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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의 여의도발(12)]
금융당국 개편안에 술렁이는 직원들
요즘 금융위 직원들이 복도에서 마주치면 어김없이 오가는 얘기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얘기라지만,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정치권이 꾸준히 공론화에 나서는 가운데 조직 개편설에 개연성이 실리고 있어서다.
기재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한 정책 라인 조직개편을 보류한데다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27일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면서다.민주당과 당내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재부의 힘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무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 기능과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기획예산처를 기재부가 아닌 대통령실 아래 둬서 대통령이 직접 예산 편성을 관장해야 한다는 것이다.각 정부 부처의 예산편성권을 쥔 기재부가 그간 국가 재정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운용한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기재부 조직 개편이 현실화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개편 수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금융위가 당초 기재부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이다 보니,기재부 조직을 손질하면 금융위는 물론 금감원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옮기고,남은 금융위에 금감원을 합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기재부의 '국제 금융'에 금융위의 '국내 금융'을 가져와 국내외 금융정책을 한 부처에서 총괄하게끔 하려는 취지다.이 경우 금융위 내 핵심 국인 금융정책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통째로,외국 사설토토금융산업국은 절반 이상이 기재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금감위' 산하로 두되,두 개 조직으로 쪼개는 방안이 거론된다.금감원이라는 조직을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 등 쌍봉(雙峯)형 체계로 나누는 게 골자다.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감독집행에 대한 사실상의 전권을 건네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금융위 몸집이 더 커지는' 정반대의 개편안도 함께 흘러나온다.기재부가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을 흡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면,일각에서는 기재부가 금융위에 국제금융 업무를 이관하는 구상이 나오는 것이다.조직 개편 관련 다양한 설(說)이 퍼지면서 금융위 직원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주요 경제 부처 중 유일하게 서울에 남아 있는 금융위가 결국 세종으로 이전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현재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민주당은 입법·행정권을 모두 거머쥔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로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정권 교체기마다 익숙한 얘기라지만 직원들이 "이번엔 다르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금융위 한 과장은 "기재부가 개편을 통해 예전처럼 둘로 쪼개지면 별도로 금융을 담당하는 장관급 부처를 운영할 명분은 약해진다.때문에 금융부의 격상보다는 기재부로 흡수되는 방안에 힘이 실릴 수 있다"며 "직원들끼리는 (기재부가 있는) 세종으로 갈 확률을 50대 50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 한 사무관은 "근무지가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겨가는 건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이 걸린 문제'"라며 "개편 실현 땐 이탈하는 젊은 동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감원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금융위 한 과장은 "애초 금융 정책과 감독은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감독 전권을 받은 금감원에 대해 금융위가 '컨트롤타워'로서 조율해야 정책 충돌이나 공백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른바 금융위 격상설을 기대하는 직원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금융위 한 과장은 "만일 금융위가 기재부의 국제금융을 가져올 경우 해외 주요 기구(기관) 파견 자리가 늘어 만성적인 인사 적체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금융위와 금감원이 하나로 묶이면 금감원 직원들마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금감원 한 국장은 "혹여나 금감원 직원들도 공무원으로 전환될 경우,급여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클 것"이라며 "행정고시 출신으로 이뤄진 금융위 직원들과의 대우나 소통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이 둘로 쪼개지는 데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금감원 한 팀장은 "금감원이 둘로 쪼개지는 게 금감원 권한 강화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실무적으로 볼 때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두 업무가 무 자르듯 뚜렷하게 나뉘는 영역이 많지 않다.한 곳에서 두 업무를 관리하는 편이 오히려 '소비자 보호'를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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