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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6-3생활권 모듈러 현장 방문
공장서 표준화된 설비로 생산후 이송
공기 30% 단축에 시공리스크 줄여
높은 공사비,스루루시장인식 한계 극복해야
건설업이 제조업으로,패러다임 변화

세종시 6-3 생활권에서 건설되고 있는 모듈러 주택 현장.크레인이 주택 모듈을 제자리에 안착시키고 있다.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세종시 6-3 생활권에서 건설되고 있는 모듈러 주택 현장.크레인이 주택 모듈을 제자리에 안착시키고 있다.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지난해 대전의 한 주택가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자 초등학교 학급이 모자라는 일이 있었다.당시 교육청에서는 기존에 있는 A초등학교 옆 부지에 모듈러 교실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그러자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왜 조립식 건물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나”며 강력히 반발한 일이 있었다.

주택을 만들 때 모듈러 방식으로 건설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하루 이틀 지낼 것도 아닌데 어떻게 조립식 건물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일반시민들의 인식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 모듈을 만든 뒤 현장에서 이어붙인다는 점에서 건축방식의 새로운 방식이다.건축이 현장노동일이 아닌 제조업으로 자리매김도 가능하다.기존 건축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세종시 6-3 생활권 모듈러 시공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함께 세종시 6-3 생활권에서 건설하고 있는 모듈러 주택 현장을 찾았다.이곳은 7층짜리 416가구가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규모의 크레인이었다.크레인은 트럭으로 운송돼온 모듈러 주택을 들어올려 정확한 위치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전체 공정의 8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진다.공장에서 자동화·표준화된 설비로 생산해 현장으로 옮긴다.현장별로 들쑥날쑥하던 시공품질이 일정해지며 공사기간도 30%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날 현장에 만들어진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니 기존 주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완전한 형태의 주택이 만들어져 있었다.한 가구를 만드는데 두개의 모듈이 사용됐다.조립식 건물이 아닌 튼튼하고 완벽한 형태의 주거공간이었다.

‘조립식’이어서 층간소음이 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하지만 슬라브 단변폭과 두께 등을 표준화해 층간소음 요인을 통제한 뒤 최적의 바닥시스템을 만들어 층간소음을 기존 공법보다 더 많이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시에 건설된 모듈러 주택 내부.기존 공법으로 지어진 주택과 차이가 없다.LH 제공
세종시에 건설된 모듈러 주택 내부.기존 공법으로 지어진 주택과 차이가 없다.LH 제공


■ 건설업,탈 현장화 이끈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805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2020년에 비해 1303% 성장했다.

국내에서 모듈러 건축시장은 경제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기존 건축공법에 비해 공사비가 30% 비싸다.이는 아직 발주물량이 많지 않아 모듈러 주택이 대량 생산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자동차처럼 한개의 모델을 수만개씩 찍어내는 것이라면 공사비는 크게 내려간다는 의미다.모듈러 설계·제조·시공 등 전문인력도 아직 부족하다.

이에 LH는 모듈러주택 활성화에 나서 현재 전국에 모듈러 주택을 발주하고 시공 중에 있다.부산용호지구에도 4층짜리 임대주택이 건설되는 등 저층 모듈러주택 4개지구가 이미 완공됐다.

또 3~7층의 중저층 모듈러주택도 3개지구(696호)에서 추진 중이다.지난 4일엔 의왕초평지구에 20층 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지난 3월엔 세종시에도 12층짜리 주택을 발주했다.

■ “노동집약적 건설생산 혁신해야”

LH가 이처럼 모듈러주택 개발에 나서는 이유로는 먼저 국내 건설산업 이슈가 있다.건설현장 인력은 외국인근로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시공품질이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기후변화로 폭우와 태풍 등이 잦아지면서 공기지연 우려도 높고 현장 노동일 자체가 안전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도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날 “모듈러주택은 공기 단축과 품질향상,스루루안전 강화 등 장점이 많지만 현재 대량생산 시스템이 안돼 있어 단가가 높다.선뜻 활용하기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LH는 미래건설산업을 선도해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모듈주택과 같은 스마트건설기술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민간과 협력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LH는 2029년까지 공사비를 기존 공법에 비해 115% 수준으로 낮추고 2030년 이후부터는 공사비를 기존 공법과 같은 수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이 때부터는 민간시장이 확대돼 한해 5000호 규모의 모듈러주택을 건설한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LH 관계자는 “모듈러주택은 조립식주택이나 가설주택처럼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으로 사업성이 저조하고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50층짜리 초고층주택도 모듈러주택으로 짓는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서 기술을 확보했다.우리도 고도의 설계기술을 확보하고 법제도 기준을 바꿔 노동집약적인 현재의 건설생산 방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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