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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응답 전공의 사직처리 놓고 '진통'…상당수 병원은 '유보'
복지부장관 "복귀 전공의 많지 않아…9월 수련하도록 설득"
속보=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5개월째 접어든 가운데,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처리 마감시한이 지났지만,전공의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병원은 무응답 전공의들에 대해 당장 사직 처리에 들어가지 않고,이들의 응답을 기다리면서 사직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1만3천756명 중 전날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40∼5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수련병원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전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확인하고자 했으나,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는커녕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빅5 병원 중 4곳 이상은 현재 복귀한 전공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빅5 병원 관계자는 "기존에 복귀했던 전공의가 전체의 6∼8% 상당이었는데,이번 사직서 처리시한까지 추가로 돌아온 사람은 10명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은 구체적인 숫자를 함구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공의 약 520명 중 7명이 복귀한 데 그쳤다.고려대안암병원은 전공의 약 580명 중 1명만 복귀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소속 전공의들에 별도 이메일을 보내 사직·복귀·재입사 절차를 안내하며 '지금 돌아오라'는 취지로 설득했지만,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주요 병원은 전공의들이 애초에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봤다.
전공의 1만여명의 사직이 예상되는 가운데,무응답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병원들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혀달라는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면서 전날까지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으면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알렸다.
무응답 전공의는 자동으로 일괄 사직 처리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인데,병원 내부에서 반발이 거센 탓에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의대 교수는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를 일괄수리하겠다는 병원 방침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다"며 "지금 사직서를 일괄 수리해버리면 내년 3월에 전공의들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결원 모집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일괄 수리할 경우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관계가 영영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서도 응답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수리할지를 두고 논의했으나,협의회 차원의 지침 등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논의 과정에서 사직서 일괄 수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결국 사직서 일괄 수리 여부는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이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배트맨 비긴즈 포토칠곡경북대학교병원 등 대구지역 수련병원들은 복귀 마감 시한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거나,처리 여부를 유보하기로 했다.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도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를 개별 파악했지만,답변이 거의 없어 사직서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제주대학교병원도 무응답 전공의에 대해서는 당장 사직 절차를 밟지는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친 대형병원이 결국에는 사직서를 수리하고,복지부에 하반기 전공의 정원(TO)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무응답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 처리할 계획이지만,내부 반발이 있어 막바지 논의 중"이라면서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등의 일정이 있어 결국 예정된 프로세스대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직서 수리 시점도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6월 4일 이후'로 정해진 분위기지만,이 부분 역시 최종 결정과 공지를 앞두고 막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복귀·사직 처리 마감일이 하루 지난 16일 "복귀하겠다고 의견을 낸 전공의들이 많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공의 복귀율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조 장관은 "어제 (복귀·사직 처리가) 마감됐고,내일 보고받기로 돼 있다"며 "정확히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4%(1만3천756명 중 1천155명)에 그쳤다.
이달 12일 출근자(1천111명) 대비 44명 늘어난 수준이다.
전날 정오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0.82%(1만506명 중 86명)에 불과했다.
조 장관은 저조한 복귀율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복귀보다는 사직할 수가 더 많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정부는 9월 수련에 돌아오면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는데,이번 복귀·사직 결과를 보고 전공의들을 더 설득하고 전공의들이 관심을 갖는 가시적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게도 면허 정지 처분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현장을 지킨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전공의들에게는 지원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 말씀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개편을 위한 가격 통제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가격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반대 의견이 상당하다"면서 "연말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리적이고 단계적인 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의 중에서도 사직서를 낸 사람이 거의 1천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이날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40개 의과대학 소속 병원 88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문의는 1천4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의과대학 소속 병원 전문의 1만7천316명의 8.4%에 해당한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문의 가운데 255명(17.6%)은 사직서가 수리됐다.
최초 조사 시점인 지난 5월 2일 대비 사직서 제출 전문의는 15.8% 증가했고,사직서가 수리된 인원도 2.3배가 됐다.
한 의원은 내과,배트맨 비긴즈 포토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 사직 비율과 사직 사유를 복지부가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전문의를 비롯한 의대 교수의 계약 형태와 사직 사유는 각기 다르며,사직 현황을 일률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한 의원은 전했다.
한 의원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피로가 누적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사직이 더 많아질 수 있는 만큼 복지부는 조속히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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