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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이 한·미 산업 담당 장관들이 만난 자리에서 양국 간에 가장 협력이 필요한 분야로 조선업을 첫손에 꼽았다.양국은 각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무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워싱턴DC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차례로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러트닉 장관과 조선 첨단산업 에서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산업부·외교부·국방부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 TF를 구성하고,미국 정부도 상무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조선업 관련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양국은 에너지 부문과 통상 전반에 대한 협의체도 구성할 계획이다.

이번 방미 과정에서 미국 측은 그간 주로 언급했던 군함은 물론,액화천연가스(LNG)를 실어나를 탱커선과 북극항로 일대에 활용될 수 있는 쇄빙선 등도 필요하다는 뜻을 한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3~4년치 일감을 쟁여 둔 한국 조선업계에‘우리 것부터 좀 빨리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우리 정부가 향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장관은 또 러트닉 장관 등에 미국 정부의 관세 계획에 대한 우리 기업의 우려사항을 전달하고 한국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또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하다면 최소한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이‘K조선’에 잇달아‘SOS’를 보내고 있다.1일(현지시간) 통상·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26~28일 워싱턴DC를 찾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 미국 통상·산업·에너지 관련 주요 관계자들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관세 부과 위협은 여전하지만,미국 쪽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한국 입장에서는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양국 산업 담당자들은 조선업 관련 실무협의체를 당장 이달부터 가동할 계획이다.협력하고 싶은 조선 분야도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언급한 해군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뿐만 아니라 탱커(유조선)·쇄빙선 등으로 확대됐다.

조선업계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액체 상태의 화물을 대량으로 실어나르는 탱커 분야에서 중국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을 기회를 살피고 있다.작년에 전 세계에서 탱커가 444척 발주됐는데 이 중에서 중국 조선사가 수주한 비중(척수기준) 60~70%에 달했다.트럼프 대통령이 “드릴,베이비,논술 도박드릴(계속,파치 슬롯 설정계속 파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화석연료 생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공언한 것은 미국 내 탱커선 수요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특히 중국 선박 이용을 제한한다면 그만큼 한국 선박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번 방미 회담에서는 미국 내 쇄빙선 수요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알래스카 지역 LNG 개발과 북극항로 개척 등을 위해 쇄빙선이 더 필요하다.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그린란드를 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북극 지역을 둘러싼 패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도다.이 지역을 원활히 오가기 위한 쇄빙선 확보는 미국의 안보 문제와도 맞물린다.

통상적인 LNG운반선(약 3500억원)보다 1.5배 가량 더 비싼 쇄빙 LNG 운반선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은 국내에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만이 갖고 있다.국내 한 조선사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미국으로의 수출입 과정에서 중국 상선의 이용이 제한될 경우에는 한국산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은 단순히 한국 배를 사기만 하려는 게 아니고,기술력을 이전받아 자국 조선업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은 작년 말 보고서에서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의 투자 및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동맹국 조선소에서 초기에 배를 건조한 후 미국 조선소로 생산을 이전하거나,해운·조선·수리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더라도 까다로운 미국 선박 규제 탓에 법적인 걸림돌이 많다.바다에 접한 주(州)에서는 연안운항제한법(존스법) 개정이나 선박법(쉽스액트)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이와 관련해 미국 측은 한국 산업부 방미단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으며 “가급적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의회에서 관련법 통과가 되지 않으면 행정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다.

조선업계는 미국 측의 협력 요청을 반기면서도 물량 조정이 쉽지 않아 고심하는 모습이다.현재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인디언 포커 4인삼성중공업)는 10여년 만에 온‘슈퍼사이클’에 힙임어 3년치 일감으로 도크가 가득 차 있다.올해 수주하는 배는 2028년 인도 물량이다.국내 한 조선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물량이 빨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기존 고객들과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향(向) 수출 물량에는 중국산 후판을 쓰기가 어려운 것도 조선사들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다.국내 조선사 중 상당수는 국산 대비 30% 가량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섞어서 쓰고 있다.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가격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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