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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1424년(세종 6) 9월 4일에 기록된 전라도 관찰사의 보고는 이렇다‘전라도 낙안군의 읍성은 흙으로 쌓은 것인데,낮고 작아서 만약 왜구가 쳐들어온다면 지키기가 어려우니 옛터를 조금 넓히고 돌을 섞어 성을 쌓게 해주십시오’흙으로 만든 낙안의 옛 읍성은 보성군 벌교읍의 고읍리에 있었다.같은 해 10월 1일에 낙안에 완성됐는데,고읍리가 아니라 순천시 낙안면의 동내리와 서내리에 있는 낙안읍성이다.전라도 관찰사는 옛 읍성을 넓혀 쌓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중앙정부가 새로 터를 잡아서 옮겨 쌓게 한 것이다.
낙안읍성은 가로로 약간 긴 직사각형의 형태이고,남문과 동문,프리게임즈서문의 3문 체제다.읍성 안에서 동헌은 서북쪽에,객사는 동북쪽에 있다.정문인 남문에서 남북대로로 들어와 걷다가 동문과 서문을 연결한 동서대로를 만나 서쪽으로 꺾고 얼마를 가다가 북쪽으로 또 한 번 꺾어야 비로소 동헌이 보인다.이때 하늘-금전산-동헌(정문)의 웅장하고 멋진 풍경이 나타나는데,가까이 다가갈수록 산은 사라지고 정문을 들어서면 하늘 아래 아담한 동헌이 있다.서울 도성에서 숭례문을 지나 경복궁과 근정전을 찾아가는 진입로의 흐름과 똑같다.
낙안읍성의 뒤쪽에는 풍수의 주산(主山)인 금전산(667.9m)이 우뚝하고,좌우로 좌청룡과 우백호의 산세가 뻗어 나가며,앞쪽에는 안산(案山)인 옥산이 솟아 있다.풍수의 명당 형국,간선도로망과 동헌의 풍경 등이‘작은 서울’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읍치(邑治·고을 중심지)의 터 잡기에 풍수의 명당 논리를 처음 적용한 시기는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다.아버지 태종의 중앙집권화 정책을 계승해 수도의 궁궐에만 적용하던 풍수 논리를 지방 고을 동헌의 권위 표현에도 적용한 결과다.세종은 충청도 6개,전라도 6개,경상도 8개 등 총 20개의 풍수읍성을 만들었다.모두 낙안읍성처럼 풍수의 명당 논리에 적합한 읍성 터를 의도적으로 찾아서 옮겼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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