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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실소유 기업 자금 빼돌려 시세조종 비용 댔나
6600억원대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체포된 공아무개씨의 추가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그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와이앤넥스트(옛 연이정보통신) 주주들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다.주주연대는 와이앤넥스트 자산을 매각한 자금이 외부로 유출돼 영풍제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고소 대상은 와이앤넥스트 자금 유출 관련 의사결정을 내린 이사진에만 한정돼 있다.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씨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그가 실질적인 와이앤넥스트의 의사결정권자라는 이유에서다.
와이앤넥스트 자산 매각돼 유출
지난해 10월18일 영풍제지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검찰이 이날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 4명을 체포하면서 '세력'이 보유 물량을 급히 투매한 결과로 분석된다.검찰에 따르면,이들 주가조작 일당은 2022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지 통정매매와 고가 매수,물량 소진 등의 방식으로 2만9000여 회의 시세조종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2022년 10월 2000원대이던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해 9월7일 종가 기준 4만9550원까지 급등했다.이로 인해 영풍제지 시가총액은 한때 2조2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검찰은 영풍제지 주가조작을 통해 세력이 얻은 부당이득을 6616억원으로 추산했다.단일 종목으로는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 규모였다.그만큼 투자 피해도 많았다.
그러나 주가조작 일당은 '용병'에 불과했다.당초 시사저널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가 공씨라는 의혹을 제기했다(제1776호 '[단독] 영풍제지 사태 배후 공씨,거물 기업사냥꾼들과 한배 탔다' 참조).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금속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자본시장에서 수많은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해온 인물이다.검찰은 수사 끝에 올해 4월29일 공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공씨는 현재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와이앤넥스트 주주연대가 고소·고발에 나서면서 공씨는 횡령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주주연대는 최근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와이앤넥스트 이사진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와이앤넥스트 관할인 대전지방법원 천안지방법원에 이사 해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와이앤넥스트는 현재 상장폐지된 상태다.그러나 한때는 전자기기 부품을 제조해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하며 상당한 매출을 올려온 코스닥 상장사였다.와이앤넥스트는 2021년 공시 위반 벌점 누락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2022년 3월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게 됐다.
와이앤넥스트가 공씨의 손에 넘어간 시점도 이 무렵이다.당시 와이앤넥스트는 공씨가 실소유한 대양홀딩스컴퍼니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그 결과 대양홀딩스컴퍼니는 2022년 6월 와이앤넥스트 최대주주(34.04%)에 올랐다.공씨는 와이앤넥스트 지분 17.85%를 보유한 연이파트너스의 실소유주이기도 하다.이 점을 감안하면 와이앤넥스트에 대한 공씨의 지배력은 51.89%에 달하는 셈이다.
대양홀딩스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직후 와이앤넥스트 이사진은 공씨의 측근들로 채워졌다.공씨가 와이앤넥스트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셈이다.와이앤넥스트와 그 자회사(89.6%)인 와이앤텍 대표이사에 선임된 조아무개씨가 대표적이다.그는 공씨가 해동파트너스를 통해 지배하는 에스에프씨 대표이사를 지냈다.
감사를 맡은 오아무개씨는 에스에프씨 임원으로 10여 년간 근무했으며,우즈벡 한국한때 공씨가 실소유한 율호(네오디안테크놀로지) 대표이사와 크로바하이텍 사내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등기이사에 오른 윤아무개씨도 2년 동안 에스에프씨 사외이사로 재직했다.이 밖에 임아무개 이사와 최아무개 이사,김아무개 이사 등도 대양홀딩스컴퍼니에서 내세운 인물들이었다.
