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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커녕 소통조차 없어.유족 "박순관 대표 등 연락처도 몰라",사태 장기화

▲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가족 등 교섭단과 첫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과 관련해 ㈜아리셀이 사고 발생 17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가족 측에 협상을 제시하기는커녕 연락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리셀과의 대화가 아예 중단되면서 대부분 유가족들은 장례 일정 조차 잡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시장실 앞에서 공무원과 아리셀 화재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뒤엉켰다.유가족들은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공무원은 시장실 진입을 막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충돌은 유가족 지원 방안을 두고 양측간에 발생한 의견 차이 때문이다.화성시청은 희생자 직계존비속은 7월 31일까지,전포 고주희생자의 친척은 10일까지만 숙식비를 제공하겠다고 알렸었다.유가족 측은 이에 반발해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화성시청이 기한을 제한한 것은 '비용' 때문이다.화성시는 관련 법률에 따라 유가족에게 무기한으로 지원해 줄 수 없고,이를 초과해 발생한 비용에 대해선 아리셀에 구상권을 청구해도 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10일 저녁 화성시가 유가족에 대한 지원 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비용과 관련한 사안은 화성시가 아리셀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유가족들도 화성시장실 앞 연좌농성을 해제했다. 갈등은 마무리됐지만 공무원과 유가족은 서로 심한 상처를 받았다.

아리셀,'김앤장' 뒤에 꼭꼭 숨었나?
 
▲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5일 오후 2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화성 전곡산단 아리셀 리튬배터리 공장 참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욱
 
아리셀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부분은 11일 현재까지 장례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아리셀이 희생자 보상 문제와 유가족이 요구하는 진상규명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아리셀의 태도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아리셀과 유가족들의 만남은 지난 5일 처음 이뤄졌다.경기도가 마련한 이날 자리는 30분만에 끝났다.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당시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추상적인 말만 꺼냈다.이에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급여명세서와 근로계약서 등 세부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협상을 담당할 실무담당자를 선정해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다.

첫 만남 후 엿새가 지난 현재,전포 고주유가족들에 따르면 아리셀 측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재피해가족협의회 김태윤 공동대표는 "아리셀은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다.연락조차 아예 없다"면서 "우리는 박순관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의 연락처 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아리셀의 이같은 태도는 화재 참사 발생 때부터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참사 발생 이틀째였던 6월 25일 박순관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하지만 희생자 유가족엔 연락조차 없어 비판을 샀다.

이같은 사실을 안 우원식 국회의장이 6월 26일 아리셀 공장을 직접 찾아가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아리셀 측은 그날 밤 부랴부랴 유가족을 처음 찾았다.
 
▲   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가족 등 교섭단이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사측과 첫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아리셀은 참사 발생 직후 국내 최대 로펌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피해자가족협의회 김태윤 공동대표는 "아리셀이 김앤장으로부터 어떤 자문을 받았는지는 모른다"며 "박순관 대표가 나타나지 않고 숨을수록 유가족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장기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할 수록 유가족들과 경기도나 화성시 등 우리 사회가 지출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천하의 몹쓸 기업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아리셀은 태도를 바꾸고 유가족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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