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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집권 직후부터 사사건건 충돌…EU 주도한 메르켈과 회담서 악수도 거절
친환경·다양성·포용성 등 EU 기조와 '상극'…메르켈 "협력 아닌 경쟁 맹신"

2017년 3월 17일 백악관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회담 모습.(영상 캡처)
2017년 3월 17일 백악관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회담 모습.(영상 캡처)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향해 "미국을 뜯어내려고 만들어졌다"고 독설을 퍼부어 논란이다.거의 모든 국가를 거칠게 대하기로 유명한 트럼프이지만 오랜 기간 우방으로 세계 질서를 함께 이끌어 온 유럽에는 유독 가혹하다.

과거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초기인 2017년 3월,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를 맞이할 때 악수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메르켈은 본격 회담 전 환담 시간에 나란히 앉은 트럼프에게 "악수하길 원하느냐"고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뚱한 표정의 트럼프는 정면만 응시했다.당시 한 외신 기자는 트위터에 "너무나 어색해서 지켜보는 동안 죽을 뻔했다"고 적었다.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가 파리 기후협약 탈퇴,이란 핵합의 파기,미국의 보호주의 정책,방위비 인상 문제 등 여러 쟁점을 두고 당시 EU를 사실상 이끌던 메르켈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던 와중이었다.

메르켈을 향한 이런 트럼프의 안하무인 태도는 EU가 미국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거래 중심적 동맹관'을 가진 트럼프에게 EU는 미국과의 무역에선 이득을 챙기고,안보에선 미국에 기대는 곳이었다.

당시 트럼프의 불만은 관세 전쟁으로 이어졌다.그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유럽에서 들어오는 철강에 25%,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EU는 다른 관세 대상국들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를 제기하고,오렌지주스와 땅콩버터,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무료 슬롯 12배테네시위스키 등에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미국은 이후,독일 자동차와 프랑스 와인에 새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긴장이 크게 고조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고,양측은 작은 성과를 냈다.EU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대두를 더 많이 수입하고,중국의 비시장 관행 척결을 위해 WTO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이후 미국산 랍스터와 해산물에 대한 관세도 철폐했다.미국의 추가 관세도 없었다.

한바탕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지만,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는 이후 더 심화됐다.미국의 무역적자는 달러 강세 영향 등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미국에 있어 EU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 많은 무역적자국이다.트럼프는 이날 EU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또한 트럼프는 1기 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방위비 인상을 강도 높게 요구했는데,자신의 기대만큼 방위비가 오르지 않은 점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안보 문제에서 부유한 유럽이 미국에 여전히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10년 전 최소한 GDP의 2%를 방위비로 내기로 한 약속을 나토 회원국 중 3분의 1이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2024년 기준으로.나토 회원국인 23개 EU 국가의 방위비 지출을 합치면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1.99%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트럼프와 EU가 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 문제,기술 규제,외교 노선 등 대분분 영역의 기본 원칙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갈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친환경,다양성,포용성,민주주의 등으로 요약되는 EU의 정책 기조는 트럼프 이전의 미국 정권들과는,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마작 중독 디시'대서양 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경쟁할 뿐이었다.반대로 이것들은 정확하게 트럼프가 극도로 배척하는 가치들이다.

특히 역내 경제협력·분쟁억제를 위한 통합으로 '윈-윈'을 추구했던 EU는 태생적으로 '공존'을 통한 상생을 추구하는데,이는 트럼프의 사업가적 사고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첫 회담을 했던 메르켈은 지난해 말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감정적으로,나는 사실적으로,우리는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떠올렸다.그는 "트럼프는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았다"며 "그는 대화 상대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만드는 것 같았다"고 했다.

메르켈은 또 트럼프가 모든 것을 부동산 사업가의 관점에서 바라봤다고 평가했다.메르켈은 "트럼프에게 있어 모든 국가는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며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국가의 실패였다.그는 협력이 모든 사람을 번영시킬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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