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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의 의미와 보완점을 점검한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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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업권법 시행을 앞두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진입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 변화와 규제의 간극으로 제도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정부가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제언이다.

 
업권법 공백기,챔스 라인업'시장 자정'보다 '사기 횡행'
오는 7월19일 가상자산 업권에 대한 첫 법률안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가상자산법 또는 제정법)'이 시행된다.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법안은 총 19개다.2021년1월부터 2023년4월까지 나온 법안들이다.국회는 이들 법안들을 검토·조정한 후 대안 발의로 최종 통합했다.지난 2021년3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한 '특정금융법(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3년4개월 만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는 규제 불확실성으로 혹독한 혼란기를 보냈다.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나 범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특금법이 먼저 시행되면서다.이용자들은 해킹이나 분실·횡령·시세 조작 등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한탕'을 노린 사업자들이 위법적 운영으로 크게 한 몫 챙길 수 있는 적기가 되기도 했다.

사업자도 규제 공백기가 혹독하기는 마찬가지였다.제도권 진입을 기다리던 사업자 일부는 가상자산 합법 국가로 소재지를 옮겼다.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티던 사업자도 많았다.규제 준수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자금을 투입하다 경영이 어려워진 곳도 있다.대부분 운영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시장 피해가 커지고 신산업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정부가 이용자와 사업자의 재산적 손실보다 이들의 자금세탁 가능성을 더 큰 위험으로 봤다는 의미다.특금법과 업권법 시행 사이의 3년4개월이라는 시간 차는 정부가 바라보는 위험성의 정도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상자산 사고 예방·차단 규율 '실효성' 기대
가상자산법에 대해 업계는 한 목소리로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그만큼 규제 불확실성이 이용자와 사업자에게 큰 리스크(위험요소)였다는 의미다.

가상자산법은 이용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1단계 입법안이다.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다.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손배해상·과징금·몰수·추징·징역과 같은 처벌 조항도 명시됐다. 

 
그래픽 제작 = 박진화 기자
그래픽 제작 = 박진화 기자
 

우선 이용자의 현금이나 가상자산에 대한 안전 보관 의무가 핵심으로 꼽힌다.법 시행 후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현금을 은행에 맡겨야 한다.은행은 보관에 따른 이자를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현재 이용자가 맡긴 현금은 사업자가 보관하고 그로부터 발생한 이자는 사업자에게 귀속되는 형태다. 

또 사업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 80%를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그리고 모든 코인을 실제 보유해야 한다.장부상으로만 보유해서는 안된다.투자자의 코인을 다른 사업자에게 맡길 수도 없다. 

이같은 내용의 규제안은 실효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횡령·분실·파산·해킹 등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 또는 차단할 수 있어서다.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법은 신기술 시장의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라며 "새로운 자산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당국이 보호한다는 명시적 약속으로 시장의 신뢰도가 개선된다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을 발행한 이력이 있는 블록체인 기업 대표는 "제도적 규제의 명징성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높이 살 필요가 있다"며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법안을 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세분화하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당국 사후 관리·감독 실효성 우려.규제 남용 가능성도
다만 금융당국의 사후 관리·감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할 경우 금융당국의 재량권 행사 여지가 커져 '그림자 규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림자 규제란 명확한 법규가 없지만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규율하는 것을 말한다.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공권력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가상자산공개(ICO) 금지 △법인 계좌 금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심사 등이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로 자리하고 있다.모두 사업자의 생사여탈권을 쥘 수 있는 내용이다. 

가상자산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했다. △해킹 사고에 대한 고시 기준 마련  △이상 거래에 대한 조치 △가상자산 사업자의 발행·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문제  △가상자산평가·자문·공시업에 대한 규율 체계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부족한 내용은 정기 조사를 통해 보완·조사할 수 있다.다만 조사의 명확한 조사 목적이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자칫 시장의 특수성이나 현실성이 반영되지 않는 불분명한 목적의 조사는 규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금융당국의 시장 이해도와 명확한 조사 목적이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지더라도 '알아서 잘하라'는 의미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규제가 만들어지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처벌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특정되지 않은 형식의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기업 대표는 "적용 사례나 판례가 충분하지 않아 법안 시행 초기 무정형의,챔스 라인업형평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법안 적용이 예상된다"며 "규제의 목적과 규제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행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을 지닌다.가상자산법은 행위 주체를 규제하는 법안이다.불분명한 대상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법안 적용이 창구 지침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이 경우 법률적 규제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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