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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과거 폭행,폭언은 줄었으나 왕따 등 괴롭힘 방법 진화
언론 제보,금전 요구하는 유사기관과 구분해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적용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건들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괴롭힘 현상은 조직의 크기를 가리지 않는다.대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공기업,중견·중소기업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늘 어디에선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7월 16일 근로기준법에 적용된‘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듬해 1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에 의거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지도 및 지원을 정부의 책무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당시 정부의‘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시행령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직장 내 만연해 있던 폭행·욕설·괴롭힘의 행위는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범죄의 속성과 마찬가지로 어둡고 외진 곳,더불어 외부노출이 잘 되지 않는 곳에서의 괴롭힘은 더욱 커져갔다.마치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말이다.



과거 직장에서 괴롭힘은 조직문화쯤으로 치부된 시절도 있었다.80·90년대의 직장생활은 말 그대로‘상명하복’이 사칙인 듯 군대와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까라면 까’라는 상사의 말 한마디는 그야말로 법이었고,회식자리에서 상사들의 추악한 술주정은 상사의 짓궂은 행동에 불과했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사내에서의 폭력과 욕설은 다소 줄었으나 다른 행태로의 괴롭힘으로 변형됐다.부당한 지시나 따돌림,차별,업무 외 강요,갑질 등의 괴롭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0년 한 홍보대행사에 정식 채용을 앞둔 ㄱ씨는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수습기간 3개월 동안 상사에게 반복적인 질책과 폭언을 견디다 못한 그는 압박에 우울증이 악화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망하기 전날에도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수차례 폭언을 들은 ㄱ씨의 생전 일기장에는 “복기를 할수록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다”,“나도 일 잘하고 싶고,안 혼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뗀 그에게는 너무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첫 단추부터 잘 못 꿴 듯한 느낌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던 ㄱ씨는 결국 가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

업계 점유율 1위로 꼽히던 한 중소기업에서는 대표의 폭행으로 시달리던 직원 ㅇ씨가 경찰에 폭행사실을 신고했음에도 괴롭힘을 해결하지 못한 사건도 발생했다.2021년 직장인 ㅇ씨는 사무실 청소가 안됐다는 이유로 대표 ㄹ씨에게 뺨을 맞고 쇠망치로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ㅇ씨는 “그날따라 대표가 유독 화를 심하게 내더니 갑자기 뺨을 때리고 쇠망치를 들고 와 머리를 깨 죽인다고 달려왔다”며 “놀라 사무실 밖으로 도망쳐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찰이 대표와 통화해 폭행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고소장을 접수하면 이 회사를 못 다니게 될 것 같아 경찰에게 또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게 경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표의 폭언과 폭행은 멈춰지지 않았다.당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받고 있던 ㅇ씨는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합리한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공제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대기업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사망했다는 청원이 접수돼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당시 청원서에 따르면 부서장이 숨진 20대 남성 직원에게 “하위 고과를 주겠다”,“강제배치 1순위다” 등의 인사고과 관련된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축구 하다 다리가 부러졌으면 좋겠다” 등의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그해 11월 근로감독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설문조사 결과,절반 이상인 55.5%가‘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가 당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이어 76%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장의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공무원 조직에서도 만연했다.지자체를 비롯해 공기업·공공기관에서의 괴롭힘은 민간 기업에 비해 오히려 더 깊숙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2023년 서울시에 임용된 신입 공무원 ㄴ씨도 발령받자마자 괴롭힘이 시작됐다.괴롭힘의 원인은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상급자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모욕,따돌림 등을 받아 온 ㄴ씨는 “야 너 눈치없어?”,“휴가 많이 썼잖아.연차 취소해” 등의 면박을 상급자에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회식장소에서 대놓고‘쟤 옆에 앉지 마라’던가,다같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저만 빼고 다른 직원들을 데리고 가는 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이후에도 ㄴ씨의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ㄴ씨는 신고를 받은 부서장이 “아직도 가해자를 보기 힘드냐”,“니가 신고를 해서 다른 부서원들이 힘들어 한다”,“너도 괴롭힘 원인 제공을 한 부분도 있다” 등의 2차 가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입사 10개월 만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공기업·공공기관 내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C공사에서는 부하직원을 폭행하고,휴무일에 업무 지시를 하는 등 부하직원들을 괴롭혀 온 ㄷ차장에 감봉 처분이 내려졌다.

ㄷ씨는 부하 직원과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얼굴과 머리를 때려 부하직원의 치아를 부러뜨렸다.여기에 휴무일에 강제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직원에게 특정 자격증을 강제로 취득하라고 지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가해자 ㄷ씨는 2021년에도 폭행·욕설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위반해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또 다시 폭행 건으로 공사 감사실에 신고했으나 감봉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종결됐다.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사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비롯해 각 지역의 고용지청 신고센터를 찾아 피해사실을 신고한다.하지만 혐의 유무를 가려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3개월,넷마블 카지노길게는 1년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설령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이 경우 많은 피해자들은 언론사의 제보창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언론사 제보의 경우,제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해당 사건과 관련된 영상을 비롯해 녹취 및 진단서,주변 증언 등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일례로,지난해 회사에서 상사의 욕설 및 갑질 행위 등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가‘끝까지 간다’제보창을 찾았다.제보자는 상사가 직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대놓고 욕을 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회의석상에서나 회식자리에서도 욕설과 성희롱적인 발언이 서슴없이 나온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더욱이 제보로 인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보자는 회사가 어디인지,가해자는 누구인지를 공유해주지 않았다.그럼에도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취재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밤낮없이 보내왔다.

이 경우 제보자의 주장만으론 기사화가 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진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씨의 사망과 관련해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많은 매체에서 앞다퉈 보도했다.이 보도의 근간은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였다.

유서에는 오 씨가 함께 근무했던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유족들은 현재도 오 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1일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철저한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묻혀 있던 사건이 다시 재조명됐다.

물론,이 사건의 경우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중요한 건 언론 제보를 위해서는 사건과 관련된 피해 사실 증거를 모아두는 것이다.사건 정황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하고,그에 맞는 증거들을 정리해 두면 제보에 큰 도움이 된다.

단,언론을 사칭하는 유사기관의 제보는 피하는 것이 좋다.최근 제보자들을 상대로 공론화를 해준다는 명목 하에 금품을 요구하는 곳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언론사에 보도자료 형식으로 뿌려주는 대가로 적게는 몇 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요구하는 브로커들에게 제보를 한다 해도 공론화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들은 제보자의 간절한 피해 심리를 이용해 금전을 받고,가해자 또는 가해 업체에 또다시 금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배를 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및 사회 부조리 등 제보 내용이 있다면 정통 언론사의 제보창을 통해 제보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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