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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라인을 관리하고 있다.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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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倔起)'의 상징이다.미국의 강력한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정책이 계속되는 요즘,오라메 슬롯SMIC가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리서치 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자료에 따르면,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 SMIC는 2024년 1분기 약 17억5000만달러(약 2조4263억원)의 매출로 전체 시장에서 5.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이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했을 때 0.3%포인트 상승한 숫자로 SMIC는 글로벌파운드리에서 처음으로 세계 3위 업체가 됐다.

파운드리 1위는 TSMC다.188억4700만달러(약 26조13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오라메 슬롯직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1%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61.7%을 기록해 전 분기(61.2%)보다 올랐다.2위는 삼성전자다.매출은 전 분기보다 7.2% 줄어든 33억5700만달러(약 4조6544억원)를 기록했는데 시장점유율은 11.0%로 0.3%포인트 감소했다.1~2위 업체 간 점유율 격차는 전 분기 49.9%포인트에서 1분기 50.7%포인트로 확대됐다.반면 삼성전자와 SMIC 간 격차는 5.9%포인트에서 5.3%포인트로 줄어들었다.트렌드포스는 "SMIC가 2분기에도 지금의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반도체가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예상 속에서 SMIC가 의외의 결과를 내자 여러 분석이 쏟아진다.SMIC는 글로벌 톱5 중 유일하게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 증가한 곳이다.TSMC에 이어 대만의 '넘버2' 파운드리 기업인 UMC보다 순위에서 앞선 것도 처음 벌어진 일이다.

눈여겨봐야 할 SMIC의 속도전

업계 관계자는 이런 SMIC의 결과를 '몰아주기의 산물'이라고 했다."SMIC가 그래도 레거시(28㎚)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미국 수출 규제 이후 중국 정부에서 자체 반도체 자급에 관심이 많아 지원을 많이 받았고 반도체가 필요한 중국 기업들의 주문도 SMIC로 몰렸다.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도 하고 있는데 다른 업체의 수익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칩의 트랜지스터 밀도는 나노미터(㎚)값으로 표시한다.28㎚의 레거시칩은 대략 10년 전 기술이다.현재는 3㎚칩이 양산 가능한 최신 기술이다.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기종인 아이폰15에 3㎚칩이 사용되고 있다.최근에는 2㎚가 최선단(最先端) 공정인데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을 벌이는 전장이 바로 이곳이다.회로 선폭의 숫자가 작아진다는 건 하나의 웨이퍼(반도체 소재의 얇은 조각)에서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는 뜻으로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숫자도 늘어난다.자연스레 생산성과 수익성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노의 숫자가 작아지는 건 반도체 기술력의 기준점이다.미국 상무부가 중국 반도체 규제를 14㎚ 이하 로직칩,18㎚ 이하 공정의 DRAM 등으로 정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레거시칩 위주의 SMIC의 성과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일단 중국 편중 때문이다.SMIC는 1분기 매출에서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31.2%,오라메 슬롯가전제품용 30.9%,컴퓨터와 태블릿용이 17.5% 등을 차지했다.지역별 매출을 보면 중국이 81.6%,미국 14.9%다.미국의 대중 제재로 반도체 수입이 어려워진 중국 내 스마트폰 또는 가전제품 제조 기업들이 SMIC의 고객이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게다가 늘어난 매출과 달리 수익은 급감했다.올해 1분기 SMIC의 순이익은 7017만달러(약 973억원)로,전년 동기 대비(2억1941만달러) 대비 68%나 떨어졌다.매출 총이익률(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마진율)도 13.7%를 기록해 전년 동기(20.8%)와 비교했을 때 감소했다.시장에서는 SMIC의 2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더 떨어져 1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부가가치가 낮은 레거시 반도체 위주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미국의 제재 속에서 SMIC가 7㎚ 칩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 칩은 화웨이의 5G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탑재됐다.2㎚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7㎚ 칩 정도는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다.다만 눈여겨볼 대목은 속도다.화웨이가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 시작한 때가 2020년 9월이다.제재 때문에 원래 칩을 위탁·제조해왔던 TSMC 대신 SMIC를 선택해야 했는데,당시 SMIC는 14㎚ 공정에 막 도달했던 때였다.보통 7㎚도 상당한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데 14㎚와는 대략 4~5년의 격차가 있다.그런데 SMIC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7㎚에 도달했다.

게다가 7㎚ 성공이 알려진 지 1년도 채 안 된 요즘 SMIC가 5㎚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문도 돈다.물론 양산 가능한 수준이냐는 별개 문제다.특히 7㎚를 만드는 것도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가 있어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통설인데,이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로부터 구입해야 한다.그러나 ASML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방법은 있다.한 반도체 장비 부품업체 임원은 "수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DUV ArF(불화아르곤) 장비를 활용해서도 만들 수는 있다.보통 40㎚ 공정에 쓰이는 장비인데 이 장비로 더블패터닝(노광 공정을 두 번 반복해 새기는 과정)을 하면 7㎚ 공정이 가능하다.다만 수율이 떨어지고 원가가 훨씬 높기 때문에 비용이나 수익 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원가 상승분,수용 못 할 정도 아냐"

기업이 하기에는 이처럼 수지가 맞지 않는 작업이니 초미세 공정에는 배후 지원이 있었을 거라는 얘기인데,여기서 주목되는 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다.2014년부터 중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 펀드로 알려진 '국가집적회로 산업 투자펀드'를 설립했다.이미 1차에서 1387억위안(약 26조3432억원),2차에서는 2042억위안(약 38조7837억원)을 조성했다.그리고 지난 5월 27일 공개한 3차 펀딩의 규모는 무려 3440억위안(약 65조3359억원)이었다.미국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위해 조성한 보조금 527억달러(약 73조원)에 밀리지 않는 규모다.

미국의 반도체 연구 기업인 세미애널리시스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SMIC가 보유한 장비의 성능을 감안하면 7㎚는 물론,오라메 슬롯5㎚ 칩을 구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며 "단지 원가의 문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딜런 파텔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은 "SMIC가 EUV를 도입하지 않고 멀티패터닝을 활용해 5㎚ 칩을 생산하는 데 따르는 원가 상승분은 18% 정도다.SMIC가 받는 보조금을 감안한다면 수용 못 할 상승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SMIC가 7㎚에 이어 5㎚까지 양산에 성공한다는 건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도운 셈이 된다.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의 제재를 두고 "중국 반도체 제조 능력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그가 우려했던 '규제의 역설(The paradox of regulation)'이 지금 나타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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