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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크리스천스'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연극 '크리스천스'.두산아트센터 제공모임의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꺼내지 말아야 할 주제 중 하나가 종교다.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오랜 숙고를 통해 형성된다.이성적인 사람조차 종교적 이슈로 부딪힐 땐 대화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감정만 상하는 토론을 하곤 한다.연극 '크리스천스'는 신도들을 이끌어 온 담임 목사가 이전과는 다른 믿음을 설교하면서 신앙 공동체가 분열을 맞는 이야기다.
작은 개척 교회를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교회의 담임목사 폴(박지일)은 신도가 늘자 융자를 받아 교회를 신축한다.10년 만에 채무를 청산하게 된 날 폴은 특별한 설교를 한다.연극은 채무를 해결하게 된 날의 설교로부터 시작된다.비기독교인 소년이 불 속에 뛰어들어 어린 동생을 구해 내고 죽음을 맞았다.소년은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교리대로라면 지옥에 가야 한다.폴은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관대한 하나님이 소년을 지옥에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나아가 관대한 하나님은 모든 이의 죄를 사하여 주고 천국으로 이끌 뿐이라며,지옥은 없다고 설교한다.
폴의 주장은 신앙 공동체에 균열을 낸다.당장 조슈아 부목사(김상보)가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힌다.지옥과 관련한 성경 구절을 들어 폴과 교리 논쟁을 벌인다.폴은 성경 그 자체에 집중해 지옥의 해석을 달리하며 조목조목 반박한다.결국 조슈아와 그를 따르는 일부 신도들은 교회를 떠난다.잘못된 성경 해석이 잘못된 믿음을 가져왔다는 폴의 교리는 설득력을 지닌다.그러나 목사가 이러한 믿음을 설교한 시점이 교회 빚을 모두 탕감한 날이기 때문에 목사가 성금을 위해 신도들에게 믿음을 숨겨왔다는 의심을 받는다.신도들은 배신감을 느낀다.종교 공동체의 믿음을 뒤흔든 폴의 설교는 신앙심이 깊었던 제니(박인춘)의 이탈과 선임장로(김종철)의 지지 철회로 이어지고,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예매아내(안민영)마저 등을 돌리게 한다.
랩 배틀처럼 펼쳐지는 기독교 교리 논쟁
연극 '크리스천스'.두산아트센터 제공'크리스천스'는 기독교적 믿음 차이에서 비롯된 분열과 갈등을 드러낸다.현실에서도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기독교 교리는 다양한 도전을 받는다.이 작품에서 집중하는 것은 교리 논쟁이 아니다.연극은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믿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예매폴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
폴은 다른 신념의 종교인을 포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조슈아의 목회 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교회에서 몰아낸다.폴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지옥이 없다는 주장을 견고한 믿음으로 완성하지만 그를 믿고 따르던 신도들과 아내까지 혼란에 빠뜨린다.예수를 믿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고,지옥은 없다는 폴의 종교적 믿음은 이성적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지만 극 중에서 그는 몰락한다.
공동체에서 어떻게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을까.아름다운 공존의 실마리는 극 초반 폴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비행기에서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한 폴은 스튜어디스를 통해 통로 끝자리에 앉은 여인에게 쪽지를 보냈다."당신이랑 소통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낍니다.그런데 우리 사이엔 극복하기 힘든 먼 거리가 있네요." 쪽지를 받은 여인은 폴 쪽을 쳐다봤고 폴은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것으로 거리의 장벽을 극복했다.그것만으로 충분했다.소통하고픈 강렬한 충동이 있고 손을 흔드는 간단한 실천이 있다면 거리가 멀어도 아름다운 소통을 이루어낼 수 있다.
연극 '크리스천스'.두산아트센터 제공무대 바닥은 십자가 모양이고 성가대가 등장해 중간중간 찬송가를 부른다.관객들은 무대를 둘러싼 객석에 앉아 교회 신도처럼 폴의 교리 논쟁을 지켜본다.폴이 '랩 배틀'처럼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말소리를 확장시키고 관객의 집중을 이끌어낸다.이러한 장치들은 100분간 이어지는 이성적인 토론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크리스천스'는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예매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믿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진지한 질문을 토론극 형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이달 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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