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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기적을 쫓다] ④ 대성하이텍 대구 공장 르포

대성하이텍 직원들이 스위스턴 자동선반 조립 라인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대성하이텍 제공
대성하이텍 직원들이 스위스턴 자동선반 조립 라인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대성하이텍 제공
“고객사가 요청한 대외비입니다.사실 저희도 어디에 쓰이는 부품인지 모릅니다.”

지난 12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에 위치한 대성하이텍 테크노폴리스 공장에서 미사일 모양의 정밀기계 부품을 보고 묻자 돌아온 의외의 답이다.고객사 의뢰를 받아 직접 양산한 제품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니,허드슨 오도이의아했다.공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에야 이해가 됐다.고객 맞춤형 제품을 무결점에 가깝게 만들어내는 비결은 철저하게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특히 최근 수주가 늘고 있는 방산 관련 부품은 보안을 생명으로 여겼다.

흔히 공작기계를‘마더 머신(Mother Machine)’이라고 한다.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뜻이다.이런 공작기계는 그 안에 들어가는 더욱 정밀한 부품 수천 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공작기계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곳이 바로 대성하이텍이다.8000여 종의 크고 작은 정밀기계 부품이 이곳에서 탄생한다.최우각 대성하이텍 회장의 차남인 최호익 이사는 회사의 정체성을‘정밀기계 부품 분야의 글로벌 종합 백화점’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정밀기계 사업은 1995년 창업 직후부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대성하이텍의 뿌리와 같다.세계 최대 공작기계 제조사인 일본의 야마자키 마작은‘2호 고객’이자 30년 가까운 동반자다.


2014년 6월 대성하이텍은 75년 역사의 일본기업을 인수하면서 스위스턴 자동선반 시장 상위권으로 단숨에 도약했다.한국의 작은 기업이 일본 명문 공작기계 회사를 사들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특히 스위스턴 자동선반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10여개 뿐일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최 회장은 “처음에는 노무라 측에서 3개의 저가 기종을 줄 테니 만들어보라며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했는데 3년여가 지난 시점에 지분을 인수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경영권을 넘겨줬다”고 했다.노무라 VTC는 대성하이텍의 열정과 집념을 믿고 세계 최고의 스위스턴 자동선반 제작사로 키워달라는 당부를 남겼고,현재 대성하이텍은 일본 회사 3곳 다음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위치에 올랐다.인수·합병(M&A) 결단은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애초 스위스 시계에 들어가는 초정밀 부품을 가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위스턴 자동선반은 이제는 방산·자동차·반도체·전자·의료기기 등 모든 정밀기계 부품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해결사’역할을 한다.대성하이텍이 노무라 VTC를 인수할 당시 거래 국가는 7개에 불과했는데 올해 25개국으로 늘었다.목표는 50개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객사 의뢰에만 기댈 수는 없다.대성하이텍은 매출액의 3%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며 매년 4~5개의 신기종을 개발한다.올해 신규 수주를 기대하는 분야는 반도체다.최 이사는 “반도체 샤워헤드 구멍을 뚫는‘마이크로 홀 드릴링 머신’이라는 새 장비를 개발했는데 미국 반도체 업체가 데모 장비를 수입해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경쟁사 대비 생산성을 최대 4배 높인 혁신 제품이라서 대량 발주를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의료기기 분야는 국책 과제 사업에 참여하며 국산 장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최 회장은 “대부분 외산 장비로 만드는 임플란트나 프로브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대성하이텍의 장비로 대체 제작해 국산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성하이텍은 2017년 노무라의 핵심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관련 부품을 고속 생산할 수 있는‘투 헤드 콤팩트 머시닝센터’를 업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스위스턴 자동선반을 잇는 핵심 병기다.최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1차 협력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며 “새 장비를 개발하기 이전 30억원대에 머물던 관련 매출이 최대 170억원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등 부품 양산에 필요한 공작기계 콤팩트 머시닝센터의 조립 라인 모습.대성하이텍 제공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등 부품 양산에 필요한 공작기계 콤팩트 머시닝센터의 조립 라인 모습.대성하이텍 제공

