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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발생한 모친 살해 사건 범인,출소 후 근황
"매 맞는 바지 따로 있어…시간 정산하듯 맞았다"
"죄책감 컸다…어머니,위로 못해드린 게 후회돼"

/사진=방송화면 캡처
/사진=방송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성적 압박과 학대에 모친을 살해한 뒤 8개월간 모친의 시신과 동거한 아들이 13년 만에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는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살인범이 된 전교 1등 아들'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2011년 11월 23일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었던 강준수(가명) 씨는 자기 집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

숨진 어머니 시신은 방안에 둔 채 8개월간 방치했다.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안방 문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했다.강 씨는 별거 중인 아버지의 신고로 붙잡혔다.존속살해 최소 형량은 7년,강 씨는 이례적으로 관대한 판결인 징역 3년을 받고 현재 출소한 상태다.

중학교 입학 후 시작된 체벌…"전교 1등하자 '전국 1등 올라가라'"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던 착한 아이인 강 씨는 어머니의 공부에 대한 압박,연이어 이어진 체벌에 못 이겨 범행을 저질렀다.

강 씨는 "비난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당시) 명확하게 기억 안 난다.먼저는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부엌에서 칼을 가지고 어머니 주무시는 안방으로 가서 해쳤다"고 말했다.

강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토익 875점을 맞았다고 했다.그는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했다.재밌었다.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초등학생 영어 경시대회에서 1학기 처음 나가 장려상을 받았다.시상식 가는 길에 어머니가 '저기 걸어가는 애들이 다 금상 탄 애들로 보인다'고 하더라.어린 마음에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다음엔 기어코 금상을 타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리.다음 학기에 금상을 탔고 기뻐했다.어머니가 행복해했고 저도 행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 어머니의 야단이 시작됐다.강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해서 기뻤다.어머니께 기쁘게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며 맞았다.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면서.약간은 억울했지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시험에서 1등을 했는데 또 혼났다.전국에 학교가 몇 갠 줄 아느냐고 전국 1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체벌은 회초리부터 시작했다.강 씨는 "웬만큼 어렸을 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다.주로 뭐로 맞았는지가 기억난다.맞는 매의 변천사가 있다"고 언급했다.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알루미늄 노,5~6학년 때 대걸레 봉,중학교 때 야구 배트로 맞았다고.

강 씨의 부친은 "저도 몰랐다가 애가 목욕할 때 본 적 있다.회초리 자국을 봤다.아내와 많이 싸웠다.애 엄마의 성향이 나보다 더 강하다 보니까 체벌에 대해 내가 졌다.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싸워봐야 내가 지니까.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맞을 때 입는 바지 따로 있어…피가 굳어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강 씨의 어머니는 늘 전교 1등을 하던 수재였으나 딸을 진학시킬 생각이 없었던 아버지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고 대학에 갔다.졸업 후 일본 유학에 가서 남편을 만나 좋아하는 공부도 포기하고 결혼하게 됐다.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남편의 외도로 별거를 하게 된 것.

강 씨는 "중학교 2학년,3학년 때 충격을 받았다.어머니가 저 태어날 때 20년 교육 플랜을 짜놨다고 한다.'트루먼 쇼' 주인공처럼 섬칫했다"고 털어놨다.이어 "엄마의 플랜은 명문 외고에 가서 서울대에 가고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다.전인적인 교육을 완성하려는 목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성실했고,모친도 그 이상으로 성실했다.그는 "1년 치 계획을 탁상 다이어리에 쓰고 한달짜리 체크리스트를 어머니가 직접 만들었다.국어,영어,수학,운동,이피디벨롭독서,신문.하루 계획표도 있었다.아침에 계획하고 저녁에 엄마에게 보고하는 순서도 있었다.왜 못했고,내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그런 게 혼나는 주제였다"고 했다.

모친은 "네가 성공해서 아버지 없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아버지는 네 인생에 없다는 걸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강 씨는 "아버지에 대해 속상함이 커질수록 나에게 간절하게 푸시를 했다.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간절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후 강 씨는 공부가 싫어졌고 엄마가 바라던 외고 입시에 떨어졌다.성공한 사람이라면 골프를 배워야 한다고 해서 마련했던 7번 아이언이 매로 바뀌었다.

강 씨는 "어머니가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 갈아입었다.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엉덩이 부분이 피에 절어있었다.피 나면 바지를 갈아입어야 하니까 감당이 안 됐다.맞자고 하면 그거 입었다.빨지도 않고 계속 입고 맞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강 씨가 체포된 후 사진에는 어머니 사망 8개월이 지났음에도 폭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강 씨는 어머니의 감시 아래 거실에서 공부했다.졸면 맞았다.그는 "혼나는 게 길어지니 시간 낭비라고 시간을 재서 맞아야 한다는 엄마의 논리가 있었다.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 맞았다"고 고백했다.

밤새워 공부하고 맞는 것을 반복한 후 등교한 강 씨.흘러내린 피가 굳어 바지가 살에 달라붙어 의자에 앉기도 힘들었다고 했다.친구들은 당연히 강 씨에게서 폭행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억압과 폭행을 피해 가출도 한 적 있었다.하지만 강 씨는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 가야 한다고 집에 돌아갔다고.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강 씨는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전국 석차를 고쳤지만 강 씨 모친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고,이피디벨롭결국 7번 아이언으로 맞았다.

"성적 위조 들키면 엄마에게 맞아 죽겠다 생각…칼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땐 '최악'이라고 했다.그는 "밥을 먹으면 자니까 밥을 못 먹게 했다.이틀째 배고픔은 생각보다 견딜만했는데 잠을 못 자는 건 차원이 달랐다"며 "그때마다 훈계와 체벌이 시작됐다.밤이 새도록"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일 강 씨의 기억은 흐릿했다.그는 "밤을 새우며 혼이 났고,이피디벨롭어머니가 잔다고 안방에 누웠다.저는 거실 책상에서 공부하려고 앉다가 달력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곧 학부모 입시 상담이었다.면담하면 성적 위조를 커버할 수 없을 테니 저 날 엄마에게 맞아서 죽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무서웠고 다음은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부엌에 가 칼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그게 끝이다"라고 했다.

어머니를 살해한 강 씨는 시신을 그대로 두고 8개월을 한집에서 살았다.당시에 대해 강 씨는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어머니는 그냥 거기 뒀다.옮기거나 숨기거나 전혀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처음엔 문도 안 닫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냄새도 나고 하니까 문 닫고 거실의 불을 켜놓고 살았다.악몽,이피디벨롭환청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죄책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자기 기준에서 최고의 사랑을 준거다.모든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웠다"며 "어머니께서 힘들어하며 저에게 압박을 할 때 인제야 조금씩 해석이 되는 것들이 있다.어머니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두려워졌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씨는 "진짜 후회되는 건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엄마는 대단한 사람,귀한 사람,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올해 서른한 살이 된 강 씨는 두 아이를 둔 아빠다.아내에게 사건에 대해 고백한 후 결혼했다.그는 "아이들을 보면 두려움이 생긴다.언젠가 아이들에게도 털어놔야 할 때가 올 텐데.아내랑 이야기하며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 #전교 1등 #모친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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