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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이 집 찾아와 '안구 테러'
재판부 "정당방위 수준 넘었지만···
취한 채 특수폭행 당한 상황 참작"
[서울경제]
옛 연인이 뿌린 호신용 스프레이를 눈에 맞은 뒤 이에 맞서 상대를 계단에서 밀고 목을 졸라 다치게 한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 모(3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명 씨는 앞서 2022년 7월 자정에 전 연인인 조 모(33)씨가 자신의 주거지에 찾아온 뒤 호신용 스프레이액이 눈이 닿게 하자 조씨를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고 목을 졸라 2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명씨는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해 밤늦게 귀가한 직후 조씨에게 선공격을 당했다.조씨는 최루액을 자신의 손에 뿌린 뒤 명씨의 눈 부위를 밀쳤다.명씨는 고통스러워하면서 조씨의 목을 조르고 계단 밑으로 구르게 한 뒤 재차 목을 조르다가 아래층 주민이 나와 제지하며 폭행을 멈췄다.
다만 조씨는 명씨와 사귀다 헤어진 뒤 계속해서 명씨에게 연락하거나 집에 찾아온 것으로 조사됐다.결국 명씨는 스토킹을 피해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갔지만 조씨는 이곳마저 알아내 사건 당일 거주지 위층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재판부는 명씨의 반격이 과잉방위 수준임을 인정하면서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한 경우였다"면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아래층 주민이자 사건 목격자인 안 모 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자가 여자의 목을 정확히 바라보면서 조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목을 조르던 남자를 제지할 당시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면서 명씨를 부축해 집에 데려다줬다고 말한 점도 고려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의 특수폭행 이후 (명씨가) 정상적인 행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피고인은 최루액으로 인하여 눈을 뜰 수 없어 피해자를 붙잡고 제지하는 외에는 당장 자신을 보호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형법 제21조 제3항의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