스위스턴 자동선반과 콤팩트 머시닝센터의 경우 신기종 개발과 맞물려 특허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정밀기계 부품 사업은 고객 주문 사양에 따른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라서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IP) 관리는 특별히 하지 않았었다.최 회장은 “현재 150여개 이상 특허를 보유 중이며 매년 2~3개씩 신규 특허 출원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공작기계 부품을 위주로 하던 대성하이텍이 신성장 사업에 눈을 돌린 시기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2022년 무렵이다.최 회장은 “코스닥 상장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동시에 높아졌고 국내외 많은 기업으로부터 초정밀 부품 가공 러브콜을 받았다”고 말했다.그 결과 삼성전자에 폴더블폰용 힌지 부품을,이스라엘 방산기업에는 방산 부품을,미국 로봇회사에 로봇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등 첨단산업 부품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사업과 고객 다변화에 성공한 것이다.2022년부터 거래를 시작한 이스라엘 고객사와의 매출은 매년 50% 이상 늘고 있다.

올해 6월 준공한 베트남 생산 공장은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이다.최 회장은 “베트남에서 판매·AS 법인을 운영하다가 채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 법인을 만들었다”면서 “5년 전부터 현지 인력을 국내로 6개월씩 파견해 기술 교육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는‘슈퍼乙’되겠다”
창립 30주년 앞둔 최우각 회장
기능올림픽 1등 자부심으로 창업
日업체 200곳에 손편지 써 거래 터
이제 25개국 70여개 기업이 고객



대성하이텍 창업주 최우각(사진) 회장의 최종 목표는‘슈퍼을(乙)’이다.네덜란드 ASML처럼 글로벌 고객사가 초정밀 부품을 제작해달라며 대성하이텍에 제 발로 찾아오게끔 만들겠다는 것이다.기능올림픽 1등 출신이라는 자부심만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29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언감생심이다.하지만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둔 지금의 대성하이텍이라면 실현 가능한 꿈일지 모른다.

지난 12일 대구 현풍 테크노폴리스 공장에서 만난 최 회장은 “1995년 한국의 정밀기계 부품 가공은 제조 선진국인 일본·독일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며 “1975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정밀기기 제작 부문에서 1위를 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리 기술을 글로벌 기업에 보여주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열정은 넘쳤지만 현실은 좌절의 연속이었다.일본 200개 업체에 자필 편지를 보냈지만 눈길도 주지 않았다.최 회장은 “단 두 곳에서 회신이 왔는데 그중 한 업체와 처음으로 거래를 시작한 순간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0.5%의 기적’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게 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3차원 측정실은 반도체 장비·의료기기·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정밀기계 부품을 출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품질을 검사하는 곳이다.대성하이텍 제공
3차원 측정실은 반도체 장비·의료기기·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정밀기계 부품을 출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품질을 검사하는 곳이다.대성하이텍 제공

그가 회사를 일구는 과정에는 세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시작은 품질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기업과 거래를 튼 것이고 이는 대성하이텍 품질 경영의 초석이 됐다.최 회장은 “품질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둘 고객사가 늘면서 현재는 25개국 70여개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2014년 당시 75년 전통의 일본 스위스턴 자동선반 제작사 노무라 VCT 지분을 전량 인수한 것이다.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이 일본의 명문 공작기계 기업을 사들인 것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세 번째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순간이다.최 회장은 “2022년 8월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빨간색 재킷을 입고 상장 기념행사에서 큰 북을 쳤을 때의 감동이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최 회장은 일본의 수많은 장수 기업처럼 대성하이텍을 100년 기업으로 이끌고자 한다.대기업에서 일했던 장남과 차남이 회사 경영에 합류한 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최 회장은 “적법한 지분 증여를 통해 경영권 안정을 꾀하면서 검증된 2세들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도 편달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지방 소재 기업이 겪는 인력난은 큰 걸림돌이다.최 회장은 “폴리텍대학 같은 곳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동종 업계 대비 대성하이텍 임직원의 이직률은 낮고 장기근속 비중은 높은 편이다.최 회장이 복리 후생을 직접 신경 쓴다.근속 10년 이상 직원에 연간 1000만원 한도로 자녀 장학금을 지급하는데,허드슨 오도이여기에 그치지 않고 근속 규정에 걸리는 5~9년차 직원에게는 정액의 50~90%를 별도로 지급하는‘디테일’을 추가했다.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최 회장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오랜 기간 봉사하고 있다.지난 2015년부터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기업협의회장을 9년 동안 역임하면서 대구·경북 소재 기업의 발전을 위해 대정부 애로사항 건의,허드슨 오도이해외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그 공로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가 개최한‘제59회 무역의 날’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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