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자성 반도체'는 기존 자성 반도체처럼 자성을 띠면서 동시에 특이한 전자기적 물성을 나타내 반도체 신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국내 연구팀이 위상 자성 반도체 후보 물질에 압력을 가해 전자기 물성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기존 전류 제어 방식이 아닌 압력 변화로 독특한 스핀 물성 변화를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김기훈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이 김준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위상 자성 반도체 후보 물질인 망간실리콘텔루라이드 화합물(Mn3Si2Te6)에 외부 압력을 걸어 전자 스핀의 정렬 방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연구결과는 지난 5월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됐다.
전자의 물리량에는 전기적 성질인 전하 외에도 특정 방향을 나타내는 고유한 자기적 성질인 '스핀'이 있다.전자 스핀의 정렬 상태에 따라 물질의 자성이 바뀐다.전하 대신 스핀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한다.
위상학적으로 특이한 전자상태를 가지면서 자성을 띠는 반도체 물질인 '위상 자성 반도체'는 스핀트로닉스 분야를 이끌 소재로 주목받지만 위상 자성 반도체 후보 물질이 매우 드물어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2021년 김준성 교수팀이 발견한 위상 자성 반도체인 망간실리콘텔루라이드 화합물(Mn3Si2Te6)에 외부 압력을 건 상태에서 전기적·자기적 특성을 조사했다.실험 결과 압력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이상 홀 효과(anomalous Hall effect)가 급격히 커지는 등 전기전도 특성이 변화하는 반도체-금속 상전이가 유도됐다.
홀 효과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수직으로 자기장을 가하면 전하가 휘면서 전류와 자기장에 모두 수직한 방향으로 전압이 걸리는 현상을 말한다.이상 홀 효과는 외부 자기장 없이도 물질 내부의 자기장에 의해 전자의 흐름이 전기장과 수직한 방향으로 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압력을 가하자 물질의 전기전도 특성이 변화함과 동시에 스핀의 정렬 방향이 평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급격하게 바뀌는 '스핀 재정렬 전이'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전류를 흘리지 않고 압력을 가해 전기적·자기적 물성을 변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압력으로 자성 반도체의 위상 전자 상태를 조절하고 독특한 스핀 물성 변화를 직접 관측한 것은 최초"라며 "위상 자성 물질의 전자기 물성 제어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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