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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로 시신 훼손돼 신원 확인 난항…이름 대신 번호표만
빈소 못 차리고 가족 찾아 헤매는 유가족들
(서울·화성=뉴스1) 이기범 김민수 김예원 홍유진 김지완 윤주현 기자 = "목걸이만이라도 보여달라고요.그것도 못 해줘요?"
"누나들 전화기가 꺼져있다.여기 오면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왔다."
23명이 목숨을 잃은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빈소조차 차리지 못하고 있다.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탓이다.
유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고 현장과 장례식장을 오가며 딸과 아버지,파워볼예측아내 시신을 찾고 있다.
지난 25일 화재 현장 합동 감식 등 사후 수습이 한창인 경기 화성시 전곡 산단에 위치한 아리셀 사고 현장에서 채 모 씨는 딸을 찾고 있었다.중국 국적인 채 씨의 딸은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23명 중 1명이다.
채 씨는 "함백산(장례식장)에도 시신 4구가 있는데 혹시 우리 딸인가 싶어 목걸이만 보여달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만 댔다"며 "목걸이만 보면 딸인지 알 수 있는데 경찰이 그것도 안 찍어준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올해 4월 아리셀에 입사한 채 씨 딸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채 씨의 예비 남편은 사고 당일인 24일 현장을 찾았다가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져 이날은 현장에 나오지 못했다.
사고 당일인 2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화성 송산면 육일리 송산장례문화원에도 가족을 찾는 유족들이 갈 곳을 잃은 채 헤매고 있었다.중국인 강 모 씨는 전화 연결이 안 되는 사촌 누나 2명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강 씨의 사촌 누나들과 친형은 모두 아리셀에서 일한다.친형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해 화를 면했지만,사촌 누나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 씨는 취재진에게 "지금 누나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되물었다.
25일 경기 화성중앙종합병원으로 아내를 찾으러 온 박 모 씨(36)는 신원 확인을 할 수 없다는 말에 결국 시청 상황실로 발길을 돌렸다.
잿더미로 변한 아리셀 공장 앞에는 중년 여성을 비롯한 유족 4명이 "어떡해,어디로 가야 해"라고 오열하며 헤매다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최연소 희생자로 알려진 진짜이헝 씨(23)는 '부모에게 손을 빌리기 싫다'며 공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화재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분향소에는 영정 사진이 놓이지 못했고,파워볼예측빈소에는 가족이 없었다.이름 대신 번호표가 달린 시신은 장례식장으로,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졌다.
이번 화재로 총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한국인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3명,다른 외국인 노동자 등의 정확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경찰은 인력업체 등을 통해 확보한 공장 근로자 명단을 기반으로 희생자 국적을 한국인 5명,중국인 17명,라오스인 1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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