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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위험 1등급 면적 경북 전국 두 번째…대구도 특별·광역시 중 제일 넓어
취약지역 매년 확대… 경북 내 취약지 5천 곳,전년 대비 416곳 증가
산사태 주요원인 '폭우',올해는?…"대구경북 7·8월 평년보다 비 많을 확률 높아"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에 있는 정각사는 치술령산의 녹음과 사찰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지만,여름마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시름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윤정훈 기자 "여름마다 보수하는 데 지금까지 수천만 원은 쓴 거 같다."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의 정각사.이곳은 1천㎡ 규모의 작은 사찰이다.신라 시대 충신 박제상 장군의 부인이 지아비를 그리워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치술령산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산의 녹음과 사찰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이 어우러져 정취를 자아내지만,여름마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시름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정오쯤 도착한 정각사는 매해 반복된 수해에 덧대고 복구한 흔적이 곳곳에 가득했다.개울 옆 축대에는 시멘트가 덧씌워졌고,포장한 도로 바닥 일부는 모래가 유실되며 울퉁불퉁하게 변형된 상태였다.
주지 스님과의 인연으로 27년간 정각사를 왕래하며 일을 도와온 박해신(가명·73) 씨는 "절 입구 쪽 다리는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때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무들로 인해 붕괴돼 새로 설치했다.진입로도 피해를 입어 레미콘 기사를 직접 고용해 복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피해가 거의 여름마다 있었는데,최근 2~3년간 더 심해지고 있다.여기가 사유지다 보니까 절에서 사비를 들여 복구할 수밖에 없다"며 "올여름 비도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주시에 따르면,정각사 인근 외동읍 녹동리 산 242번지 등 12개 필지 1만1천56㎡ 상당의 부지가 지난 2015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하지만 이곳에는 지금까지 사방댐 조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경주시 산림경영과 관계자는 "현재 경주에만 산사태 취약지역이 517곳에 달하기 때문에,모든 곳에 사방댐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24일 경북 예천군 벌방리의 한 야산 묘지 옆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푸른 초원이 뒤덮은 묘지와 산사태로 뒤덮힌 토사의 경계가 뚜렷하게 남아있다.안성완 기자 지난해 7월 18일 대구 달서구 경원고등학교에서 인근 와룡산의 토사 유출로 인해 체육관 일부 건물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대구소방본부 제공 ◆산사태 위험 '1등급' 면적 넓은 대구경북
지난해 경북 북부 지역 수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산사태는 경북 북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사태 위험등급은 전국의 산사태 발생 결과를 종합한 뒤 로지스틱 회귀분석(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통계기법)을 통해 산출한 등급이다.산사태 가능성이 매우 높은 1등급부터 ▷2등급(높음) ▷3등급(보통) ▷4등급(낮음) ▷5등급(매우 낮음)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산림청의 지난해 산사태 위험지도 현황에 따르면,1등급 면적은 전국 17곳 시도 중 강원이 14만3천249㏊(1㏊는 1만㎡)로 가장 넓었고,경북이 9만3천322㏊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경북의 2등급 면적(22만6천161ha)도 강원(25만6천375ha)에 이어 2위였다.
대구는 특별·광역시 중 산사태 위험 면적이 가장 넓었다.대구의 1등급은 3천771㏊로,특별·광역시 중 두 번째로 넓은 울산(2천333㏊)과의 차이도 상당했다.2등급 면적 역시 특별·광역시 중 대구(1만2천85ha)가 가장 넓었다.
이태형 구미대 소방안전과 교수는 "최근 난개발로 지반이 약해져 집중호우로 나무들이 떠내려와 교량 등 구조물에 걸려 댐처럼 물을 가두는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거기서 결국 범람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이는 경북 내륙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대구 역시 지난해 편입된 군위군이 있고,또 달성군 등 산지가 특히 많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그렇기에 절개지 등 지반이 약한 곳을 각 지자체가 미리 파악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해 7월 18일 대구 달서구의 와룡산 흙과 돌이 경원고를 덮치기도 했다.당시 학교를 둘러싸고 있던 암벽의 축대가 무너지면서 체육관과 급식소,운동부 숙소 일부가 파손됐다.다행히 학생과 교직원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집중호우로 약해진 지반이 흘러내린 사례다.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이재민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김영진 기자 지난해 7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이 산사태로 인해 토사로 뒤덮여 있다.매일신문 DB ◆매년 늘어가는 산사태 취약지역…한계도 존재
위험등급이 높은 지역이 많은 만큼,산사태 취약지역이 가장 많은 곳 역시 경북이었다.
'산사태취약지역'이란 산사태(토석류 포함)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림보호법에 따라 지정해 고시한 지역이다.지난 2012년 8월부터 지정하기 시작했다.
지자체(국유림관리소)에서 5년마다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이 결과를 토대로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심의 위원회'의 심의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지정된다.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사방댐 조성 등 사방사업을 우선 시행하고,연 2회 이상 점검을 진행하는 식으로 관리된다.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2021~2023년 전국 산사태취약지역은 2만6천923→2만7천400→2만8천988곳으로,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경북의 산사태취약지역 수는 2021년 4천832곳,2022년 4천867곳이었다가 2023년엔 5천283곳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같은 기간 대구에서도 87→91→262곳으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늘었다.
그러나 산사태 취약지역을 늘려가는 것만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취약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고시 기간을 거치는데,
카지노 제한이 동안 토지 소유자 등 해당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로부터 이의가 제기되기도 한다.이로 인해 최종 지정까지 과정이 길어지거나,
카지노 제한면적을 넓게 지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경북에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11곳 중 9곳은 당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었다.특히 영주와 예천 등 2곳의 경우 실태조사 결과 취약지역 지정 대상으로 판정됐으나,심의에서 부결돼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산 1번지'라는 지역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한다고 가정했을 때,그 산이 사유 재산일 경우 실제 산 1번지의 전체 면적만큼 취약지역을 넓게 설정할 수가 없다"며 "그래서 산에서 물이 내려오는 유출구로 한정해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는데,그 산의 범위가 넓다 보니 지정한 취약지역 반대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15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의 한 마을이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축사 지붕밑까지 차올라 있다.매일신문 DB 한편,산사태 발생에 직접 영향을 주는 비가 이번 여름도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지난해와 같은 수해 참사가 발생하진 않을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늘면서 우리나라의 산사태 피해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최근 기후변화 등의 영향을 받아,전국적으로 시간당 강수량 50㎜ 이상 폭우가 내린 횟수가 1970년대 7.1회에서 2000년대 18.0회로 30년간 2.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7,8월 역시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에서 평년 수준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여름 대구경북 지역은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과 대기 불안정으로 비가 오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평년 범위'는 과거 30년간 연도별 강수량 평균값에서 산출하는데,올해 지역 7·8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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