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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인쇄소,일감 없어 기계 멈춰서 있어
"모바일 사용 일상화…종이 인쇄 수요 줄어"
세운지구 재개발 본격화되면 "생계 어쩌나"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 인쇄골목에서 관계자들이 종이를 옮기고 있다.(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 인쇄골목에서 관계자들이 종이를 옮기고 있다.(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요즘은 다 인터넷으로 하니까 인쇄 일이 많이 없어요"

충무로 인쇄소 골목에 자리 잡은 지 40년째.이용철(70)씨는 근래 들어 가장 일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일주일 째 쉬고 있다.예전엔 종이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다 인터넷으로 하지 않냐"며 "인쇄물 자체가 줄어드니 불황이 왔다.나이도 일흔인데 다른 일을 하기도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찾은 충무로 인쇄소 골목에 위치한 일부 인쇄소들은 일감이 없어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인력은 사장과 직원 1명 등 최소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불을 끄고 문을 닫은 곳도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이씨도 일이 없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이씨는 이 골목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일감이 없으니 직원을 구하기는커녕,인쇄소를 운영하던 사람들도 자리를 뜨는 것이다.

이씨는 "요즘엔 종이로 된 달력도 안 쓰고,일본 박스카연하장도 종이로 안 뽑는다.모바일로 주고 받아도 문제가 없으니 (종이) 수요가 줄었다"며 "거리를 다녀보면 알겠지만 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나이대가 높아지고 있다.누가 요즘 이런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푸념했다.

실제로 오래 자리를 지켰던 인쇄소들이 떠난 자리에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오래된 간판을 내건 인쇄소들이 남아있지만,계속되는 불황에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인쇄소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30년째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김씨는 "인쇄소가 많이 사라지고 대부분 음식점이 들어왔다.이 골목이 임대료가 예전에는 다른 곳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힘든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관공서 등의 인쇄 수요가 많은 연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미디어나 인터넷,일본 박스카유튜브 등을 많이 사용하니 종이에 대한 수요가 없다"며 "또 종이를 덜 써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지 않냐.이해는 가면서도 타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에 더해 서울시 재개발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인쇄소 골목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일본 박스카삼풍상가,PJ호텔,인현상가,일본 박스카진양상가 등 상가군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공원에 들어선다.

공원 주변으로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고,을지로 일대 도심공원 하부에는 12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 생긴다.세운지구에는 2020년 기준 8973개 사업체에 2만8498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시 인쇄 사업체 10곳 중 6곳(59.1%)은 세운지구에 위치하고 있다.2020년 기준 세운지구 내 인쇄업 종사자는 4818명,일본 박스카사업체는 2425개다.

현장에서는 재개발로 인한 생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인쇄소에 30년간 몸 담았다는 40대 박모씨는 세운지구 재개발에 대한 생각을 묻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걱정스럽지 않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계가 가장 걱정이다.다들 어디로 가야 하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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