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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소위‘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에 사로잡혀 있다.최저시급이 2만원을 넘어서면서 노동력이 들어간 재화나 서비스가 비싼 건 유명하다.하지만 장보기 물가와 임대료 등 생활 물가마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월 발표한 인플레이션 고착화 국가순위에서 호주는 1위를 차지했다.한국도 만원 한 장에 점심을 해결하기 어렵지만 이 순위에서 9위를 기록했다.

호주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12월,32년 만의 최고치인 7.8%를 기록했고 작년에도 6% 이상이었다.특히 식료품 물가는 작년에 연간 7.5% 상승했고 그 중 주식인 유제품과 빵,시리얼류의 소비자가는 10% 이상 올랐다.주택임대료도 작년에 연간 8.3% 급증해 팬데믹 이전보다 4배 이상 높아졌다.

부자나라인 호주가 왜 살기 팍팍해졌을까.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붕괴와 물류 대란은 글로벌 현상이었다.특히 노동력 부족과 화물운송비용의 상승은 면적 대비 인구수가 적은 호주에 유독 가혹한 직격타가 되었다.팬데믹으로 50만명의 이민자가 떠난 자리에는 경제회복 부진이라는 상처가 남았다.

호주의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는 올해 1월 생계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소득세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모리슨 전 정부가 2019년부터 도입한 감세정책의 마지막 3단계를 현 노동당의 정책 방향을 반영해 실현한 것이다.주요 골자는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소득세율 인하와 세율구간의 조정이다.

구체적으로 연 소득 1만8201~4만5000호주달러 구간의 소득세율을 기존 19%에서 16%로,4만5001~13만5000호주달러 구간의 소득세율을 32.5%에서 30%로 인하한다.또한 37% 세율구간을 18만호주달러에서 19만호주달러로 상향 조정하고,의료보험부담금이 적용되는 소득 기준 역시 올린다.변화는 이달 1일부로 적용된다.

이번 3단계에서는 사회적 책임도 비중 있게 고려됐다.간호사,교사,보육·복지 분야 등 사회적 중요성에 비해 생계비용 증가 타격이 크고 여성들이 많은 직업군의 소득 구간을 반영한 것이다.결과적으로 국민당 연간 1888호주달러의 세금을 덜 내며,그림스비혜택은 총 1360만명의 납세자가 누리게 됐다.

반면 이번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연간 200억호주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이는 호주 GDP(국내총생산)의 1%에 달한다.다른 정부 지출과 비교해도 육아보조금,그림스비구인지원금을 앞지르며 최근 2년 중 가장 큰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전 정부의 원안에서 알바니즈 정부가 세율구간을 조정해 일부 소득계층의 불만도 있다.소득이 15만호주달러 이하면 기존보다 혜택이 크지만,그 이상인 중산층은 더 적은 세율감소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손에 들어오는 급여가 늘어나는 게 반갑지 않은 월급쟁이들이 있을까.호주 정부는 이번 달 2024~2025 예산안 발표로 민생안정 정책 확대 의지를 보였다.대형슈퍼 체인의 가격책정을 감독해 소매가격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포함됐다.늘어난 실질급여와‘끈적한 물가’를 잡으려는 호주 정부의 노력이‘걱정 없이 사는 나라’라는 명예를 되돌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조한하나 코트라 시드니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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