웨덴의 경우에도 결혼하지 않아도 △파트너와 상시적 동거를 할 것 △커플 관여야 할 것 △파트너와 생계를 같이 할 것 등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춘 동거 커플에게도 결혼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비혼 출산을 OECD 수준으로 높이면 합계출산율을 0.15명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비혼 문화가 확산하고 비혼 출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늘고 있다.저고위가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 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실혼 등 결혼 제도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1.0%가 '그렇다'고 답했다.이 중 76.8%는 프랑스 팍스를 도입하면 저출산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비혼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저고위는 지난해 미혼 남녀가 시청에 '동거 신고'를 하면 가족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등록 동거혼'을 검토했지만,종교 단체 등의 반발로 논의가 중단됐다.

혼인의 일방적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에 대한 우려도 있다.21대 국회에서는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같이 살며 서로 돌보는 성인 두 명이 국가에 관계를 등록하면,함께 사는 데 필요한 법적 권리와 복지 혜택을 주도록 하는 법이다.

저고위 부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9일 열린 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한국은 굉장히 엄격한 법률혼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프랑스처럼 등록동거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인식과 가치 변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에서 저출생 대책 개선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에서 저출생 대책 개선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며 저출생을 협소하게 '인구' 문제로만 본다면 '저출생 반전'이라는 성과는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여성노동연대회의 등이 주최한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책에 대해 "비상사태라는 진단이 무색하게 인식과 대책은 피상적"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일·가정 양립,양육,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접근은 불평등과 불안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와 일터와 일상에서의 성별,계층,인종,지역 간 심화된 갈등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출생율을 반등시키고 싶다면 현재와 미래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와 일터와 삶에서의 성별 불평등 해소부터 나서야 한다고 시민단체는 이야기한다."시민들이 사람으로서 온전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그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인권 관점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지난 2년 동안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있는 것,각종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지운 것,'성평등 정책전담부처 폐지' 시도 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비출산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는 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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