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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마 휩쓴 명천리 도랑
"세찬 빗소리에 놀라 나와보니 집 앞의 작은 도랑이 강처럼 변해 있었어요.도랑 옆에 컨테이너 주택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구요."
오늘(10일) 새벽 저수지 둑이 무너져 주민 1명이 실종된 충북 영동군 심천면 명천리에 사는 A(67) 씨는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듯 긴장한 어조로 당시의 공포스럽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새벽 4시쯤 호우 상황을 살피기 위해 집 밖에 나섰다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폭 3∼4m 남짓한 도랑이 흐르던 자리가 물바다로 변해 주변 도로와 농경지 등을 모두 삼킨 상태였습니다.
이 마을은 법곡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이 도랑을 이뤄 흐르면서 그 주변에 10여 가구가 주택이나 농막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기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집들은 고지대에 자리 잡았지만,도랑 가까운 곳에는 B(71) 씨가 사는 컨테이너 주택도 있습니다.
B 씨의 안위를 걱정한 이웃들이 서둘러 도랑 아래쪽을 살폈지만,으로 로컨테이너 주택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A 씨는 "당시 정전까지 돼 암흙천지였다"며 "경찰과 면사무소에 신고한 뒤 이웃들과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고 말했습니다.
법곡저수지 둑은 전날 자정부터 쏟아진 120.5㎜의 폭우에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저수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서 한가롭던 산골마을을 덮친 것입니다.
물에 반쯤 잠긴 집안에 갇혀 저혈당 증세를 보이던 한 주민은 날이 밝은 뒤 119구조대에 가까스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마을 이장인 배이식(73) 씨는 "아무리 큰 비가 왔기로서니 저수지 둑이 터지리라는 상상이나 했겠냐"며 "물 빠진 뒤 확인해 보니 흙으로 된 둑 10여 m가 폭격이라도 맞은 듯이 움푹 패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날이 밝은 뒤 사고 현장에는 119구조대와 경찰,영동군 공무원 등이 투입돼 실종자 수색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B 씨의 가족들도 빗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구조 소식을 안타깝게 기다렸습니다.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린 물은 어느 정도 빠진 상태라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는 여전히 누런 황토물에 잠겨 있고,군데군데 마을서 떠내려온 듯한 건물 잔해가 나 뒹굴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정영철 영동군수는 "지금은 실종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물이 빠지는 대로 무너진 저수지 둑 등에 대한 응급복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에는 지난 7일부터 276.5㎜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영동천 옆 저지대와 금강 주변 주민 113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해 한때 대피했고,으로 로도로와 하천 둑 수십 곳이 유실 또는 파손되는 피해가 났습니다.
(사진=영동군 제공,으로 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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