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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1조 한 팀 되어 인제 옥스팜 트레일워커 100km 도전남난희는 1984년 여성 최초로 태백산맥을 겨울에 단독 일시종주했으며,1986년 여성 세계 최초로 네팔 강가푸르나(7,제물포고 야구455m)를 등정했다.1989년 여성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했으며,74일간의 태백산맥 단독 일시 종주기를 담은 <하얀 능선에 서면(1990년)>을 펴내 등산인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1994년부터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2022년 백두대간을 선구적으로 알린 공로로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 알베르 마운틴 상을 수상했다._편집자 주
지정된 시간 안에 완주한다는 것은 정신적·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나'를 위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모아 전 세계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생명을 살리는 도전이다.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된 후 전 세계 12개 나라에서 진행하는 세계적인 기부 트레킹 행사이다.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처음 시작해서 올해로 7번째 진행되고 있다.
나는 무슨 '대회'라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대회의 취지를 알고 나서,나의 작은 한 걸음이 지구촌의 또 다른 나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또 극한 경험으로 내 한계를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동안 옥스팜 대회에 나갈 기회가 없지는 않았으나,처음에는 정보가 없었고 나중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고,미국 PCT를 걷는 일정으로 시간을 내지 못했다.지난해 PCT를 마무리 하고,이제 국내 길을 걷기로 했는데,지난 1월 말 부산의 길을 걷기로 하고 가던 중 넘어져서 다치고 말았다.그것도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그 와중에 친동생이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그 팀은 회갑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해서 이미 두 번의 출전 경험이 있었다.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중 한 명이 병고가 생겨서 함께할 사람이 필요했다.나는 당연히 지금의 몸 상태로 참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제안을 받는 순간 하고 싶은 열망에 불타올랐다.
그래서 훈련에 돌입했다.처음에는 약하게,조금씩 강도를 높이기도 하며 다리가 삐걱 거릴 때는 달래기도 하며 '이것은 훈련이다'라고 몸에게 인식시키며.젊은 날 고산등반을 위한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얼마나 몸을 혹사했던가?그래도 훈련이니까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결전의 날,새벽 강원도 인제읍은 축제장 같았다.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차림으로 열기가 후끈했다.전체 195개 팀이 참가했고 외국인도 100명 이상 왔다고 했다.서로 격려하고 파이팅 하고,사진 찍고 행사 안내 하느라 읍내가 들썩이고 있었다.
새벽 6시 정각,출발이다
정각 06시 출발신호가 떨어졌다.우리 팀을 포함한 모두는 참가 부문에 따라 25km,50km,그리고 100km를 뛰거나 걸어야 하는 것이다.날씨는 약간 쌀쌀하고 조금 흐렸다.다행히 걷기 좋은 날씨인 것이다.모두 밝고 힘차게 출발이다.
10여 km마다 있는 체크포인트에서는 물과 간식을 준비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세 곳이나 있었다.체크포인트는 도착 팀을 확인해서 혹시라도 다른 변수가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했다.또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하는 팀을 격하게 환영해서 힘을 실어주었다.
걷는 것으로 존중 받고,제물포고 야구환영 받으며 도착한 모두는 간식을 먹고 물을 보충하고 잠시 쉬고 또 출발하는 것이다.이제 우리 팀은 가끔은 우리끼리만 걷기도 했고,비슷하게 걷는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게 되었다.
풍광을 보며 걸을 여유는 없으나 코와 귀는 열려 있어 걷는 내내 계곡물 소리와 함께했다.봄과 여름 사이에 핀 꽃들로 온 산이 꽃향기로 그득했다.우리 동네 산에는 이미 끝난 아까시나무,층층나무,야광나무,함박나무 꽃의 향이 어우러져 은은하고 감미롭게 코와 뇌를 자극했다.
60km 지점을 통과하며 날이 저물고 있었다.저녁 8시가 되자 음력 18일의 달이 붉은빛을 띠며 두둥실 떠올랐다.옛날 사람들은 달빛만으로도 충분히 걸었겠지만 너무 밝게 살아온 우리는 머리에 랜턴을 계속 켜고 걸어야 했다.
70km를 지나는 오르막으로 접어들며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속도를 줄이면 더 힘들게 느껴져서 계속 그 속도를 유지했다.설악을 볼 수 있다는 전망대를 지나지만,밤이라 볼 수는 없었다.하지만 지척에 있다는 느낌은 있었다.젊은 날 수없이 오르내리며 나를 애태운 설악이 아니던가?
이제 지리산에 살고 있는 나는 백두대간 산행 때나 만나는 대상이 되었지만,여전히 그립고 만나고 싶은 대상이다.일곱 번째 체크포인트에서 조금 오래 쉬었다.하루에 10만 보 이상 걸은 것이다.밤 기온은 쌀쌀하게 느껴지고 입김이 하얗게 피어난다.
제물포고 야구물과 간식을 먹고 기록을 체크한다." style="display: block; margin: 0 auto;">
나도 힘은 들지만 아직 내색할 정도는 아니었다.모두 말수가 줄어들고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뒤를 돌아보면 헤드랜턴 불빛이 위를 향해 끝없이 움직인다.모두 최선을 다해 걷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낸다.나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도 잘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다.긴 내리막을 지나고 서서히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어스무리 하던 산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고 식물들은 아직 잎을 오므리고 자고 있다.지난 밤 많이 시끄러웠을 것인데 식물도 생각이 있다면 무슨 일인가 싶었을 것이다.
이제 골인지점이 보인다.격한 환영을 받으며 우리 네 명은 발맞춰 골인지점에 도착했다.25시간 41분 09초!우리는 굳게 악수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이렇게 극단적이며 행복한 축제의 한 바탕 물결이 끝났다.잘했다.
모두에게 감사한다.옥스팜 트레일워커에게,행사 진행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제물포고 야구아낌없는 후원자들에게,기록과 상관없이 대회에 참석한 모두에게,장소를 내준 인제군과 그곳 신령님께,그리고 우리 팀원 남봉우,제물포고 야구박병순,이규경에게,그리고 나에게.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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