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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토 할머니

애독하는 월간지를 든 사토 히데씨.2024년 5월/이와테현=성호철 특파원
애독하는 월간지를 든 사토 히데씨.2024년 5월/이와테현=성호철 특파원
올해 초 일본 아사히신문은 94세인 사토 히데씨 사례를 소개하면서 “경이롭다”고 보도했다.작년 9월 일본 동북 지방의 이와테현 한 보건소 건강검진에서 기초 대사량으로 측정하는 체내(體內) 연령이 36세로 나온 것이다.혈관 연령은 20세였다.그는 키 163㎝,체중 63.5㎏으로 평균적인 체형이지만,그의 생체 나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사진=성호철,그래픽=김의균
사진=성호철,그래픽=김의균

사토씨의 평균 체질량 지수(BMI)는 23.9,맨유 리버풀 더비체지방률 25%,근육량은 44.6㎏이다.건강한 30대 여성의 신체다.보건소 측은 기계 이상을 의심하고 서너번 체크했다고 한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지난달 30일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500㎞ 떨어진 이와테현에서 사토 히데씨를 만났다.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자 살자)의 비밀을 묻기 위해 왔다’는 이야기에 사토씨는 “아직 백 살도 안 됐다”면서 웃었다.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라디오를 들으며 체조하고 낮에는 재봉틀에서 손을 움직이며 인형을 만들거나 옷을 리폼한다.몸을 움직이지 않을 때엔 글씨가 빼곡한 잡지를 나안(裸眼)으로 읽는다.엘리베이터는 안 타고 계단을 걸어 다닌다.매일 고기·생선 같은 단백질을 섭취한다.튀김은 싫어하지만 야채·과일을 좋아한다.밤 11시쯤 자는데,그 직전 목욕하면서 물속에서 발차기를 500회씩 한다.

사토씨는 “동일본 대지진 때 10미터 넘는 쓰나미가 동네를 덮쳐 친척 7명이 죽었다”면서 “소녀 시절이던 1945년엔 폐허가 된 도쿄에서 풀죽도 먹어봤고,맨유 리버풀 더비삶의 처참함을 겪어봤다.이를 통해 난 삶의 고귀함을 배웠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종합 2면에 계속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市)의 한 아파트.초인종을 누르자 “하~이” 하고 높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1930년 7월생인 사토 히데씨다.올해 나이가 94세지만,체내 연령은 36세로 측정돼 올해 초부터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가 혼자 사는 임대아파트엔 먼지 하나 없었다.사토씨는 “매일 혼자 세 끼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한다”고 했다.그는 또한 “가족과 사는 70·80대 노인들을 보면,가족들이 자꾸 대신 뭔가 해주니 본인은 움직이지 않게 되고 금방 쇠약해진다”면서 “나는 혼자 다 해야 하다 보니 계속 움직여서 덕분에 건강한 게 아닐까”라고 했다.두 시간가량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사토씨는 쉴 새 없이 말하며 다과를 내놓고,맨유 리버풀 더비사진이나 잡지를 보여주는 등 끊임없이 움직였다.

-94세인 당신에게 인생이란.

“81세에 동일본대지진을 만났다.이때 삶을 찬찬히 다시 생각했다.당시 (쓰나미로) 친척만 7명이 죽었다.조카딸도 죽었는데 뭔가 하고 싶었다.헝겊을 꿰매 인형을 만들어 죽은 조카의 엄마에게 건넸더니,펑펑 울더라.인형을 딸로 본 것이다.이후엔 줄곧 인형을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고 있다‘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것,그 자체가 인생이다.즐겁다.주변 사람들과도 항상 즐겁게 살고 있다.그러니 나중에 나 죽어도,제발 고독사(孤獨死)라고 쓰지 마라.왜 그게 고독사냐.

1945년 2차 세계대전 폭격으로 불에 타 폐허가 된 도쿄를 봤다.큰 냄비에 풀죽을 끓여 그릇에 나눠 먹었다‘산다는 것’의 참담함을 봤고,산다는 것의 고귀함도 동시에 느꼈다.”

-하루 일과는.