주주연대는 와이앤넥스트가 영풍제지 주가조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현금화했다고 주장한다.자산 매각은 대양홀딩스컴퍼니가 와이앤넥스트를 인수한 지 9개월여 만인 지난해 3월 시작됐다.시사저널이 확보한 내부자료에 따르면,당시 와이앤넥스트 이사회는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본사 공장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그 결과 같은 해 4월20일 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영업활동 불가능…사실상 폐업 수순
해외법인 지분도 매각했다.지난해 6월 베트남 법인인 연이전자VINA(Younyi Electronics VINA) 지분 25%를 75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고,같은 해 8월에는 중국 법인인 연이전자(천진)유한공사 지분 100%를 7646만 위안(약 145억원)에 매도했다.이를 통해 와이앤넥스트가 현금화한 자산 규모는 총 340억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와이앤텍도 지난해 2월 보유 자산과 영업권,재고자산,기타 설비 일체를 11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와이앤텍의 2022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11억2300만원에 불과하다.이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와이앤텍의 영업 전체를 양도하거나 폐지한 셈이다.그럼에도 와이앤텍 이사회는 관련법에 명시된 특별결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자산 매각으로 조성된 자금은 와이앤텍에 집중됐다.그리고 현재 와이앤넥스트와 와이앤텍의 자산을 매각한 자금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대여금과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제3자에게 유출됐기 때문이다.실제 올 1분기 기준 와이앤넥스트와 와이앤텍에 남아있는 현금은 각각 3억여원과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와이앤텍을 자금 유출 창구로 활용한 배경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외부감사법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기업 규모상 와이앤넥스트는 외부감사법에 따른 감사대상법인에 해당한다.그만큼 감시망이 촘촘할 수밖에 없다.반면 소규모 회사인 와이앤텍은 의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인 조아무개씨의 의사결정만으로 자금 집행이 가능한 데다,우즈벡 한국상대적으로 외부감사도 느슨하다.
5000명 이상의 주주들 투자금 손실 위기
주주연대는 이 자금이 영풍제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고 의심하고 있다.와이앤넥스트와 와이앤텍 자산 매각 시기가 영풍제지 시세조종이 이뤄진 시점과 맞물려 있고,외부로 유출된 자금이 끝내 회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그 결과 와이앤넥스트와 와이앤텍은 사실상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렸다.영업용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데다,매각 자금도 모두 사라져 영업활동 재개를 위한 투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올 1분기 재무제표상 매출은 전무한 상황이다.사실상 폐업 수순만 남았다는 평가다.그 피해는 5000여 명의 와이앤넥스트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전액에 가까운 투자금을 손실로 떠안아야 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주주들이 연대해 실력 행사에 나선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와이앤넥스트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횡령에 가담한 이사진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사회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도 했으나 거절당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주주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검찰의 신속하고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배후로 지목되는 공씨는 누구
2016년 에스에프씨 시작으로 여러 상장사 무자본 인수
공아무개씨는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2016년 태양광 백시트 업체인 에스에프씨를 시작으로 다수의 상장사를 무자본 M&A했다.사채 등으로 상장사를 인수한 후 해당 기업 유보금을 인수대금 변제나 또 다른 기업 인수 등에 활용하는 식이었다.이들 기업 대다수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거나 회생 절차를 밟았다.
공씨는 무자본 M&A와 주가조작 과정에서 '유비(UB)'로 불리는 무자본 M&A 기획자 이아무개씨,사채 브로커 이아무개씨 등과 한 몸처럼 움직였다.때로는 빗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박한규 전 리드 부회장,이종현 전 좋은사람들 대표 등 다른 기업사냥꾼들과 협업하기도 했다.
네오디안테크놀로지(현 율호)와 판타지오,케이제이프리텍,크로바하이텍 등 다수의 상장사가 공씨의 손을 거쳤다.영풍제지도 공씨가 무자본 인수한 기업 중 하나다.공씨가 실소유한 대양금속은 2022년 11월 영풍제지 지분 50.76%(1131만6730주)를 1289억원에 인수했다.영풍제지 인수 자금 가운데 자체 조달 자금은 6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공씨는 영풍제지 인수를 마무리한 직후 인수 자금 회수에 나섰다.대양금속은 인수한 영풍제지 주식 중 일부(295만 주)를 306억원에 매각했고,영풍제지를 상대로 1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사채업자 등 외부에서 충당한 인수 대금을 변제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됐다.영풍제지 주가조작이 시작된 시점도 이 무렵이다.
검찰의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수사 초기에 공씨는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그러나 올해 2월 주가조작 총책 이아무개씨가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그가 공씨의 의뢰를 받아 시세조종을 벌였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검찰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공씨가 영풍제지 인수부터 주가조작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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