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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참여율 14.9%…2020년 '총파업' 절반 수준
"73%가 '휴진 동참'에 의의" vs "의협 회장에 대한 신뢰 낮아"
의협 '무기한 휴진' 선언에 "금시초문…민주적 정당성 없어" 반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의사 집단휴진이 4년 전에 비해 저조한 참여율로 마무리된 가운데 의료계 안팎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압박에 이어 개원가에서 확산된 '휴진 반대'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서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한 내부 불신이 다시금 커졌다고 지적했다.의협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지만 의사 사회에서는 이마저도 '금시초문'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의협이 주도한 의료계 집단휴진이 발생한 전날 휴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국 의료기관 총 3만6059곳 중 5379곳(14.9%)이 휴진한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2020년 8월 의협이 의대증원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나섰던 첫날 참여율(32.6%)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정부의 휴진신고 명령에 따라 사전에 접수된 휴진 신고율 4.02%보다는 3배 이상 높은 만큼 신고 없이 휴진한 개원의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의협은 ARS·네이버 휴진 설정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휴진율이 50% 내외라고 주장했다.의료계에선 휴진 참여율이 낮아도 정부 정책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휴진 참여율을 작게 발표하려 하고,의협은 크게 발표하려고 하는데 사실상 참여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건 (이달 초) 의협이 실시한 투표에서 73%가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개원의들도 업무정지 등 정부의 처벌을 우려해 휴진을 망설였다는 관측도 있다.김 회장은 "정부가 (자체 추산 휴진율이) 30%가 넘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고 압박하니까 의사들도 휴진하고 싶어도 조용히 있게 되지 않겠느냐"며 "자칫 업무정지라도 당하면 개원의들도 타격이 너무 커지는데 섣불리 (휴진) 참여를 못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의협은 이달 4일부터 나흘 간 회원 11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의협에 따르면,투표에 참여한 투표한 7만여 명 중 6만4000명(약90%)이 의협의 투쟁을 지지했고,옥바라지73%가 휴진 등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일 전국 의료기관에 진료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전날 오전 9시를 기해 업무개시명령도 발령했다.정부는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적용 기준으로 삼은 휴진율 30%를 넘기면 병원 업무 정지와 의사 면허 자격 정지까지 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같은 휴진율 기준을 넘긴 지자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 대표성 다시 '흔들'…집단휴진 이후 커진 불협화음
의협에 대한 의료계 내부 불협화음이 휴진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또 4개월째 지속된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들의 피로감이 증폭된 상황에서 집단 휴진을 강행하는 건 여론과 멀어지는 길이라며 '휴진 불참' 움직임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에 이어 의사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도 의협이 주도한 휴진을 비판하며 불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경파로 알려진 임현택 의협 회장이 의료계 안팎으로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앞서 임 회장은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이 의협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자,옥바라지자신의 SNS에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옥바라지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고 최 회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의협 회장의 리더십이 의료계 결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그는 "의협 회장이 그동안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지나친 언행 표현이나 협회장답지 못한 행동으로 신뢰를 잃은 것 같다"며 "이분(의협 회장)이 (의료계) 대표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이 전날 대규모 집회에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의사 사회 내부에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당황하는 모습도 나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이날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내고 "우선 27일 무기한 휴진이라는 발표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집회 현장에서 갑자기 듣고,당황스럽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이어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의협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기한 휴진의 적절성이나 찬반은 전혀 논하고 싶지 않다"면서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의 회무에서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투쟁의 중심과 선봉에 서 있는 전공의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모자라 대의원회,광역시도회장,감사조차 무시하는 회무는 회원들의 공감을 받기 힘들고 회원들의 걱정이 되고 있다"며 "의협은 임 회장 1인의 임의 단체가 아니고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한 공식 단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무기한 휴진의 실현 가능성과 그 내용의 적절성에 관한 찬반은 별론으로 하고,의사결정 회무 방식과 절차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며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