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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이종접합' 새 실험
합병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
SK그룹이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와 SK㈜의 CIC(사내독립기업)인 SK머티리얼즈의 산업용 가스 자회사 간 합병을 추진한다.이종 산업까지 합치는 사업 재편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자금이 마른 SK에코플랜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사업을 붙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2021년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하면서 편입한 산업용 가스 자회사 일부를 SK에코플랜트에 합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확정할 예정이다.SK㈜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제이슨 테이텀SK머티리얼즈퍼포먼스,SK트리켐 등이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다.
합병 대상 SK머티리얼즈 CIC 사업부문의 기업가치는 조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SK머티리얼즈 CIC 사업부문은 주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나 SK에너지의 정유시설에 사용하는 산소,제이슨 테이텀질소,제이슨 테이텀아르곤 등 일반 산업용 가스를 공급한다.계열사 물량이 받쳐주는 데다 대부분 장기계약이어서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순이익을 내는 사업군으로 꼽힌다.작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100억원,영업이익 2130억원을 거뒀다.
SK에코 재무개선 추가 기대…친환경 사업 재정비 '승부수'
SK그룹이 두 회사 합병에 나선 것은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33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분기 말 기준 1조6744억원에 이른다.2021년 말 5963억원에서 세 배 가까이로 불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설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전면적인 사업 전환을 내걸고 대규모 M&A를 한 결과다.SK에코플랜트는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등 여덟 곳에 4조원 이상의 자금을 베팅했다.
인수자금은 대부분 외부에서 빌려왔다.SK에코플랜트는 M&A로 외형을 갖춘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부채비율이 한때 400%에 육박하자 금융회사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접었다.그 대신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당장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상환을 약속한‘숨은 부채’여서 재무 부담은 커졌다.
올해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자 시장에선 배터리 적자가 누적된 SK온과 더불어 SK에코플랜트가 SK그룹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결국 그룹 차원에서 산업용 가스 자회사들을 구원투수로 투입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합병 구조는 SK㈜가 SK머티리얼즈 계열사 일부를 SK에코플랜트에 현물로 넘기고 그 대가로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신주를 SK㈜가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양사 주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는 지난해까지 8조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올초엔 5조원으로 눈높이가 낮아졌다.브레인자산운용,한국투자증권,이음프라이빗에쿼티 등 SK에코플랜트 투자사 일곱 곳은 회사의 턴어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에서 합병을 거부할 가능성이 작다.SK㈜ 주주들은 이익을 내는 사업부문을 내주면서 SK에코플랜트 주식을 합병 대가로 받으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 주식을 얼마로 평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SK그룹 측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제이슨 테이텀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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