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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photo 뉴시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리튬 일차전지 생산 공장에서 참혹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지난 6월 24일 리튬 일차전지 완제품의 포장 작업 과정에서 시작된 화재가 4차례의 연쇄 폭발로 이어지면서 불과 42초 만에 작업장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작업장의 CCTV에 따르면 처음 화재를 목격한 직원이 작은 분말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순식간에 이주노동자 18명을 포함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낯설지 않은 리튬 일차전지 화재
물에 닿으면 폭발성 수소 기체를 내뿜는 리튬 금속과 염화싸이오닐과 같은 맹독성 전해질(電解質)을 사용하는 리튬 일차전지의 화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그렇다고 리튬 일차전지 화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재앙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리튬 일차전지를 주로 사용하는 군(軍)에서 최근 3년 동안 모두 31건의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근거리용 FM 무전기에서 19건이나 발생했고,
패트릭 뱀퍼드장거리용 AM 무전기의 폭발 사고도 6건이 있었다.어제오늘에 시작된 일도 아니다.2020년 4월 28일의 YTN 보도에 따르면,
패트릭 뱀퍼드2010년부터 10년 동안 무려 95건의 리튬 일차전지 폭발 사고가 있었다.폐기한 리튬 일차전지의 폭발 사고도 드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의 대규모 폭발 사고도 처음이 아니다.2017년 4월 충남 예산의 제조공장에서도 대규모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다행히 작업자가 없었던 새벽 시간에 사고가 일어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주민 190명이 긴급하게 대피해야만 했다.6시간 이상 계속된 대규모 폭발과 화재로 공장 건물은 완전히 불타버렸다.뒤늦게 위험성을 인식한 제조업체는 공장 건물을 22개로 쪼개서 복구해야만 했다.
정부가 그동안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에 대한 소방 안전관리를 강화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한국산업단지공단의 '전국공장등록현황'에 따르면,
패트릭 뱀퍼드리튬 등 일차전지 제조공장 32곳 중 84.3%에 해당하는 27곳이 '화재안전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제조공장의 연면적이 3만㎡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영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특히 건축 면적이 500㎡ 미만인 공장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면제된다.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용보험을 기준으로 파악한 일차전지 영세 제조업체가 무려 5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이 2300㎡인 화성의 아리셀 공장도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그래서 아리셀 공장은 지난 3년 동안 자체 점검만으로 소방 당국에 '이상 없음'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심지어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에 발생한 화재는 소방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폭발·화재가 발생했을 때 아리셀에는 불이 난 건물에서 불과 10m 떨어진 건물에 배터리 30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리튬 금속 2t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리튬 금속을 저장하는 기름 탱크가 파손되고,
패트릭 뱀퍼드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소방수가 유입되었으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었다.위험한 일차전지 제조 현장에 대한 소방 당국의 안전관리가 총체적 부실의 늪에 빠져있는 셈이다.
위험한 일차전지를 고집하는 이유
우리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주는 '전지'(배터리)는 근원적으로 폭발·화재의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는 위험한 제품이다.모든 전지는 충격·변형·열(熱)에 매우 취약하다는 결정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전지에 무리하게 힘이나 열을 가하면 전지 자체가 파손되어 독성이 강한 전해질 용액이 흘러나오게 된다.
전지의 양극과 음극이 서로 접속되는 '쇼트'가 발생해서 과전류(過電流)가 흐르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전지 내부의 전해질이 뜨거워지는 '열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전해질이 지나치게 뜨거워져서 기체가 발생하면 전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리튬 이온 전지와 같은 이차전지의 경우에는 충전(充電) 과정에서도 과전류가 흐를 수 있다.리튬 이온 전지의 내부에 있는 '분리막'이 물리적 충격이나 과충전(過充電)으로 파손되는 경우에도 과전류가 흐르는 것과 같은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가 대부분 분리막 파손에 의한 열폭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전이 불가능한 일차전지에 충전을 시도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자칫하면 전지 내부의 전해질 수용액에서 수소 기체가 발생해서 전지가 폭발하는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리튬 일차전지는 충격·변형·열·과전류에 취약할 뿐 아니라 반응성이 상당히 큰 알칼리 금속인 '리튬 금속'을 양극(anode)으로 사용한다.사용·취급·폐기 과정에서 다른 전지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칫 전지에 발생한 파손·균열에 의해 전지 내부에 물이 유입돼도 상황이 심각해진다.리튬 금속이 물을 분해해서 상당한 양의 열(熱)과 함께 '수소 기체'가 발생하면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리튬-염화싸이오닐 일차전지에서 열이 발생하면 전해질인 맹독성·휘발성의 염화싸이오닐이 증발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리튬 일차전지의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완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이 전기적으로 접속되는 '쇼트'가 발생해서 폭발에 이르게 되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과연 이번 폭발 사고가 '수소 폭발'에 의한 것인지,아니면 쇼트에 의한 '열폭주'에 때문이었는지를 가려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사용과 취급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리튬 일차전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전지의 전기적 특성이 매우 뛰어나고,전지의 무게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아리셀에서 생산하는 리튬-염화싸이오닐 일차전지가 섭씨 영하 55도에서 영상 85도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고,전지의 수명이 최대 15년에 이를 정도로 길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장점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전지를 자주 교체할 수 없는 군용·산업용 장비에 꼭 필요하면서도 다른 전지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매우 유용한 특징이다.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독약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위험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기술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인간의 유별난 지혜이고 용기다.
휴대폰·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사용하는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인 '리튬 이온 전지'는 구조나 작동 원리가 리튬 일차전지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리튬 이온 전지는 반응성이 큰 리튬 금속 대신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리튬 이온'을 사용한다.리튬 이온 전지의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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