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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세제·섬유유연제 등 생필품
리필제품이 본품보다 비싼 경우 있어
업계 "판촉 정책 따라 가격 역전된 것"
"요즘 장보기는 거의 뭐 '숨은 가격 찾기'죠.요즘 '100mL당 가격' 비교 안 하면 손해봐요."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생활용품 코너에서 만난 40대 이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그는 "100mL당 가격은 항상 가격표 구석에 깨알같이 쓰여 있지 않냐"며 "리필은 더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마우스 랫 차이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데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든다"고 꼬집었다.
60대 주부 성모 씨도 "통에 담긴 본품이 사용하기 편한 건 당연하지 않냐"며 "환경보호 차원에서 리필을 써야겠다고 생각해도 본품이 더 저렴한 경우에는 리필에 손이 잘 안 간다"고 전했다.
샴푸·세제·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은 본품을 한 번 사고 나면 리필제품을 구매해 채워 쓰는 경우가 많다.조금이라도 환경에 유리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다.아울러 비닐로 포장된 리필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 값이 덜 들어 더 저렴할 것이라는 소비심리도 작용한다.그런데 최근 소비자들이 사이에서 "동일 제품 기준으로 100mL당 가격을 따져보면,본품이 리필제품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자주 보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마트를 둘러본 결과 실제로 동일 브랜드의 같은 생활용품을 기준으로 본품이 리필보다 더 저렴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예컨대 A사의 섬유유연제는 본품 2L 제품에만 할인이 적용돼 100mL당 645원이었고,2.6L 리필 제품은 용량이 더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00mL당 897원으로 39.06% 더 비쌌다.보통 대용량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할 것이라는 소비심리가 있으므로,가격표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자칫 리필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것이다.
B사의 세제는 정가로 비교해도 본품의 가격이 리필보다 2.75%(100mL당 가격 기준) 더 저렴한데,마우스 랫 차이여기에 본품에만 1+1 할인 혜택이 적용돼있었다.1+1 혜택까지 감안하면,본품은 100mL당 265원,리필은 100mL당 545원으로 리필제품이 2배가량 비싸다.소비자가 굳이 리필을 구매해 집에서 기존 용기에 옮겨 담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제기됐다.일부 생활용품에서 리필제품이 더 비싸다는 문제를 제기한 영상들은 많게는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플라스틱 용기 덜 쓰려고 일부러 불편 감수하고 리필 쓰는 건데 리필이 비싸기까지 하면 어쩌냐",마우스 랫 차이"리필 제품은 (플라스틱) 통 가격이 빠진 건 줄",마우스 랫 차이"리필이 더 비싼 건 선 넘었다","리필제품 용량이 더 크길래 당연히 더 저렴한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본품보다 리필제품의 가격이 더 비싼 경우와 관련,생활용품 생산 업체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리필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유통 채널과의 가격 조율 과정에서 판촉 전략 등의 이유로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한 관계자는 "리필용 비닐 용기라고 해도 어떤 뚜껑을 사용하는지,마우스 랫 차이어떤 소재인지에 따라 포장재의 단가가 모두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리필제품이 본품보다 비싸야 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 포장재 친환경 인증 업체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동일 상품을 담는 포장재를 기준으로 플라스틱 용기와 리필용 비닐 시트의 무게만 물리적으로 비교해봐도 플라스틱 용기가 비닐보다 3배가량 더 무겁다"고 설명했다.환경적 측면에서 리필용보다 본품용 용기가 합성수지도 더 많이 쓰이고,환경에도 더욱 부담을 주는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과도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리필제품의 취지에 맞게끔 리필 구매를 조금이라도 더 권장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면서 "사용하는 포장재의 단가를 고려하더라도 리필제품이 더 비싼 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