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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교통사고로 숨진 서울시청 청사관리팀장 50대 김모씨
"전깃불 안 나오는 시골서 자랐지만 아르바이트하며 공부"
(서울=뉴스1) 김민수 정윤미 김지완 기자 = "몸이 불편한데도 극복하고 명절 때도 바빠서 못 내려올 만큼 열심히 살았던 내 동생인데."
2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서울시청 공무원인 고(故) 김 모 씨(51)의 첫째 형(68)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김 씨는 사고 직전에도 밤 9시가 넘도록 시청 사무실에 남아 밀린 일을 처리했다고 한다.
여느 때와 같이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김 씨.그러나 1일 오후 9시 27분 A 씨(68)가 운전하는 제네시스 차량은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김 씨를 덮쳤다.김 씨는 숨을 거뒀다.
7남매 중 막내아들이자 늦둥이였던 김 씨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남매 중 5형제가 공무원이었다.김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중 뺑소니 택시에 치여 왼쪽 눈이 실명됐다.
첫째 형은 "전깃불도 안 나오는 시골에 자랐지만,골로가난한 형편에도 동생은 혼자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나도 살기 바빠서 동생이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다"며 "형으로서 도와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이어 "서울시는 시위가 너무 많아서 시위 장소를 허가해 주고 관리하고,골로그것 때문에 죽겠다면서도 동생은 열심히 하면 다른 데로 보내주겠지(하면서 일했다)"고 했다.
성남시청에 근무하는 셋째 형(57)도 "청사 관리팀장이 된 후 명절 때 동생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동생은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정도 있어서 사람들하고 관계도 좋았다"고 했다.셋째 형은 "(동생은) 딸바보였다.딸내미들이랑 여행도 가고 등산도 가고 캠핑도 가고 했다"고 추억했다.
김 씨의 30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 권 모 씨는 전날 사고 소식을 접하고 설마 했다.사고 발생 지역이 김 씨 근무지 근처였기에 노파심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다음 날 아침에도 답장이 없자 김 씨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김 씨 딸로부터 친구의 부고를 접한 권 씨는 이날 출근을 뒤로하고 곧장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권 씨는 "딸도 아빠 휴대전화가 잠겨있으니 (아빠 지인들) 연락처가 없었던 것 같다"며 "김 씨는 생전 자기 딸들도 정말 예뻐했다"고 회상했다.이어 "북한산에 딸과 놀기도 하고 딸들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잘 컸다"며 "저도 애들이 있지만…"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경북 안동 출신 김 씨는 학창 시절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재주 많은 친구였다.특히 팬플루트 연주를 잘해 종종 교실에서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를 연주했다.인터넷 아이디가 유명한 팬플루트 연주자 이름일 정도로 팬플루트를 좋아해 지금까지도 혼자서 취미로 연주했다고 한다.
권 씨는 "김 씨가 지난 20년간 공직에서 근면·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9급으로 시작해 최근 5급 공무원이 됐다"고 했다.누구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친구.그러면서도 친구가 힘들 때는 '힘내라'라며 같이 술 한잔 기울여 주는 친구였다는 게 권 씨의 말이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전날 사고로 숨진 은행 직원 50대 남성 이 모 씨(54) 유족들도 와 있었다.이 씨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아들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며 "아픈 엄마가 가야지 왜 네가 가"냐며 울분을 토했다.하나밖에 없는 형을 잃은 슬픔으로 두 눈이 붉게 충혈된 동생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나중에 답하겠다"며 눈물로 얼굴을 가렸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건너편 일방통행 4차선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했고 6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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