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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택 10여채 침수
농경지 5㏊ 쑥대밭으로
인근 안동시 등 피해 속출
“농경지는 절단났니더(끝장났습니다).수확을 한달 앞둔 고추밭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모래와 자갈만 있니더.”
8일 새벽 시간당 61㎜가 넘는 극한 폭우가 휩쓸고 간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8일 오전 찾은 마을은 처참했다.30여 가구가 고추와 사과,월드컵 최종 예선인삼 등 밭농사를 지으며 살던 동네는 쑥대밭으로 변했다.특히 마을을 가로질러 반변천으로 흘러드는 샛강 좌우 논밭은 형체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입암면 소재지에서 신사리를 거쳐 대천리와 금학리로 가는 길 곳곳엔 폭격을 맞은 듯 쑥대밭으로 변한 농경지가 말그대로 처참한 모습이었다.수확을 한달여 앞두고 작황이 좋았던 고추밭은 흙탕물 바다로 변했고,급류가 휩쓸고 간 사과밭은 나뭇가지와 토사에 뿌리째 뽑힌 나무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금학리 아랫동네 대천리에선 밭이 아예 물바다로 변해 밭인지 저수지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비극의 시작은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내린 극한 호우였다.금학리 마을주민 남만희씨(69)는 “새벽 3시쯤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내렸다.자다 너무 놀라 자리를 박차고 마당으로 나왔다”고 말했다.또 다른 주민은 “새벽에 비가 워낙 세차게 내려 이웃집 옥상으로 함께 대피해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고 급박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몸을 떨었다.
금학리 아랫동네 대천리도 급류와 토사,나뭇가지들이 마을과 농경지를 덮쳤다.할머니 한분은 이웃 주민이 새벽에 급하게 깨워 집을 빠져나온 후 바로 토사가 집을 덮쳐 간신히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주민들은 허탈해 하며 생계를 걱정했다.이재호씨(67)는 “평생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없었다.태풍‘루사’나‘매미’ 때도 마을은 안전했다”면서 “불과 네댓 시간 호우로 수확을 한달 앞둔 고추밭 1만1570㎡(3500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당장 살길 막막하다”고 말했다.이씨는 “밭을 복구해야 하는 데 농가힘으론 불가능하다.최소 2~3년 동안 수확을 못할텐데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명욱 금학리 이장은 “30여가구가 고추와 사과 농사를 짓는데 농경지는 90%이상 파괴됐고,월드컵 최종 예선집은 10채 침수 또는 반파됐다.정밀 조사를 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앞으로 1주일 이상 예보된 장맛비가 당장 큰 걱정이었다.8일 오전에도 굵은 빗줄기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유 이장은 “앞으로 열흘 이상 비 예보가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비가 계속되면 도로와 전기,수도시설 등 응급 복구도 그만큼 더딜 것”이라고 걱정했다.
영양군과 인접한 안동시 예안면과 와룡면 일대에도 7~8일 이틀 동안 와룡면 201㎜ 등 평균 110㎜가량의 많은 비가 내렸다.이에 따라 8일 오후 현재 안동시 곳곳에 농경지 침수와 매몰·도로 유실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임동면과 남후면에서는 일부 주민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8일 오후 찾은 안동시 예안면 계곡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는 토사가 섞인 누런 황톳물이 무섭게 흘러내렸다. 도로 일부가 유실됐거나 곳곳에 굵은 낙석이 가로막았다.이날 새벽 계곡리 찰압실골 8가구 주민 10여명은 마을 회관으로 긴급 대피했다.노의환씨(64)는 “새벽 4시쯤 불안해 이웃에게 긴급히 전화했고,일부 주민이 간신히 연락이 닿아 모두 긴급 대피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피해 현장을 둘러보던 신정식 안동와룡농협 조합장은 “불과 대여섯 시간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린 극한 폭우였다.인명 피해는 없지만 농경지 유실·매몰 등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농민이 많다”면서 “앞으로 일주일 이상 비 예보가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기상 당국에 따르면 7일 늦은 오후부터 8일 새벽까지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게릴라성 극한 호우가 퍼부었다.8일 오전 10시 현재 안동,상주,의성,영양,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 5개 시‧군에선 농경지 479.2㏊(잠정집계)가 침수·유실 등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안동과 영양 등에선 농경지 25㏊(추정치) 이상이 토석류에 의해 유실‧매몰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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