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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생 중 우리 아들만 없어…상관 명령에 복종하다 죽임당해"
지난달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규정을 벗어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 모 훈련병의 모친이 아들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던 19일 자신의 편지와 함께 입영식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12사단에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할 것 같다'며 '걱정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고 아들을 떠올렸다.이어 "승용차로 6~7시간을 달려야 집에 도착할 엄마,러너 jpop 라이브 월드컵아빠를 걱정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충성' 경례 한번 잘한 것 가지고 제법 씩씩하고 의젓하게 말하며 안심하고 돌아설 수 있도록 오히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4개월간 입대를 위한 노력을 펼치다가 드디어 가게 된 곳이 12사단 신병훈련소였다"면서 "12사단을 답사하고 인제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낸 것이 아들과의 마지막 기억이다.우리 마음을 군대는 알까요?이 나라의 우두머리들은 알까요?아들이 입대하러 하루 먼저 가서 대기하다가 군말 없이 죽어 간 것을 그들은 알까요?대낮에 규정에도 없는,군기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하나 없는 군대에서,살기 어린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알까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냐"며 부대 관계자들의 대응에 실망감도 드러냈다.
특히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도대체 이놈의 군대는 하늘 같은 생명을 알기를 어떻게 알길래"라며 아들이 '얼차려'를 받은 상황과 쓰러진 뒤 군대의 조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그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떠든다는 표현이 평소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에 믿지 않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다.그리고 "그 망나니 같은 명령도 명령이라고 열심히 따른 이유가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서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두려운 상황을 빨리 끝내고 후일담으로 삼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 였다고 한다.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면서 비통해했다.또 "아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군에서 어떤 사람이 전화와서 부모가 올라와야 한다고 하더니 저희가 빨리 올라 올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 봐주겠다더라"면서 "그 때 아빠가 옆에서 큰 소리로 제게‘빨리 헬기를 띄워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으로 이송해라’라고 소리를 쳤다.우리가 어떻게 갈지가 아니라 아들을 어떻게 큰 병원으로 옮길지 고민하라고 말해줬다.참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또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얼마 지나서 중대장의 연락이 왔다.강릉아산병원을 말하면서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고 하더라.제가 그 병원이 어디라고,병원 수준도 모르는데,왜 제게 어디 병원으로 옮길 지 묻느냐고 따지며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우리가 결정했다고 하려고 그러냐" 물었다"면서 "그때 제가 분명히 말했다.아들에게 무슨 일 나면 그 병원에서 책임지냐고.무슨 일 나면 나라에서 책임지냐고.그렇다고 하더라.그래서 강릉아산병원에 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지금 이들이 무슨 책임을 지고 있나?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그런 생각도 든다"고 부대 관계자들의 대처에 대한 불신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들이) 인공호흡기를 달고,위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고,의식도 없이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래도 치료하면 곧 좋아진다는 소견을 의심 없이 믿으며 중환자실 앞에서 죄인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면서 "그러다 5시간 뒤 만난 담당 의사선생님이 '열이 40도 이상에서 안 떨어지고 있으니 장기가 익어간다고 보시면 된다.2~3일 뒤에는 포기하실 때가 온다'라는 말을 했을 때,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아들아,아빠 엄마가 응급헬기를 띄울 힘 있는 부모가 아니어서 너를 죽인다.지금도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아들.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러너 jpop 라이브 월드컵수료생들이 엄마,아빠 만나는 날인데,엄마,아빠 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는데.그런 배려 깊은 아이였는데."라면서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편지를 끝냈다.
한편,군인권센터는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 "박 훈련병 유가족과 함께 슬픔과 분노를 나누는‘시민 추모 분향소’를 운영한다"면서 "박 훈련병의 부모님께서 답답한 수사 상황과 군,가해자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를 보고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직접 분향소에 나오기로 했다"고 밝혔다.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박 훈련병의 유족은 오후 6시부터 직접 시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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