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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 작품 수록

왼쪽부터 김애란,편혜영,김연수,윤성희,은희경 [프란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부터 김애란,편혜영,wes benjamin kbo김연수,윤성희,은희경
[프란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은미는 최근 몇 년 사이 연이어 두 번의 이별을 경험했다.오래 사귄 애인 헌수,그리고 또 하나는 병을 앓다가 죽은 엄마다.40대의 그녀가 슬픔과 고립감의 탈출구로 택한 것은 영어다.

엄마의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뒤 경력이 단절돼 버린 은미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을 깨닫고 '당장 영어만이라도 시작해보자'며 화상 영어 사이트에 가입한다.원어민 교사 로버트로부터 받은 질문을 계기로 은미는 헌수와 함께할 미래를 당연하게 상상했던 당시 그가 틀어준 노래 '러브 허츠'(Love Hurts)를 떠올린다.

음악을 소재로 한 5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인 '음악소설집'에 수록된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의 이야기다.

은미는 킴 딜과 로버트 폴러드가 부른 이 오래된 노래의 가사에 한국어로 '안녕'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했었다.헌수는 '안녕'이 아니라 '암 영'(I'm young)이라고 고쳐준다.

"만약 지금 너를 다시 만난다면 네가 틀렸다고,이건 '안녕'이 아니라 '암 영'(I'm young)이라고 고쳐주는 대신 그래,가만 들어보니 그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고,wes benjamin kbo콘크리트 보도에 핀 민들레마냥 팝송 안에 작게 박힌 한국어,단순하고 오래된 '안녕'이란 말이 참 예쁘고 서글프다 해줄텐데"

헤어지고 2년 뒤 헌수는 엄마를 간병하느라 병실에서 쪽잠을 자던 은미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하며 훌쩍인다.

김애란은 '러브 허츠'라는 올드팝 곡을 소재로 "평소 자기 고통을 남한테 잘 표현 안 하는 사람이 부른 이별 노래"처럼 섬세한 상실·이별·회복에 관한 단편을 써냈다.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이름을 딴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가 기획한 앤솔로지 '음악소설집'은 음악을 소재로 한 5가지 단편을 모은 색다른 책이다.

음악소설집 [프란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소설집
[프란츠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김애란 외에도 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 작가가 참여했다.동시대 한국 소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인 이들은 음악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날카로운 생의 진실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보여준다.

각 소설가만의 고유한 스타일만큼이나 서로 색과 결이 다른 개성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는 재미와 함께,wes benjamin kbo작품 속에 언급된 음악들을 찾아 들어보는 묘미도 있다.

책의 끝에는 작가들과 편집자가 함께 한 인터뷰도 실렸다.개별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더불어 작가들이 어떤 측면에 집중해 소설을 완성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다.

좋은 음악과 좋은 소설이 있다면 이 여름 무더위나 습한 장마쯤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프란츠.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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