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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공표하자 미국 견제 돌입
트럼프 취임 후 관계 급악화…관세 등 보복 지속
국내 시장 긍정적?반도체 경쟁력 잃으면 위협
중국 선빵에 미국도 맞불 작전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선빵'을 날린 것은 중국입니다.당시 중국은 하이테크산업 육성책인 '제조 2025' 계획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본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펼쳤는데요.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1387억위안(약 26조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기업들은 정부의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습니다.그 결과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 하이실리콘을 비롯해 파운드리 업체 SMIC,전국 로또 판매점메모리 제조사 양쯔메모리(YMTC)·창신메모리(CXMT)·푸젠진화(JHICC) 등이 등장했죠.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발목을 잡기 시작합니다.대표적인 게 2015년 7월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였던 칭화유니가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을 인수·합병하려 하자,이를 제재한 것인데요.당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가 국익과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해 매각을 불허했습니다.
2017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는 두 나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이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5~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놨습니다.이후 두 나라는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보복에 보복을 이어갔습니다.
반도체에 쏟아지는 국가 자본
두 나라의 갈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 관세를 25%에서 50%로 2배 끌어올린 바 있습니다.특히 이는 자동차·가전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구형 반도체에 대한 조치라 논란이 됐습니다.2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상의 구형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보다 거래 물량이 많아 미·중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입니다.
이에 더해 중국 대신 미국으로 기업 투자를 집중시키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반도체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죠.자국 내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반도체 보조금 390억 달러(약 53조9000억원)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약 18조2400억원) 등 5년간 527억 달러(약 72조8000억원)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에 따라 인텔은 1000억 달러(약 138조20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85억 달러 보조금을 받게 되고요.보조금 66억 달러(약 9조1200억원)를 제공받는 TSMC는 미국에 650억 달러(약 89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삼성전자는 64억 달러(약 8조85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대신,450억 달러(약 62조2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죠.
눈에는 눈,이에는 이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중국은 지난 10년간 '제조 2025' 계획의 일환으로 대규모 국가 자본을 투자해 왔는데요.이른바 '빅펀드(국가집적회로 산업 투자펀드·반도체 펀드)'입니다.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죠.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1387억원 규모의 1차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2019년 2040억 위안(약 38조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했고요.최근에는 1·2차 펀드를 합한 규모인 344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의 3차 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중앙정부·국영은행·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반도체 투자 기금을 만든 것인데요.1∼3차 펀드의 자금 규모를 합하면 6867억 위안(약 128조원)에 달합니다.
특히 이번 3차 펀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관세 추가 인상 등 미국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시점에 나온 정책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서방의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죠.
계속되는 전쟁…국내 여파는
이같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제47대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중국 제재 기조는 변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산업연구원은 "대선 각 후보 및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주요 이슈별 입장은 온도차를 보일 전망"이라면서도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연방 인센티브 제공에서는 공통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선거 결과에 큰 영향 없이 유사한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민주당과 공화당이 반도체산업에서는 국내 선단공정 제조기반과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 위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입장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가간 기술 패권 경쟁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반도체 강국'으로 통하는 만큼,전체 반도체 시장의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경우 글로벌 반도체 투자 붐에서 자칫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반도체 및 AI 투자가 글로벌 산업 협력보다는 자국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는 위협 요인"이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산업 정책 강화도 한국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현상"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첨단 부분의 중국 성장도 위협적이지만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한국 제조업 입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첨단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이에 대한 주요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 한국 제조업이 위치할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습니다.[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