“매일 6시에 일어난다.방 침구를 정리하고 아침 식사를 미리 준비해 놓곤,6시 반에 NHK 라디오방송에 맞춰‘라디오 체조(우리나라의 국민체조와 유사)’를 한다.천천히 아침 먹고,꼭 NHK 아침 드라마를 본다.9시 30분부턴 인형 만들기를 시작한다.집 안 정리는 매일 한다.2~3일에 한 번 청소기도 돌린다.식사는 매일 세 끼를 직접 만들어 먹는데,꽤 많은 양을 먹는다(웃음).매주 두 번씩 장을 볼 때마다 채소를 무척 많이 산다.아침엔 밥·국에 생선·고기를 먹고,낫토(콩 발효식품)도 먹는다.잠은 밤 11시쯤에 잔다.자기 직전인 밤 10시쯤 목욕하면서 물속에서 발차기를 500회 정도 한다.”

-단백질을 매일 먹나.

“생선과 고기는 꼬박꼬박 먹는다.생선은 말린 걸 사서 냉동해 놓는다.보통은 구워서 먹는다.기름으로 튀긴 생선은 별로 안 좋아해서다.”

-별도로 하는 운동은.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지만 여기가 2층이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내과 의사 선생님은 100세까지 살려면 6층 정도의 계단은 올라가야 한다는데,집은 2층이라서 그건 무리다.산책은 집 근처를 왔다 갔다 한다.큰길로도 산책을 가고 싶은데,(그곳엔) 중간에 앉아서 쉴 벤치가 없어서 못 가고 있다‘나의 늙음’을 이럴 땐 조금 실감한다.”

-병원은 정기적으로 가나.

“매주 금요일 데이 서비스(주간 보호 서비스)에 간다.70세 때 치매가 온 조카며느리를 데리고 다닌다.데이 서비스에선 체온을 재주고 가벼운 체조도 하고,종이접기 같은 뇌 운동도 하고 많이 배운다.낮엔 자유 시간인데,다른 노인들은 낮잠 자거나 수다를 떨지만,난 시간이 아까워서 이 시간엔 옷 리폼을 배운다.88세쯤부터 새롭게 시작한 일이다.”

사토씨는 방에 가지런히 걸린 열 벌가량의 현대식 기모노를 가리켰다.“기모노를 리폼한 것이다.옛날 재봉틀은 발을 사용하는데 요즘 재봉틀은 그게 없더라.지인들이 놀러오면 꼭 입어본다.달라고 하면 준다.재밌어서 이렇게 자꾸 새로운 걸 배운다.리폼한 옷은 간혹 팔아서 커피 값 등에 쓴다.”

-잠은 금방 드나.

“이불 속에서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5번씩 한다.체형 교정 선생님이 가슴을 활짝 펴는 게 좋다고 해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호흡하자마자 곧장 잠든다.밤에 간혹 깨기도 하지만 화장실에 갔다와서 다시 잠에 잘 드는 편이다.하루 7시간쯤 잔다.자기 전 휴대폰은 하지 않고,커튼을 쳐서 어둡게 해놓고 잔다.

-신문·잡지 읽는 것도 좋다던데.

“지치(致知)라는 월간지를 정기 구독한다.배달 오면 그 자리에서 다 읽고,나중엔 한가할 때 다시 읽는다.재봉질할 마음이 없을 때,조금 피곤할 때도 글을 읽는다.잡지를 읽는 이유는 지식을 보충해 지인들과 즐겁게 대화하기 위함이다.주변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전화도 자주 한다.이야기 상대가 10명은 넘는다.”

-술·담배는 하는지.

“젊은 사람들과 종종 맥주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젊은 사람들이 맛있게 맥주를 마시니,나도 마셔봤다.요즘은 일주일에 2~3번 정도 저녁에 드라마 보며 한 캔씩 마신다.”

-몸무게는 일정한가.건강 보조제도 먹는지.

“평생 60~65㎏을 유지하고 있다.건강 보조제는 따로 먹지 않는다.보조 식품보다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게 낫지 않은가?

최근엔 난생처음 인스턴트 라면도 먹어봤다.지인에게 재봉질한 옷을 줬더니 답례로 주더라.맛있었다.단,염분이 많아,국물은 안 마셨다.우동·소바 먹을 때도 국물은 안 마신다.내가 만든 된장국은 국물까지 마신다.잘 아는 가게에서 산 좋은 된장이라서 괜찮다.

커피보단 차를 마시고,과일은 매일 먹는다.와인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는다.의사는 안 된다고 하지만 디저트도 먹는다.맛있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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