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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자 빈소 표정
모친“네 새끼 어떻게 살라고” 절규
작년에 결혼한 새신랑 유족들
“마지막 얼굴 차마 못볼것 같아”
“3개월 전 아비가 죽었는데 너마저 가면 어떡하니.아버지 따라간 거니….”
3일 오전‘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사망자 7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 직원이던 이모(53) 씨는 3개월 전 부친상을 당했다.이 씨는‘상고 출신’으로 은행에 입사해 한 직장에서만 34년째 근속했던 성실한 직원이었다.슬하에 아들 둘을 뒀는데,대학 진학 대신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던 따뜻한 가장이었다고 한다.20년 전 같은 지점에서 이 씨의 상사로 일했다는 한 동료는 “석 달 전 아버지 조문을 갔을 때‘그래도 어머니가 있어서 살 만하다’고 말하던 후밴데,너무 젊을 때 가버렸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또 다른 동료는 “차장에서 부지점장까지 올라갈 정도로 일도 잘하고 성품도 좋았던 선배”라고 회상했다.이 씨의 어머니는 “아이고,2006년 3월 로또네 새끼들 어떡하라고 먼저 갔느냐”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 씨와 함께 참변을 당한 같은 은행 직원 이모(52) 씨는 20대 아들·딸과 고3 막내딸을 둔 아빠였다.그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은행 입사 후 다달이 부모한테 용돈을 보내고,2006년 3월 로또모친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나 부친이 다리 수술을 했을 때 극진히 부모를 보살폈다고 한다.이 씨의 셋째 이모는 “정말 착한 효자였는데,아픈 부모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갑자기 죽으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협력업체 직원 김모(38) 씨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새신랑이었다.지난 1일 김 씨와 같은 직장 동료 두 명은 퇴근 후 전시회를 관람한 뒤 귀가하던 중 함께 사고를 당했다.김 씨의 어머니 이모(68) 씨는 “부모와 같이 살다가 오랫동안 연애한 며느리와 지난 10월에 결혼해 독립해 나갔다”며 “독립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일주일에 두 번은 집에 들러 일상 얘기를 나눌 정도로 딸 같은 외동아들이었다”고 말했다.이어 “술도 담배도 안 해 봤을 착한 아들인데 저렇게 가면 어떡하냐”며 “시신 훼손이 심하다고 해 (이 모습을) 아들의 마지막 얼굴로 남기기 싫어 차마 못 봤는데 염하러 갈 때도 못 볼 것 같다”며 가슴을 쥐어 잡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직장 동료 양모(35) 씨의 빈소에는 상복을 입은 노모가 영정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하염없이 흐느꼈다.양 씨의 외삼촌 A 씨는 양 씨를 두고 “착하고 성실하기로는 우리 가족 중에서 손꼽히는 아이였다”고 말했다.양 씨는 주말인 토·일요일에도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A 씨는 “매일 일 끝나면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자기 관리에도 열심인 아이였다”며 “(영정사진을) 보면 다부지고 건장해 보이지 않냐.이렇게 허망하게 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