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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치킨게임 피하면서 합의 도출이 관건"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정상의 '공감대' 속에 양국 관계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역사·영토 문제가 또 불거지면서 관계 개선 흐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최근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보류'(refer)를 권고했다.
'보류'는 이코모스의 권고 4단계 △등재 △보류 △반려 △등재불가 중 하나다.이는 통상 추가 자료 보완을 위한 것으로,자료가 적절하게 보충되면 세계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조치는 아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코모스가 '보류'를 권고한 사례 8건 모두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특히 최근 들어 위원국 사이에선 향후 자국의 유산 등재를 위해 다른 나라의 등재를 크게 막지 않는 '정치·전략적 결정'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기류다.
사도광산은 우리에게는 강제노역이라는 아픈 역사가 담긴 예민한 곳이다.일본 정부는 그간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실을 빼고 사도광산이 17세기 에도시대 일본 최대 금강이자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다는 점만을 부각해 왔다.정부는 이에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사도광산 유적 설명에 반영하도록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
이코모스는 '보류'를 권고하며 일본 측이 강제노역 문제를 적절히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이는 일본이 관련 자료를 보충해야 하는 필요성이 상당히 커진 부분이다.다만 이러한 이코모스의 '보류' 결정이 곧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나뉜다.
'전체 역사 반영'이라는 한국 측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결국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수순일 뿐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본 정부는 7일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라는 입장을 피력하며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2015년 일명 '군함도'(나카사키 현 소재 하시마)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일본 도쿄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조선인 차별이 없었다'는 일방적 증언이 담긴 전시물을 버젓이 전시해 논란이 됐다.이에 세계유산위는 2021년 7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적에 따라 일본이 사도광산의 등재 추진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거나,관련 약속만을 일단 형식적으로 하고 향후 소극적 이행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등재 결정은 21개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된다는 규정이 있다.다만 그간 관례적으로 컨센서스(반대 없는 전원 합의)로 등재를 결정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회원국 간 분쟁 없이 '합의'를 추구하는 방식을 선호해 온 것이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태도에 모든 것이 달렸다는 입장이다.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이 반영이 안 된다면 끝까지 컨센서스를 막고 투표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만약 한국의 입장이 끝내 반영되지 않고 일본 정부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한다면,한일 간 '파열음'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투표에서 지는 쪽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치킨게임과 비슷한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그러한 상황을) 피하면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하며 우선은 대화로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문제 외에도 한일 양국 간에는 여전히 강제동원 제3자 해법안에 대한 일본 측 호응 부재,역사 왜곡 교과서,뱃앤드독도 문제 등 풀리지 않는 과거사 문제가 상정돼 있다.
일본은 우리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해양 조사선 '해양 2000호'가 지난 6일 독도 남쪽에서 정당한 조사 활동을 한 것을 문제 삼으며 주일대사관 차석공사 초치 등 우리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 측의 부당한 주장은 외교채널을 통해 일축했다"라고 설명하며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임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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