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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징역 1년 선고…138회 낙서한 혐의
재판부 "글자 예술성 있다고 보기 어려워…많은 사람에게 불안감 조성"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그려진 그래피티 /2023.11.27 (용산경찰서 제공)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그려진 그래피티 /2023.11.27 (용산경찰서 제공)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이갈이'

2022년 10월.미국인 A 씨(31·남)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변전기 박스에 붉은 래커로 이처럼 쓰고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미처 마르지 않은 래커가 흘러내려 피로 쓴 글씨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1년 후.서울 용산구가 '이갈이'로 뒤덮였다.시민들은 변압기 박스,게임 아이템 도박담벼락,전봇대에서 형형색색의 '이갈이' 글자를 목격했다.

때때로 별 표시나 '23'이라는 알 수 없는 숫자가 함께 적혀 있기도 했다.A 씨는 이갈이를 뜻하는 의학 용어인 'bruxism'을 쓰기도 했다.자신의 '작품'은 일일이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시민들 사이에선 "테러 예고가 아니냐"는 불안감이 떠돌기 시작했다.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자,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신고 접수 후 약 한 달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그 사이 A 씨는 1년간 138회에 걸쳐 서울 용산구 일대에 '이갈이' 낙서를 남겼다.

A 씨는 경찰에 검거된 후 자신의 SNS에 "이갈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질병입니다"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경찰 조사에선 이갈이에 대한 경각심을 심으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공용물건손상·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지난달 16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또 "A 씨가 쓴 글자 중 상당수가 예술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낙서를 '작품'이라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상당수의 피해물을 원상회복했고,이 사건으로 출국이 정지돼 장기간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기는 했다"면서도 "범행 자체를 즐긴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책했다.

또 "범행 장소를 통행하는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범행을 반복해 국내 법질서에 대한 경시가 심각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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