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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2위 거래소 모두 '1일 1상장'
부실 상장 리스크도 높아져
전문가들 "시장 유동성 확보 전까지 상장 신중해야"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상장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코인러(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1일 1상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전문가들은 이같은 상장 러시가 부실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점유율 1·2위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이달 상장 수는 각각 5개와 12개로 집계됐다.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 한 달 후인 지난 8월 업비트가 2개,마드리드빗썸이 3개를 각각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다.보름가량 남은 이달 말까지 추가 상장 가능성이 큰 점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연말에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소 상장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산 시장이 상승 랠리를 펼치는 현상을 말한다.실제로 빗썸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총 18개를 상장했다.
하지만 산타랠리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상장 속도는 매서울 정도다.연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빗썸이 지난달과 이달 거래 지원한 코인 수는 총 26개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총 9개로,마드리드평소 추이와 비교할때 이례적인 수치다.업비트는 지난 7월 가상자산법 시행 전후로 매달 3개씩만 거래 지원하는 등 상장에 가장 소극적인 거래소였다.
이들의 상장 러시는 상장 간격에서도 드러난다.이틀 연속으로 2개 이상의 종목을 상장하는 경우가 두 차례 이상 확인됐다.
빗썸은 지난 9일 무브먼트(MOVE)에 이어 10일 매직 에덴(ME),마드리드신퓨처스(F)를 각각 상장했다.이후 전날인 16일에는 모카버스(MOCA),마드리드무뎅(MOODENG)을,마드리드이날 고트세우스 막시무스(GOAT) 등을 원화 마켓에 추가했다.
업비트 역시 마찬가지다.업비트는 지난 10일 무브먼트(MOVE)에 이어 11일 매직에덴(ME)을 각각 상장했다.또 전날인 16일에는 모카버스(MOCA)와 이날 바나(VANA)를 각각 거래 지원했다.
이는 산타랠리와 트럼프 효과가 겹호재로 작용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효과다.거래소들이 불장 도래에 맞춰 유일한 수입원인 수수료를 거두기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가 계엄령 사태로 침체에 빠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Money Move·자금이동)도 일조했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11월부터 이어진 코인 불장에 따라 유동성이 매우 늘어난 시점"이라며 "이때 상장하는 것이 거래소와 가상자산 프로젝트 모두에게 유리해 상장 러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주춤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거래소 상황은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동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상장 과열이 부실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유동성이 확보 안 된 상황에서 급하게 상장을 추진하며 발생한 피해는 투자자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무브먼트 급등락 사태가 대표적이다.앞서 무브먼트는 지난 9일 코인원에 오후 8시 200원대 상장됐다가 3분 만에 99만8500원까지 치솟았다.이후 다시 5분 뒤 5000원대로 추락했다.이용자가 고점에서 매수했다면 99%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업계는 이를 거래소에 할당된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매수세가 대거 몰린 탓으로 보고 있다.유동성 부족이 직접적 원인인 것이다.이에 코인원과 같은 날 상장을 예고했던 업비트와 빗썸 등은 해당 징후를 포착한 뒤 상장을 하루 뒤인 10일로 연기했다.
국내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임원은 "당초 유동성이 적은 거래소에서 유통량까지 적다면 시세 급등락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사태다.거래소마다 유통량이 각각 달라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상장을 빠르게 추진하기보다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한 뒤에 상장을 진행해야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기준을 마련해 부실 상장 부작용을 이중으로 막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거래소별로 적합한 유동성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인 탓에 무브먼트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마다 독립적으로 섬처럼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초반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장빔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특히 불장에서 발생한 상장 러시는 이를 부추긴다"며 "거래소별로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될 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도록 명확한 잣대가 마련된다면 극단적인 급등락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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